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으로 오세요?
자녀가 장애가 있어서 미국으로 교육을 시켜보겠다고 알음알음으로 연결이 돼서 한국에서 오신 K의 부모님을 집근처에서 만나게 되었다. K는 조산으로 태어나서 장애와 정상의 경계에 있는 장애 정도를 가지고 한국에서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느려서 언제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고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많이 당하는 아이의 부모는 너무 마음이 아팠던 거다. 아이가 고학년으로 갈수록 수업 따라가는 것도 힘들고 일반학교 교육이 점점 힘들어져 미국으로 오려는 결정을 힘들게 한 것 같았다.
K의 평상시 모습을 비디오에 담아온 것을 함께 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너무 정상 같아서 “무슨 장애가 있는지 모르겠는데요?” “그게 문제예요. 거의 정상 같은데 장애가 있는 거 말이에요.” 난 속으로 ‘우리 승욱이가 이 정도만 되어도 난 걱정이 없겠다’라고 생각을 했다.
“장애가 있으려면 확실히 있던지 없으려면 완전 정상이던지 딱 중간 경계에 걸려 있으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어요. 점점 나아지겠지 기다리다가 애가 5학년이 되었어요. 이젠 미국으로 오는 것을 더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아요.” “미국에 오시면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나요?” “일단 왕따는 시키지 않을 것 아니에요. 학교 친구들이 왕따 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정상 아이들의 부모들이 우리 애를 왕따 시킨다니까요. 그걸 못 참겠어요.”
아이의 엄마가 마음고생이 많았는지 눈물을 흘리신다. “제가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미국에서 이 정도 장애는 장애도 아니에요. 너무 걱정 마세요.” 엄마는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많이 힘드셨죠? 그래요. K네 가정만이 가지고 있는 아픔이겠어요? 얼마나 많은 장애 가정이 이렇게 마음 아프게 사시고 있는지 제가 조금 알아요. 울지 마세요.”
아이를 교육시키려 무던히도 노력을 한 K 부모님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들어주었다. 벌써 미국에 와서 교육기관과 단체도 많이 알아본 모양이었다. 사람들도 다 만나고 며칠 후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오겠다는 결심이 확고했다. “부모님은 이곳에서 뭘 하시면서 사시려고요?” “일단 아이를 데리고 와서 뭘 할지 결정하려고 합니다.” 난 “한국에 직장도 있으시잖아요.” “애가 우선이지 직장이 뭐가 대수겠어요. 이번 기회를 놓치면 우리 아인 영원히 왕따 아닌 왕따로 살아갈지도 몰라요.”
난 긴 한숨을 쉬었다. “아이는 미국에서 교육을 받으면 한국에 있는 것보다 확실히 좋을 겁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그럼, 애만 바라보고 사실 건가요?” “네, 아이에게 앞으로 3년간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애에게만 전념할 겁니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하다.
K의 부모님은 “승욱이 어머니는 한국에서 특수교육 안 시켜보셨죠?”
“네.”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모르시죠? 특수교육 기관마다 자기네들의 교육이 최고라고 하고 서로 비방하고 우리 아이의 정확한 장애 정도도 얼마 전에야 알게 되었어요. 이 병원가면 자폐라고 하고, 저 병원가면 저지능아라고 하고, 또 다른 병원에 가면 알 수도 없는 병명을 붙여주니 우린 누구를 믿고 아이를 맡깁니까?” “그래도 미국에 오셔도 어려운 점이 있어요. 신분문제, 언어문제, 지리적으로 또 대인관계도 처음부터 형성하셔야 하고…” “우린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한국보다 더 힘들겠습니까?”
‘아… 도대체 어떻게 조언을 해드려야 할까’ 굳은 의지와 희망에 찬 K의 부모님의 얼굴을 뒤로 하고 난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승욱이를 교육시켜 보지 않아서 난 한국의 특수교육 실정에 대해 말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간접 경험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에서 오시는 장애 부모님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의 특수교육 실정이 얼마만큼 되는지 대충은 알 것 같다. 왜들 그렇게 한국을 떠나오시는지 나도 아이를 데리고 미국에 온지 8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래도 내가 한국을 떠나올 때보다 좋아지지 않았을까? 아직도 뭐가 그리 부족한 걸까. 너무 궁금하다. 너무 알고 싶다.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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