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은 ‘올드 블루 아이즈’ 프랭크 시내트라가 82세로 사망한지 10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10주기를 기념해 우표가 발행되고 책과 CD와 DVD 컬렉션이 나오는가 하면 터너 클래식 무비즈(TCM)는 이달 내내 매주 일요일과 수요일에 그의 영화들을 방영한다.
‘이사장’이요 ‘목소리’라고도 불렸던 시내트라는 절제된 테크닉으로 팝송에 스타일을 부여하고 또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킨 가수다. 그의 로맨틱하고 약간 우수가 깃든 창법은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독특한 것이었다.
본인이 스스로를 ‘살룬가수’라고 불렀듯이 매캐한 연기가 자욱이 밴 벨벳 감촉이 나는 바리톤 음성으로 읊조리듯 부르는 그의 노래는 칵테일과 함께 들어야 제 맛이 난다. 버본을 마시고 담배를 태우며 흥얼흥얼대듯 부르는 시내트라의 노래는 팝보다 재즈풍의 것들이 훨씬 더 멋있다.
그의 18번인 ‘마이 웨이’(폴 앵카 작곡)와 ‘뉴욕 뉴욕’도 좋지만 나는 그가 까칠까칠한 음색으로 부르는 재즈기를 갖춘 노래들을 즐긴다.
‘문라이트 인 버몬트’ ‘비위치트’ ‘아이브 갓 유 언더 마이 스킨’ 그리고 ‘콜 미 이리스판서블’과 ‘나이트 앤 데이’ 및 ‘오텀 인 뉴욕’ 등이 내가 좋아하는 시내트라의 노래들이다.
시내트라의 느긋하고 흔들흔들 대는 듯한 노래풍이 만개한 것은 그가 1950년대 초 캐피톨 레코드와 계약을 맺으면서였다. 그는 1940년대 말부터 가수와 배우로서 모두 슬럼프에 빠졌었다. 시내트라는 그 때 컬럼비아 레코드에서 캐피톨로 자리를 옮긴 뒤 유명 지휘자요 편곡자인 넬슨 리들을 만나면서 전성기에 들어서게 된다. 리들은 시내트라에게서 재즈적 감성을 발견, 그의 많은 노래들을 재즈 스타일로 편곡해 크게 히트했었다.
캐피톨과의 10년간 그의 최고의 노래들이 취입됐는데 많은 곡들이 ‘토치 송’(비련의 노래)들이다. 그의 이 노래들을 듣노라면 심장이 다 노곤해지는데 그가 이렇게 감상적인 노래들을 부른 까닭은 황홀하도록 선정적인 글래머스타 아내 에이바 가드너와의 이혼 후유증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의 또 다른 아내는 역시 배우인 미아 패로였다.
생애 총 58편의 영화에 나온 시내트라가 배우로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그를 재생시켜 준 영화가 오스카 작품상을 탄 ‘지상에서 영원으로’(1953)였다. 그는 여기서 천하태평 성격에 반항적인 육군 졸병 마지오로 나와 군영창장 어네스트 보그나인에게 박박 기어오르다가 매 맞아 죽는 역으로 오스카 조연상을 탔다.
살아 있을 때 이미 전설이 된 시내트라는 뉴저지 항구 도시 호보켄(영화 ‘워트프론트’의 무대)에서 태어났다. 가난한 젊은 시절 항구의 건달들과 사귀면서 시작된 그와 무법자들 간의 인연은 시내트라가 유명해진 뒤에도 계속돼 그는 늘 ‘마피아의 친구’라는 오명을 달고 다녀야 했다. 콩쿠르대회서 우승한 것을 인연으로 맨해턴으로 진출, 당시 빅밴드의 제1인자였던 타미 도시악단의 전속가수가 되었다. 푹 패인 양 볼과 허기진 새파란 눈동자에 비쩍 마른 시내트라가 비음 섞인 폭신한 음성으로 부르는 로맨틱한 노래에 10대 소녀들이 죽는다고 아우성들을 쳐댔었다.
시내트라의 노래들 중에서 특히 러브송이 간절히 어필해 오는 까닭은 그가 벌거벗은 감정의 진액을 호소하듯 전달해 주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을 무아지경으로 빠져들게 하는 노래의 감정적 힘을 잘 파악했던 가수였다.
시내트라는 딘 마틴,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피터 로포드 및 조이 비숍 등과 함께 ‘랫 팩’을 구성해 한때 샌즈호텔을 아지트로 베가스 쇼무대를 주름 잡았었다. 이들이 총 출동해 베가스의 카지노를 터는 영화 ‘오션의 11인’(Ocean’s Eleven·1960)을 보면 장난기 짙은 아이들 같은 이 무리들의 생활스타일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지난 2001년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핏 주연으로 리메이크 돼 빅히트, 두 편의 속편까지 만들어졌다.
악동 기질과 신사적 세련미를 함께 갖췄던 시내트라는 쿨 가이였다. 그는 드러매틱한 창법으로 노래에 귀족적 품위를 가미, 팝송을 듣고 감각하는 방법을 완전히 새로 바꿔 놓은 가수였다.
워너 홈비디오(WHV)는 시내트라 사망 10주기를 맞아 4편의 DVD 컬렉션을 출시했다.
▲The Rat Pack Ultimate Collector’s Edition-’오션의 11인’ 등 4편. ▲ Golden Years-’황금의 팔을 가진 사나이’(The Man with the Golden Arm·사진)등 5편 ▲The Early Years-’키스 도둑’(The Kissing Bandit)등 5편. ▲The Frank Sinatra & Gene Kelly Collection-’수병들의 휴가’(On the Town)등 3편. ▲’시내트라’(Sinatra)-기록영화.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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