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창업으로 불경기 속에서도 매출 1,200만달러를 내다보는 ‘에이미즈 클로젯’의 에이미 정 사장.
의류회사 ‘에이미즈 클로젯’의 직원들이 오랜만에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멋을 잔뜩 부리고 카메라 앞에 섰다. 맨 앞이 에이미 정 사장.
의류회사 ‘에이미즈 클로젯’ 에이미 정 사장
사람마다 열정의 온도가 다르다. 창업 2년 만에 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의류회사 ‘에이미즈 클로젯’(Aimez Closet)의 에이미 정 사장, 그녀의 열정은 차갑다. 회사 브랜드를 키우는 것보다 지금은 ‘돈이 되는 아이템’이 우선이다. 불경기가 기회라며 뛰어든 패션이란 변화가 많은 산업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단다. 피팅 모델을 할 만한 늘씬한 키에 복스러운 얼굴이 예쁘고, 애교 넘치는 눈웃음은 더 예쁘다. 돈 버는 마력이 밝고 활달한 성격, 긍정적인 삶의 태도라는 그녀의 분석, 전적으로 동감이다.
‘옷이 좋아’ 전공 뒤로 단칸 사무실서 시작
창업 2년만에 800만달러 매출 올린 사업가로
‘직원과 함께 하는 회사’가 사업 성공 비결
‘에이미즈 클로젯’의 브랜드들.
어릴 적부터 ‘내 꿈은 정 사장’이라고 말했던 그녀가 정말 정 사장이 됐다. 불경기에 무슨 사업을 벌이느냐고 모두들 말릴 때 그녀는 내 자신에게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로 사장 명함을 팠다. 그리고 3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직원 13명이 모두 한 마음으로 일하는 가족 같은 회사의 사장이다.
20대 후반에 단칸방 사무실에서 시작한 의류회사가 창업 1년 만에 매출 400만달러, 2년째는 800만달러의 매출액을 올렸다. 올해 목표가 1,200만~1,300만달러라고 힘주어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선 패기와 에너지가 느껴진다.
에이미즈 클로젯의 주 아이템은 주니어, 미씨, 니트 탑. 주로 유통업자 브랜드(private label)를 생산하는 회사지만, 그녀 자신의 브랜드도 3가지이다. 빅토리아 시크릿과 노스트롬, 엘로이 등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시비스’(Civies: Civilian Clothing)가 있고, 하이엔드 브랜드로 ‘에이미즈 클로젯’이 있다. 조만간 ‘미니 초이’(Mini Choi)라는 브랜드의 애견 패션도 추가할 예정이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핑크 무드가 나는 회의실에서 마네킹이 입고 있는 그래픽 프린트 티셔츠를 쳐다보고 있으려니, 올 여름엔 저 옷을 입고 아카폴카로, 하와이로, 마우이로, 어딘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션 인더스트리가 디자인, 세일즈 랩, 바이어 3박자가 잘 맞아야 하는데, 전 운이 좋았습니다. 게다가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소자본 창업인데도 하나 파이낸셜의 팩토링으로 사업을 꾸려갈 수 있었죠.”
자본이라곤 부모에게서 받은 결혼자금. 고맙게도 평소 친분이 있었던 공장 사장님이 사무실 한 칸을 내주었다. 한 달 렌트비 500달러의 조그만 사무실에 책상 하나 두고 창업한 회사다.
사장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만 버텨낸다는 의류 회사 에이미즈 클로젯의 패턴 디자인실.
“직원 모두 사장처럼 일해요”
무일푼이나 다름없는 소자본으로 경험마저 없이
신념과 의지 하나로 도전
‘버는만큼 직원과 함께’ 경영철학이 적중…
인지도 높은 소매로 승부할 터
여성 창업-에이미 정사장
게다가 디자이너 출신도 아닌데 ‘옷이 좋아’ 의류회사를 차렸다. 워싱턴 주립대에서 경제학과 중국어를 전공한 그녀에게 밑천이라곤 의류제조업체 고객관리 담당으로 일한 4년간의 경험이 전부였다.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지금이 아니면 도전해 볼 수 없다는 신념과 의지는 확고했다. 나의 꿈을 위해 오늘 나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리라는 각오. 회사명을 두고 고민하다가 그녀의 옷장 속에 간직하고 싶은 옷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에이미즈 클로젯’(에이미의 옷장)으로 정했다.
“디자이너가 설립한 의류회사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싶어 하지만, 저 같은 사람은 ‘먼저 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사업가 기질이라고들 해요. 앞으로 ‘포에버 21’처럼 미국 내 인지도가 높은 리테일(소매)로 승부하고 싶습니다.”
창업 1년 만에 단칸방을 떠나 렌트비 6,000달러를 내는 창고형 사무실로 옮겼다. 당시 직원은 7명으로 불어난 상태였다. 패턴 공부를 했던 그녀의 어머니가 합세했고, 한국에서 서점 도매업을 했던 아버지에게 경영과 직원 관리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난 것도 이 무렵이었다. 1년에 절반 이상은 뉴욕, 남미, 동남아, 유럽으로 출장을 다니는 그녀를 여러 면에서 뒷바라지 해주는 남편이다.
“은퇴하고 목회를 하는 아버지가 저를 위해 항상 많은 기도를 해주세요. 좋은 사람이 주위에 있도록,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해달라고요. 기도가 통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작은 회사지만 ‘성장해가는 회사’라는 믿음이 있어서 사장보다 직원들이 더 열심히 일해요. 그래서 10년 뒤엔 직원들이 하고 싶은 것을 ‘같이 하자’고 말하죠. 시작은 내 아이디어였지만 끝은 모두의 아이디어인 회사가 모두가 즐겁게 일하는 직장이잖아요.”
직원에게 가장 고마운 순간 보너스를 책정하는 사장, 월급 올려달라는 생각도 들기 전에 월급을 올려주는 사장, 버는 만큼 직원들과 나누어 갖겠다는 예쁜 마음이 그녀의 경영철학이다.
20대 여성의 창업이 여러 면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경험을 쌓기엔 너무 젊고, 자본을 확보하기도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나 그녀를 보니 여성 창업 시장의 전망이 그 어느 때보다 밝다는 생각이 든다. 한번 도전해볼 가치가 느껴진다. 요즘은 여성이 주 소비층 아닌가. 여성이 운영하면서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삼는 W2W(우먼 투 우먼) 비즈니스, 불경기를 극복하는 성공적인 창업 노하우는 바로 여성의 마음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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