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래 <커네티컷 브리지포트대학 경영학 교수>
이명박 대통령께서 좋은 대접을 받아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다졌다면, 다음달 6일엔 개별 주식 선물이 한국 증권 거래소 상장된 종목 중 국민은행 삼성전자 포스코등 15개 종목에 대하여 시작된다. 4대 파생상품인 주가지수 선물, 주가지수 옵션, 개별주식 옵션에 이어 개별주식 선물이 소개되어 최고의 금융 선진국과 같은 수준이 되는 것이다.
선진국 수준의 상품이 소개만 되는 것이 아니라 2007년도 코스피200 지수 옵션 거래량은 26억 4300만 계약(1 계약은 100주)으로 세계 2위인 다우존스 유로50 지수 옵션 거래량보다 무려 10배 이상 많다.
그런데 2002-2006년 코스피 지수 선물 옵션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2조842억원을 잃었고, 반면 증권사는 7556억원, 외국인은 1조3286억원을 땄다고 한다. 여기서 증권사의 7556억원과 외국인의 1조3286억원의 수익을 합하면 정확히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인 2조842억원이다. 이는 ‘제로섬 게임’ 특성 때문이다. 내가 800달라를 잃으면 상대방은 더도 덜도 아닌 정확하게 800달라를 딴다. 주식에서는 작년에 중국 펀드에 투자한 모든 사람이 웃었고, 금년 중국 펀드에 투자한 모든 사람이 모두 실망 하듯 같이 웃고, 같이 울 수 있다. 그러나 파생상품의 경우는 다르다.
새로운 파생상품의 출현은 좋은 기회가 된다. 운동경기에서 우열을 가리지 못하여 공동우승으로, 노벨상의 경우도 공동수상이라는 제도가 있다. 선거 같은 경우에는 두 후보가 동수의 표를 얻었다고 두 후보 모두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할 수 없고, 한국의 IMF 위기 당시 많은
국민에게 꿈을 주었던 박세리선수의 메이저 골프대회 연장전 우승과 같이 파생상품의 경우도 꼭 한사람의 승자와 패자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개인 투자자들은 몇 조원을 파생상품으로 잃고, 그 손실금액 전부를 외국인과 기관들은 따가는 것일까. 아마도 파생상품의 ‘제로섬 게임’ 특성만 생각하여 누군가는 꼭 딴단다, 그것은 도박과 같은 것이다 (도박도 ‘제로섬 게임’ 특성이 있다) 하여 마치 고스톱에서 ‘못먹어도 고’를 해야 진정한 고수로 대접(?)받는다는 착각(?) 때문일까. 그러한 모험정신을 꼭 해롭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우리가 이만큼 선진국 문턱에 와있게 한 동력의 하나였는 지도 모른다. 위험을 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맞서려 하는 정신이 없었다면 경부고속도로나 현대 조선소, 포항제철과 같은 한강의 기적이 안 나왔을 수도 있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 가야 할 것이 개인투자자들은 학생들이 몇백 페이지의 책을 공부하고도 마지막 한페이지를 읽지 않아 낭패를 보는 경우와 비슷하다. 많은분들이 경험을 하였듯이 교수님들은 꼭 공부 하지 않은 몇 페이지에서 문제를 내어 괴로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파생 상품도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옵션등 파생상품이 대박을 가져다 줄 수 있고, 도박과 같은 ‘제로섬 게임’ 특성이 있다하니 두둑한 배짱으로 투자하고 운에 맡겨 보자는 식이다. 그러나 옵션등 파생상품시장의 상대방은 여기에 한 페이지를 더 공부하고 오는 데, 그것은 상식적 분석이다.
그렇다면 많은 고급 정보가 필요한 것인가. 미국에서는 2000년 10월 23일 나온 정보공개법에 의해 어느 누구도 정보를 단 일분이라도 먼저 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정보의 싸움이 아니라 분석의 싸움이다. 같은 정보로 누가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한가의 경쟁이다. 그래서 며칠 전 많은 수익을 올린 소액 투자자 학생의 예를 소개 하려한다.
광고 시장은 신문등의 전통적인 광고 매체 보다는 인테넷을 이용한 광고가 몇배 빨리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사가 뉴욕타임지도 지난분기에 적자를 봤다는 내용과 함께 보도됐다. 또 다른 기사는 2004년 12억달라이던 구글의 인테넷광고 수입이 금년도에는 80억달라로 증가하는 반면 2004년 인터넷광고 수입이 16억달라로 구글보다 많았던 야후는 금년도 반도 안되는 35억달라로 예상하고, 구글이 분기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는 것 등이다. 상식적인 투자자들이 구글의 향상된 실적 발표를 예측하기에 충분한 기사들 이었다.
그러자 한 학생이 산악 자전거를 사려고 모아둔 900달라를 투자해보고 싶다고 하여, 인테넷을 통해 브로커리지 구좌를 열고, 구글 주식을 사는 대신에 구글 콜 옵션을 사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여 해보도록 하였다. 구글주식을 450달라씩 2주를 사는 대신 0.30달라인 구글 콜옵션(행사가격 510, 주식가격이 오르더라도 510달라로 살 수 있는 권리) 3천주를 샀다. 구글의 30퍼센트 수익 증가 발표로 주가는 540달라로 20퍼센트 상승하였다. 주식에 투자한 경우도 적지않은 20퍼센트 수익을 냈지만 구글 콜옵션 투자자는 주당 30달라(540-510)씩 3천주로 약 100배인 88,000달라 수익을 내어, 자전거를 사려던 900 달라로 88,000달라짜리 고급 승용차를 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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