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할리웃에서 가장 재능 있는 배우 중 하나로 28세 때 ‘채플린’으로 오스카 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문제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본격적으로 스크린에 복귀하는 해라고 하겠다.
다우니는 오늘(2일) 개봉되는 할리웃의 여름시장을 여는 액션 모험물 ‘아이언 맨’(영화평 2일자 ‘위크엔드’판)에 주연한데 이어 올 여름에 나오는 할리웃의 수퍼스타와 전쟁영화를 풍자한 ‘열대 천둥’에서는 오스카상을 5번이나 탄 흑인 배우로 나온다. 그리고 가을에는 실화로 정신파탄을 일으켜 LA 노숙자가 된 줄리아드 출신의 바이얼리니스트와 사귀는 LA타임즈 기자로 나온다.
불과 7년 전까지만 해도 약물중독으로 치료소와 교도소를 들락거려 할리웃에서 버린 자식 취급 받은 다우니로서는 완벽한 변신이요 갱생이다.
이제는 약물 대신 요가와 쿵푸로 심신을 단련하고 있는 다우니는 단단한 몸을 지니고 있었는데 인터뷰에서 “과거는 이제 잊고 싶다”며 자신이 과거의 생활태도를 버리고 심적으로 변화를 일으킨 ‘아이어 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와 같음을 암시했다.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들과 다우니와의 인터뷰가 지난 달 27일 뉴욕의 왈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서 있었다. 짧게 깎은 머리에 턱수염을 기른 다우니는 매우 진지하면서도 코믹했는데 신이 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소 눈알을 굴려가며 질문에 답했다. 그러나 그에게서는 아직도 악동 기질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우니는 자기는 지난 5년간 해온 얘기(약물중독)를 이젠 더 이상 하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수퍼 히로가 되기 위해 스타크역을 맡으려고 집요하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역을 위해 열심히 신체단련도 하고 또 스크린 테스트까지 했다. 그 결과 쇠옷 입고 연기하기가 너무 힘들었지만 정말 신났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의 흥행 성패에 관해선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나는 다우니가 이 영화의 홍보를 위해 최근 서울을 다녀온 경험에 대해 물었다. 다우니는 “한국에서의 기자회견은 연기를 뿜어내는 레이저 쇼와 한국인 힙합그룹의 ‘아이어 맨’ 노래 등이 있는 프리미어와도 같은 대단한 행사였다”면서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고 큰 눈알을 굴려댔다.
그는 이어 다국적인 우리 회원들을 염두에 둔 듯 “나는 어느 나라가 보다 능률적인지는 말하고 싶지 않지만 중요한 시장인 한국이야말로 철저한 준비를 한 나라임에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우니는 회견 후 기자와 사진을 찍을 때 내 귀에다 대고 “한국이 가장 능률적인 나라였어”라고 속삭였다. 나는 다우니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만족을 표했다.
그는 이어 영화에서 자기 비서로 나오는 그위니스 팰트로와의 화학작용은 정말로 좋았다고 말했다. 다우니는 팰트로가 “영화와 가정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을 보고 나도 내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되새기게 됐다”면서 “이 자화자찬식 홍보활동이 끝나고 LA로 돌아가 다시 제 정신을 차리고 싶을 뿐”이라고 3주간의 홍보활동에 대한 피로감을 피력했다.
잘 나가던 회견은 우리 회원 중 한 명이 다우니의 과거 여자들과 현 부인 수전에 관해 물으면서 잠시 긴장된 순간을 맞았다. 다우니는 이 질문에 눈알을 부라리면서 F자 상소리와 ‘갓대밋’을 동시에 써가며 “난 단지 영화를 선전하려고 할 뿐이니 제발 날 좀 내 버려둬 달라”고 하소연을 겸한 역정을 냈다. 그는 이어 “나는 당신이 내가 누구와 섹스를 했고 또 잤는지에 관해 쓰려고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면서 “내가 그런 얘기를 하면 그들이 화를 내기 때문에 이젠 더 이상 말을 못하겠다. 미안하다”고 잘라 답했다.
다우니는 얼마 후 화가 다소 식었는지 질문한 기자에게 “내가 공격적이었다면 사과한다”면서 “내 옛 애인들에 관해 말을 하긴 하겠는데 우선 당신이 궁금한게 도대체 뭐요. 난 그저 당신들이 즐겁기를 바랄뿐이다. 난 그것이 내 일인지 알고 있다”고 한탄조로 말했다. 난 다우니의 이 말과 표정을 듣고 보면서 스타라는 것이 비록 돈은 많이 벌지 모르나 참으로 고된 직업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다우니가 이렇게 역정을 낸 데는 과거 그의 약물중독과 여성 편력을 신이 나서 써댄 언론에 대한 반감이 작용하고 있다. 다우니도 “우리 배우들과 언론 간에는 ‘우리와 그들’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시인했다. 이런 언론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대취해 반유대인 발언을 해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았던 멜 깁슨과의 인터뷰 때도 경험했었다.
‘문제아’의 탈을 깔끔히 씻어내고 성숙한 40대가 된 다우니는 현재 영화제작자인 아내 수전과 어린 딸과 함께 LA 서쪽 브렌트우드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그에게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 인디오(14)가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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