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의 재회(하)
승욱이가 BCLC 학교에 방문을 하니 수업을 잠시 멈추고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장면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촬영팀은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학교 입구로 수줍은 미소를 띤 아이가 승욱이를 향해 걸어온다.
“어? 승욱아, 단짝 친구 왔다. 세바스찬 기억나지?” 세바스찬 엄마가 BCLC에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서 승욱이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옆에 초등학교에 가서 세바스찬을 데리고 왔다. 다들 열성이다. 수줍음 많은 9세짜리 세바스찬은 조용히 승욱이에게 “안녕, 나 세바스찬이야” 세바스찬은 자신을 알리기 위해 승욱이의 손을 자신의 귀를 만지게 한다. 둘만의 표시가 있는데 세바스찬은 워낙 귓볼이 둥글고 작게 생겨서(다소 특이하게 생겨서) 언제나 귀를 만지게 해준다. 그러면 승욱이가 바로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세바스찬의 양쪽 귀를 만져본 승욱이는 “아, 나 너 알아” 이런 표정으로 짧은 미소를 날린다. 두 친구는 2년만에 잔디밭에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3년간 승욱이 옆에는 항상 세바스찬이 있었다. 단짝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으니 둘이 손뼉치고 게임을 시작했다. 세바스찬의 구령에 맞춰 “무릎치고, 손뼉치고, 짝짜꿍하고, 손뼉치고, 무릎치고…” 주변 선생님들이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이다. “어머나 세상에 하나도 잊어버리지 않았네. 아이고 기특해라…”
한참을 둘이 마주보고 앉아서 손뼉치고 게임을 하고 있는데 한국에서 온 촬영팀의 질문이 쏟아졌다. “여기가 분명 시각장애 학교인데 어떻게 정상아이가 있죠?” “저도 제일 먼저 이 학교에 와서 궁금했던 거예요. 시각장애학교 맞는데요, 정상 아이가 40% 정도 같이 학교를 다닙니다.” “왜죠? 왜 정상 아이를 장애학교에 보내나요? 뭐 특별한 의미라도 있나요?”“처음 저하고 같은 생각을 우리 촬영팀도 하시네요. 그래요, 미국 엄마들은 일부러라도 어렸을 때부터 장애학교에 정상 아이를 보냅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가르치는 거죠. 세상에 건강하지 못한 친구들도 있는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또 함께 공부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애인 친구와 비장애인 친구가 스스럼없이 친구가 돼요. 여기 보세요, 세바스찬과 승욱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놀잖아요.”
어려서부터 매일 함께 했기에 노는 것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적지 않게 촬영팀이 놀라는 것 같다. 다음에는 학교 여기저기 승욱이의 흔적을 많이 보여주었다. 특히 승욱이가 5세 때, 승욱이를 위해 교실을 만들면서 학교 옆에 가건물을 만들면서 건물 앞에 핸드프린팅을 한 것을 보여주었다. 트리샤 선생님의 손자국과 승욱이의 손자국이 나란히 있다. 승욱이와 트리샤가 건물 앞 핸드프린팅 자리에 손을 나란히 올려놓았다. 트리샤 손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승욱이의 손은 얼마나 많이 컸는지 그것을 보니 세월을 볼 수 있었다.
트리샤도 다시 수업을 들어가야 하고 다음 촬영 스케줄도 있어서 우린 작별을 해야 했다. 트리샤가 승욱이를 꼭 안아준다. 볼에 연신 뽀뽀를 해줘도 승욱이는 영문을 모르는 것 같다. “또 언제 볼까… 우리 천사… 잘 커라…” 또 눈물이 맺혀서 승욱이를 바라본다. 승욱이 녀석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트리샤의 눈물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빠이(안녕)하라고 시키니 손만 연거푸 흔들고 있다. 또 언제 만날지 기약도 없는데 말이다.
학교 건물을 나오는데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학교 앞 조그만 공원에서 풀샷으로 촬영을 한다고 해서 승욱이 손을 잡고 잔디밭을 거닐었다. “승욱, 우리 이 학교를 잊지 말자, 이 곳이 너와 엄마를 가르쳐 준 학교니까. 엄마도 5년간 성장했고, 너 또한 여기서 5년간 성장한 거야. 물론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엄마는 너가 이 학교에 처음 오게 된 것이 굉장한 축복이었다고 생각해. 다음에 올 때는 더 늠름한 모습으로 또 말로 ‘안녕’이라고 인사할 수 있기를 바라. 트리샤가 언제나 이곳에 있었으면 좋겠다.”
2년만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교정을 빠져나오는데 보일듯 말듯 멀리서 트리샤 선생님이 우리가 떠나는 것을 보고 있다.
김민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