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6일은 현충일이다. 조국을 위해 싸우다가 숨진 군인들을 추념하는 날이다. 6월은 또 6.25사변이 일어난 달이다. 한국 사람치고 직·간접적으로 이 비극적 내전의 희생자가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도 이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사람이다. 9.28 서울 수복과 함께 공산군이 북으로 후퇴하면서 나의 아버지를 납치해 갔기 때문이다. 그 뒤로 나의 어머니는 나와 내 여동생을 혼자 키우시느라 모진 고생을 하셨다.
이산가족의 한 사람인 나는 근 20년 전 평양을 방문했을 때 아버지의 생사 여부나마 확인하려고 했지만 별무 소득이었다. 그 때 느낀 허탈감이란 거의 진공상태와도 같은 것이었다. 생이별의 아픔은 당해 본 사람들만이 안다.
그래서 난 지금으로부터 31년 전 북한 스파이들에게 어린 딸 메구미를 납치당한 이래 딸의 행방을 찾으려고 몸부림쳐 온 소녀의 부모 시게루와 사키에 요코다의 고통과 슬픔과 안타까움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다.
메구미 요코다는 1977년 13세 때 일본의 항구도시 니이가타(북한의 북송선 기항지)에서 북한 간첩들에 의해 납치됐다. 북한은 1970~80년대 간첩들을 위한 일본어와 일본인의 생활습관 교육용으로 주로 20대의 일본인들을 납치해 갔었다.
북한의 김정일은 2002년 고이즈미 준히치로 전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납치사실을 시인했다. 당시 그들은 모두 13명의 일본인들을 납치했다고 발표했다. 그 후 이 중 5명은 일본으로 귀국했는데 나머지 8명은 모두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메구미는 1994년 목을 매 자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에서 한국인과 결혼, 딸 혜경이까지 낳은 메구미가 자살했다는 것을 메구미의 부모는 믿지 않았다. 이들의 진정에 따라 일본 조사팀이 평양에 가서 메구미의 유해를 가져와 DNA 검사를 한 결과 메구미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북한측은 지금까지도 메구미의 자살을 주장하고 있다.
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는 지금도 일본과 북한 간의 관계 정상화와 일본의 대북 지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북한측이 자국인 납치사건의 진상을 확실히 밝힐 것을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그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메구미의 납치는 워싱턴 DC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계 다큐 제작자이자 감독인 패티 김과 그녀의 남편 크리스 쉐리단이 만든 기록영화 ‘납치: 메구미 요코다 이야기’(Abduction: The Megumi Yokota Story·사진)에서 극적으로 상세히 묘사되었다.
메구미 부모의 끈질긴 딸의 행방에 대한 추적과 다른 피랍자 가족들과의 연대행동을 통한 생존자 귀환운동 등을 마치 미스터리 스릴러를 만들듯 흥미 있고 또 감동적으로 그렸다. 특히 평양에 사는 메구미의 딸 혜경이가 일본에 있는 조부모에게 보내는 비디오 편지와 죽기 직전까지 납치된 아들과 딸들을 찾는 아버지와 어머니들의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이 영화는 DVD로도 나왔는데 온라인 www. abductionfilm.com으로 구할 수 있다.
메구미의 이야기는 반전노래 ‘블로인 인 더 윈드’를 부른 피터 폴 앤 메리의 한 사람인 노엘 폴 스투키에 의해 음반으로도 나왔다. 일본에서 나온 이 CD에는 ‘메구미를 위한 노래’ 등 모두 4곡이 수록됐는데 타이틀 곡 가사 중에는 일본어도 섞여 있다. 스투키는 청승맞을 정도로 처량하게 이렇게 노래 부른다.
‘메구미, 내게 말해 다오/ 곧 내 곁에 있으마 하고 말하거라/ 너 없는 너무나 많은 내일들, 슬픔의 눈물이 내 눈을 채우는구나/ 중략/ 내게 돌아오너라, 메구미/ 이 바다의 파도를 넘어 네 영혼을 보내 다오/ 내 가슴이 그것을 듣고 너를 집으로 안내하리라.’ 한과 슬픔이 가득한 노래다.
스투키는 지난해에 신조 아베 수상과 메구미의 부모가 참석한 공연에서 이 노래를 불렀었다. 그는 “이 소녀에게 가해진 일과 그녀의 가족에게 미친 감정적 결과에 관해 읽고 고통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해 작곡했다”고 말했다.
한편 스투키의 노래를 들은 패티 김은 내게 e-메일로 느낌을 보내 왔다. “우리는 스투키씨가 노래를 작곡한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면서 “그의 노래가 메구미의 가족에게 위로가 되고 아울러 사람들을 고무시켜 이 가족을 돕는데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납치: 메구미 이야기’는 오는 19일 공영 TV방송 PBS에서 방영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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