‘나일강을 따라 피라미드도 구경하시고/ 열대섬에서 해돋이도 보세요/ 그러나 님이시여 그러시면서도 당신은 제게 속해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만 합니다/ 옛 알제이에서 장터도 구경하시고/ 제게 사진과 기념품도 보내주세요/ 그러나 꿈이 떠오를 때면 당신은 제 것이라는 것을 기억하셔야만 됩니다/ 하략’.
달콤하게 익은 음성을 지닌 조 스태포드가 베이스와 실로폰의 반주를 받으며 당부하듯 부르는 ‘유 빌롱 투 미’(You Belong to Me)를 듣고 있으니 그 서정적 멜로디와 로맨틱한 가사에 취해 기력이 빠져 나가는 것만 같다. 내가 좋아하는 스윙뮤직 시대의 인기 미녀가수 조 스태포드(Jo Stafford·사진)가 지난달 13일 LA의 센추리시티 자택에서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대학생 시절부터 그녀의 대표곡인 ‘유 빌롱 투 미’를 좋아해 가사를 외워 가끔 혼자 흥얼대던 터여서 그녀의 타계 소식에 잠시나마 가슴 한 구석이 허전한 느낌을 겪었다.
193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까지 활동한 스태포드는 1952년 넘버 원 히트곡인 ‘유 빌롱 투 미’를 비롯해 ‘롱 어고’ ‘심포니’ ‘이프 아이 러브드 유’ 그리고 ‘노 아더 러브’ 및 ‘아일 비 시잉 유’ 등 감미롭고 감상적인 노래들을 불렀다. 절묘한 창법으로 게으를 정도로 천천히 노래하는 그녀의 체념이 섞인 듯한 은근한 음성은 참으로 유혹적이다.
그녀의 노래들은 분명히 팝이건만 내겐 팝이라기보다 클럽에서 들어야 제 맛이 나는 재즈나 블루스의 색감을 둘렀다. 음색과 음조가 쿨하면서도 우울한데다가 표현력이 절절해 듣는 사람의 가슴에 공연한 그리움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래서 스태포드의 노래는 2차 대전 때 GI들의 큰 사랑을 받았었다. 당시 미군들은 스태포드를 ‘GI 조’라고 불렀는데 그녀의 솔로 가수로서의 시작은 2차 대전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차 대전 영화를 보면 일본군이 참호 속 GI들을 향해 라우드스피커를 통해 스태포드의 노래를 틀어 내보내는 장면이 있다. 스태포드의 노래를 듣고 향수병에 걸린 GI들을 투항케 하려는 심리전의 한 수단이었다.
1917년 11월12일 캘리포니아 샌호아킨 밸리의 코알링가에서 태어난 스태포드는 롱비치서 자랐다. 10대 때부터 두 언니와 함께 트리오를 구성, 리드 싱어로 노래했는데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영화음악을 취입했다.
스태포드는 솔로로 전향하기 전인 1939년부터 42년까지 남자 가수 셋과 함께 4중창단의 일원으로 빅 밴드시대 유명한 재즈 트롬보니스트이자 밴드 리더였던 타미 도시악단에서 노래를 불렀다. 이어 솔로가 돼 캐피털 레코드와 계약을 맺었다.
스태포드는 1952년 결혼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두 번째 남편 폴 웨스턴과 명콤비를 이뤄 활동했는데 둘은 가벼운 팝음악에 품위와 세련미를 갖춰 주는데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웨스턴과 스태포드는 스태포드의 가수 생애 말기에 각기 피아니스트와 가수인 조나산과 달린 에드워즈라는 예명을 써 싸구려 칵테일 라운지에서 공연하는 재주 없는 듀엣을 흉내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둘의 이 공연 중 하나인 ‘파리의 조나산과 달린 에드워즈’는 1960년 베스트 코미디 앨범 그래미상을 받았다. 그런데 스태포드는 남편만큼이나 뛰어난 피아니스트였다.
스태포드는 아직도 활동할 수 있는 40대 후반의 나이에 1960년대 중반 은퇴했는데 동시대 가수들인 로즈메리 클루니와 패티 페이지와 달리 컴백하기를 거부했다. 스태포드는 컴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라나 터너가 더 이상 수영복 차림으로 포즈를 취하지 않는 이유와 같다”고 말했다. 비교적 짧은 솔로 생애 동안 총 2,500만장의 음반이 팔렸을 만큼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로맨틱한 가수였다.
스태포드는 고상한 창법과 호소력 강한 표현력을 지닌 양질의 가수였다. 스태포드의 노래를 들으면 저물어가는 것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데 그녀의 이런 멋있는 노래 스타일이 잘 표현된 곡 중 하나가 ‘노 아더 러브’(No Other Love)다.
‘그 어느 다른 사랑도 나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지 못 하지요/ 나는 이제 당신 팔들의 위로를 알았기 때문입니다/ 오 내가 매번 당신과 함께 있을 때마다 발견하는 달콤한 만족이여/ 중략/ 나는 당신을 사랑하도록 사랑으로 축복 받았어요/ 별들이 당신 위에서 다 타버릴 때까지/ 달이 은빛 조가비가 될 때까지/ 하략’.
이 노래는 쇼팽의 에튀트 제3번 ‘이별의 곡’을 편곡한 것인데 마치 내버리듯 노래하는 데도 완벽하게 아름답다. 퇴근길에 다시 한 번 더 들어야겠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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