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북가주 버클리 인근 에머리빌에 있는 컴퓨터 만화영화 제작사 픽사(PIXAR)를 견학했다. 픽사측은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들을 초청, 오는 27일에 개봉될 만화영화 ‘월*리’(Wall*E)의 시사회와 함께 감독 앤드루 스탠턴과의 인터뷰 및 픽사 내부 안내를 마련했다.
램프가 깡충깡충 뛰어다니면서 영화사 이름 PIXAR의 I자 위에 올라타는 첫 장면으로 낯익은 픽사는 ‘토이 스토리’와 ‘괴물주식회사’ 그리고 ‘니모를 찾아서’와 ‘인크레더블 가족’ 등 빅히트작들을 만든 회사다. 첫 영화 ‘토이 스토리’에서부터 만드는 영화마다 계속해 황금알을 낳은 픽사는 컴퓨터 만화영화에 혁신을 일으킨 회사로 가치는 자그마치 70억달러인데 디즈니의 자회사다. 불과 20여년 전에 시작한 회사로서는 경이적인 발전이라고 하겠다.
오클랜드 공항에 내리자마자 버스로 픽사본부로 갔는데 본관 건물 앞에 대형 램프가 서 있다. 셔츠 차림의 직원들처럼 회사 분위기가 자유롭고 개방적이어서 마치 유원지에 들른 느낌이었다.
우리는 구내 시사회장에서 영화부터 봤다. 장내 불이 꺼지면서 천장에 수많은 별들이 명멸했고 스피커에서는 “짹 짹”하는 새 소리가 흘러나왔다. 지금으로 부터 700년 뒤 황폐화해 천연자원이 고갈된 지구에서 폐물을 처리하는 로버트 월*리와 비행중인 인공낙원 우주선에서 내린 이브와의 로맨스를 다룬 영화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함께 뛰어난 애니메이션과 각종 특수효과가 놀랍기만 했다. 깡통 로보트들의 러브 스토리인 이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픽사 영화의 성공 비결은 마술에 가까운 기술과 잘 결합된 이야기의 인간성에 있다고 하겠다.
영화 직후 ‘스타 워스’ 등의 음향을 고안한 베테런 음향디자이너 벤 버트의 음향제작 시범이 있었다. 버튼은 “이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여서 음향효과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주인공들이 감정과 영혼을 가진 로보트여서 그 특성을 살리기 위해 음성연기도 스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 맡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음향효과에 사용된 2차 대전 때 쓰던 수동발전기와 사다리에 매단 용수철 등 각종 물건들을 써 영화의 효과음을 재생했다.
항상 그렇지만 우리의 프레스 정킷은 강행군이다. 음향효과 시범에 이어 스탠턴 감독을 만났다. 토실토실 살이 찐 얼굴이 소년처럼 순진해 보였다.
스탠턴은 “영화의 주제는 러브 스토리”라면서 “어린 아이들이 주고객이지만 나는 그들이 월*리와 이브의 사랑을 충분히 이해할 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처음 각본을 쓸 때는 주인공들의 대사를 모두 썼으나 로보트들의 생각과 느낌을 충실히 묘사하기 위해 대사를 가급적 적게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또 다른 놀라운 점은 로보트들의 대사를 대신한 감정 표현 연기. 깡통들의 표정 연기가 서푼짜리 인간 배우들의 연기보다 훨씬 낫다.
스탠턴은 250명의 애니메이터들을 지휘해 가며 영화를 완성했는데 마지막 크레딧에 한국인 이름도 꽤 올라 있다. 스탠턴과의 인터뷰 후 우리는 월*리와 이브를 들러리로 하고 그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어 우리는 자칭 픽사대 학장이라는 랜디 넬슨의 안내로 영화사 안을 샅샅이 돌아봤다. 넬슨은 쉬지 않고 청산유수식으로 자기 회사 자랑을 늘어놓았다.
1,000여명의 사원이 가족적 분위기에서 일하며 본관을 들어서자마자 있는 큰 홀은 마을의 광장처럼 전 직원의 회합장소요 모든 자원의 집합소라고 한다. 전 직원들은 정기적으로 건의사항을 적은 종이비행기를 2층에서 아래 홀로 날리는데 이 건의내용을 픽사의 최고 간부 스티브 잡스가 일일이 검토한다는 것.
픽사는 체육관과 축구장과 배구장에 마사지실과 수영장 그리고 연수원까지 갖춘 완전한 하나의 마을이었다. 스탠턴의 말처럼 아귀다툼을 하는 LA의 압력을 안 받고 외따로 떨어진 평화로운 ‘마을’에서 일을 하니 신선한 아이디어가 절로 나올 법도 했다.
픽사는 원래 조지 루카스의 컴퓨터 애니메이션부가 전신이다. 이것을 애플 컴퓨터에서 나온 스티브 잡스가 1985년에 1,000만달러에 매입, 픽사라고 명명했다. 그는 이어 컴퓨터 애니메이터 존 래시터와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 에드윈 캐트멀을 고용, 현재의 픽사로 성장시켰다. 픽사는 지난 2006년 디즈니가 74억달러를 주고 샀는데 잡스와 래시터와 캐트멀은 현재 모두 디즈니와 픽사의 최고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
‘픽사’는 TV 스크린과 컴퓨터 모니터 위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기본 유닛(Pixel)과 아트(Art)의 합성어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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