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니 뎁이 해적 선장으로 나와 빅히트를 한 ‘카리브해의 해적’ 시리즈 제3편 ‘카리브해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주윤발이 측천무후의 갈퀴 같은 인조 손톱을 한 중국 해적으로 나왔듯이 중국은 해적질의 천국이다.
여기서 말하는 해적질은 17세기 영국의 헨리 모간 선장이 국왕의 재가 하에 대서양과 카리브해를 누비며 행한 해상의 해적질이 아니라 DVD 불법 복제를 뜻한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DVD와 음악 디스크 및 각종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국이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막 개봉된 영화의 해적판 DVD가 개봉 이튿날이면 개당 1.50~2달러에 상점과 거리에서 버젓이 판매되는데 화질도 꽤 좋다고 한다.
오는 8월8일에 올림픽을 시작하는 중국으로선 이 불법 복제가 큰 골칫거리다. 그래서 당국은 지금 ‘해적판 박멸 100일 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전국적으로 불법 복제품 단속을 하고 있는데 물론 주목표는 DVD다. 단속반은 과거 통상 근무시간에만 단속을 해 해적판 장사는 주로 저녁에 잘 됐다.
그러나 ‘100일 작전’ 기간에는 핫라인을 24시간 열어놓고 고발을 접수하고 있으며 e-메일로도 신고를 받고 있다. 그리고 불법 복제품을 파는 상인을 고발하는 시민에게는 14달러 이상의 포상금까지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할리웃 영화는 1년에 고작 10여편 정도 수입하면서 해적판 DVD 단속에는 미온적 태도를 취하자 얼마 전 미 정부는 이런 사실을 세계무역기구에 고발까지 했었다(미 영화계가 해적판 DVD로 잃는 연간 손실액은 수십억달러에 이른다). 그 후 얼마 안 돼 중국 당국은 중국에서 상영 중인 인기 미국영화를 극장에서 일찍 막을 내리게 했는데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미 정부의 고자질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하고 있다.
갈수록 성해 가는 불법 복제를 적극적으로 단속하라는 세계적 압력과 함께 올림픽 개최라는 국가지 대사를 코앞에 놓고 중국은 지금 갖가지 계몽 캠페인과 총단속을 병행하고 있다.
이런 운동에는 홍콩의 인기 스타 재키 챈도 참여하고 있다. 할리웃 스튜디오들은 중국의 반해적판협회와 공조, 두 손으로 화면 구성 제스처를 쓰는 챈의 상반신 모습과 함께 한자와 영어로 “영화를 보호합시다, 해적판에 ‘노’라고 말하세요”라고 적힌 대형 광고판(사진)을 베이징의 비단시장에 내건 바 있다. 이 비단시장은 베이징시 주중 미 대사관이 있는 차오양구에 있는데 불법 복제 DVD 등 짝퉁상품 판매의 온상지. 그래서 차오양구는 반 판권침해 모델과 해적판 자유지역까지 만들었다.
과연 중국 당국이 ‘100일 작전’이 끝난 뒤에도 강력한 해적판 단속을 펴 나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온 나라가 작전중이라는 인상을 풍긴다고 외신은 보도하고 있다.
전국 31개성의 판권관계 관리들은 지난 4월에는 DVD를 포함한 4,700만개의 불법 출판물을 파괴했고 판권 보호를 주제로 한 학생 영화경연대회를 여는가 하면 매일 수백만편의 영화와 TV 프로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7개의 웹사이트와 미국 영화 판권 보호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이들 웹사이트는 상업기구인 영화협회가 불법이라고 통보한 프로는 웹사이트에서 제거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은 자국의 판권 보호 다짐이 거국적이라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최근에는 원자바오 수상 주재 하에 상무위원회 회의를 열고 지적 재산권 보호 지침마저 내린 바 있다. 지침은 보다 강력히 지적 재산권 침해를 단속하고 이것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며 보다 긴밀한 국제 공동작전 관계를 유지하고 또 대중에 대한 계몽을 강화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와 함께 중국 당국은 서방세계에 대해 너무 서두르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지적 재산권 보호당국 관리들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불과 20여년만에 중국이 서방 제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적 재산권 보호 의식을 가질 수는 없다”면서 “어느 정도의 해적판은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오는 부산물이니 인내심을 갖고 지켜 봐 달라”고 부탁했다.
중국 당국의 해적판 단속은 지난해부터 부쩍 강화됐다. 이 단속으로 작년에 체포된 사람은 근 3,000명에 달하는데 이들이 저지른 지적 재산권 침해 액수는 총 2억1,300만달러. 당국은 본보기로 최근 이들 중 한 명인 조우 쳉(40)에게 1만유안의 벌금형과 함께 징역형을 내렸다. 쳉은 베이징의 차오양구에서 해적판 DVD를 개당 2달러에 팔다가 단속에 걸렸는데 그는 해적판 DVD를 팔다가 옥살이를 하게 된 중국 최초의 인민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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