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 전국에는 ‘배트맨‘의 어두운 열기가 화끈하게 타오르고 있다.
재생된 ‘배트맨’ 시리즈의 제 1편 ‘배트맨의 시작’의 속편인 ‘암흑의 기사’ (The Dark Knight)는 오는 18일에 개봉되는데 벌써부터 개봉 당일의 표들이 매진되고 있다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영화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물론 우선 배트맨이 여름철용 팝콘영화의 수퍼 히로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지 클루니가 배트맨으로 나온 ‘배트맨과 로빈’(1997)이 비평가들의 혹평과 팬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배트맨’ 시리즈는 일단 스크린에서 퇴장했었다.
이렇게 혼절한 ‘배트맨’을 재생시킨 사람이 영국인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37·‘메멘토’와 ‘프레스티지’)으로 그는 ‘배트맨의 시작’(2005)에서 시리즈의 내용과 분위기와 인물묘사 등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놓았었다. 그래서 속편은 지난해 시카고에서 촬영이 시작됐을 때부터 미디어와 팬들의 큰 관심사가 됐었다.
그러나 ‘암흑의 기사’가 지금 팬들의 열화와 같은 기대를 받고 있는 까닭은 배트맨(크리스천 베일)의 적인 조커로 나오는 호주 태생의 히스 레저 때문이다. 지난 1월 뉴욕의 자기 아파트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28세로 요절한 그의 연기는 놀란이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말했듯이 “대담하고 보기에 매력적”인 것이다.
레저는 얼굴에 하얀 회칠을 한 옴이 오른 듯한 얼굴과 왼쪽 귀에서 오른 쪽 귀에 이르기까지 쫙 찢어진 입술에 새빨간 립스틱을 문질러 바른 채(사진) 사악한 어릿광대이자 미치광이처럼 구는데 그야말로 눈이 번쩍 뜨이는 경이로운 연기다. 스탠리 큐브릭의 ‘클라크워크 오렌지’에서 알렉스로 나오는 말콤 맥다웰의 연기를 생각나게 하는데 새디스틱하고 무정부주의적이며 고약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다. 이에 비하면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1989)에서의 잭 니콜슨의 조커는 순둥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영화의 진짜 주인공인 배트맨은 오히려 조커의 들러리처럼 보일 정도다. 스크린을 휩쓸어버리는 연기인데 레저의 연기는 벌써부터 내년도 오스카상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레저는 ‘브로크백 산’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었다.)
만약 레저가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면 이는 지난 1994년 이탈리아 영화 ‘우체부’의 주인공 마시모 트로이시 이후의 첫 사후 후보가 된다. 그리고 그가 상을 받게 되면 이는 지난 1976년 영국인 배우 피터 핀치가 ‘네트웍’으로 수상한 후로 최초의 사후 오스카 수상자가 된다.
‘배트맨’시리즈의 단골 팬들 외에도 죽은 레저의 마지막 모습과 연기를 보기 위해 이런 장르 영화를 외면하던 사람들도 ‘암흑의 기사’를 관람하러 극장엘 올 것이라는 것이 영화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런 의견을 반영이라도 하듯 지금 샌디에고와 시카고 등지에서는 18일 자정과 새벽 3시 상영 입장권이 매진됐다고 NYT가 보도했다. 그래서 이 두 도시의 극장들은 상오6시 상영을 추가하기로 했다고.
이런 일은 ‘스타 워즈’등 극소수의 여름철 블록버스터 영화를 제외하고는 좀처럼 보기 힘든 현상이다. 또 NYT에 따르면 개봉 당일의 표를 산 사람들 중 38%가 그날의 일부 또는 전체를 쉴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지난 해 8월 ‘암흑의 기사‘ 배급사인 WB의 초청으로 시카고의 영화촬영 현장을 방문했었다. 하루 종일 촬영과정을 지켜봤는데 단 1장면을 찍기 위해 거의 하루를 전부 사용하는 것을 보고 영화제작의 수고를 알 수 있었다. 영화를 시카고에서 찍은 까닭은 작품의 무대인 고댐시(고댐은 뉴욕의 별칭)를 나타내기에는 시카고의 마천루의 계곡이 뉴욕의 그것보다 훨씬 더 영화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촬영이 끝난 뒤 놀란 감독과 베일 그리고 검찰총장 하비 덴트 겸 복수에 눈이 먼 ‘두 얼굴’의 역을 맡은 아론 에카르트 등과 만나 자유대화식의 인터뷰를 가졌었다. 놀란은 그 때 이 영화가 정의 대 복수라는 윤리적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면서 통상의 수퍼 히로 영화처럼 ‘기분 좋은’ 영화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의 제작비는 1억8,000만 달러로 과연 ‘암흑의 기사’가 올 여름에 나온 다른 수퍼 히로들인 아이언 맨과 인디애나 존스 그리고 헐크와 헬보이 및 핸콕 등을 제치고 수퍼 히로의 챔피언십을 차지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한편 워너 홈 비디오(WHV)는 ‘암흑의 기사’개봉에 맞춰 ‘배트맨의 시작’(Batman Begins)의 2장 짜리 디스크 특집판 HD DVD(50달러)를 출시했다. 디스크 1장짜리는 29달러.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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