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나가신다. 모두들 물렀거라!’ 지금 전 미국은 ‘배트맨’ 열기에 휩싸여 있다.
영국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지난 2005년 재생시킨 ‘배트맨’ 시리즈 제1편 ‘배트맨의 시작’(Batman Begins)의 속편 ‘암흑의 기사’(The Dark Knight·사진)가 지난달 18일 전국에서 개봉된 이래 할리웃이 세운 여러 가지 흥행기록들을 잇달아 깨고 있다.
팬들의 엄청난 기대 속에 지난달 18일 자정에 개봉된 이 영화는 개봉 첫 주말 사흘간 무려 1억5,840만달러를 벌었다. 이로써 ‘암흑의 기사’는 지난해에 세웠던 ‘스파이더 맨 3’가 같은 기간에 세운 사상 최고 흥행수입 액수인 1억5,110만달러를 깨는 신기록을 냈다. 18일 하루의 총 수입 액수인 6,720만달러도 초유의 기록이며 개봉 10일만에 3억달러를 벌어들인 것 역시 신기록이다.
이 영화는 개봉 11일째인 지난달 28일 현재 총 3억2,430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 개봉 18일째인 오는 4일에 4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가장 빠른 기간 내에 4억달러를 번 영화는 ‘슈렉 2’(2004)로 이것이 개봉 43일만에 이룬 결과라는 것과 비교해 보면 ‘암흑의 기사’의 걷잡을 수 없는 인기도를 짐작할 수가 있겠다.
지금 할리웃은 제작비 1억8,000만달러를 개봉 이틀만에 회수한 ‘암흑의 기사’의 이런 흥행기록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며 또 이 영화가 할리웃 사상 올타임 흥행 챔피언인 ‘타이태닉’의 기록을 과연 깰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다.
제임스 캐메론 감독의 서사적 로맨스 스토리 ‘타이태닉’은 1997년 12월 하순에 개봉된 이래 무려 15주를 흥행 1위를 달리면서 9개월 간 상영 끝에 총 수입 6억80만달러를 올렸다. 이 액수는 지금까지 어느 영화도 깨지 못했는데 이번에 ‘암흑의 기사’가 과연 ‘타이태닉’을 다시 한번 침몰시킬 수 있을 것인지가 큰 관심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타이태닉’의 기록이 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암흑의 기사’가 결국 5억달러를 벌 것으로 예견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 영화는 지금까지 올타임 최고 흥행 제2위인 ‘스타워즈 IV’(1977-4억6,100만달러)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올 여름에는 유난히도 많은 수퍼 히로 영화들이 떼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여름철 대형 팝콘영화로 제일 먼저 개봉된 ‘아이언 맨’에 이어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 제4편과 ‘헐크’와 ‘핸콕’ 등이 모두 1억달러 이상의 수입을 냈다.
그러나 이들 수퍼 히로의 업적은 ‘배트맨’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되는데 그래서 할리웃은 ‘암흑의 기사’의 독주를 하나의 문화현상이라고까지 추켜세우고 있다. ‘암흑의 기사’가 장사가 잘 되는 첫째 이유는 팬들의 반복 관람 때문이다. 수퍼 히로를 숭상하는 젊은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영웅을 여러 차례 보기 위해 같은 영화를 반복 관람하는데 ‘타이태닉’이 흥행 신기록을 세운 것도 10대 소녀들의 반복 관람 때문이었다.
‘암흑의 기사’의 목표 고객은 10대 소년들인데 조사에 따르면 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조차 이 영화를 반복 관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흑의 기사’는 또 영화사가 가장 바라는 4부류의 팬들인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면서 지난 5월에 큰 기대를 걸고 개봉한 ‘스피드 레이서’의 흥행참패로 풀이 죽었던 이 영화의 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WB)의 금고를 채워주고 있다.
또 과거 경제공황시대 사람들이 고생스런 것을 잊기 위해 극장을 찾았듯이 현재 고유가·고물가에 시달리는 미국시민들이 비교적 싼 값에 즐길 수 있는 오락인 영화를 찾고 있는 것도 이 영화의 흥행을 돕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 준수한 영화의 흥행기록 화기에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의 적인 조커 역의 히스 레저 때문이다. 레저는 지난 1월 뉴욕의 자기 아파트에서 실수로 처방약을 과다 복용해 28세의 나이에 죽었는데 이런 비극적 사건과 함께 영화 개봉 전부터 나돈 그의 뛰어난 연기에 대한 소문이 평소 이런 장르의 영화를 외면하던 사람들마저 극장을 찾게 만들고 있다.
히스의 연기는 가히 가공스러울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어서 이 영화는 ‘배트맨’의 영화라기보다 ‘조커’의 영화라고 해도 되겠다. 레저가 사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를 것이 거의 확실한데 그렇게 되면 ‘배트맨’의 역과 베일의 연기를 멀쓱하게 만든 그가 과연 주연상 후보가 될지 아니면 조연상 후보가 될지가 또 하나의 관심사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