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왜 그렇게 조지 클루니(46)를 좋아하는지를 내가 깨달은 것은 지난달 14일 그를 두 번째로 만나고 나서였다. 그 날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는 오늘(4일) 개봉되는 풋볼 로맨틱 코미디 ‘레더헤드’(Leatherheads-영화평 4일자 위크엔드판)를 감독하고 주연도 한 클루니를 인터뷰했다.
으레 인터뷰가 끝나면 있는 기념촬영 때였다(사진). 나는 클루니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면서 “다시 만나 반갑다”고 했더니 그는 내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하우 아 유 홀딩 업”(어떻게 잘 지내고 있니)이라고 물었다.
그동안 많은 스타들을 인터뷰했지만 마치 오랜 지기나 만난 듯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난 그 때 ‘아 이래서 사람들이 클루니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내가 클루니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토론토 국제영화에 출품된 ‘마이클 클레이턴’관련 인터뷰 때였는데 도무지 수퍼스타 티를 안 내어 대하기가 너무나 편하고 쉬웠다. 처음 봤는데도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친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어찌나 농담을 잘 하는지 그는 인터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어 놓는다. 토론토에서의 인터뷰 때 “왜 결혼해 아이 안 낳느냐”는 물음에 그는 “당신들이 다 내 자식들인데 내가 왜 아이가 더 이상 필요하느냐”며 능청을 떨어댔었다.
클루니는 자기를 완전히 개방하는 아주 솔직한 사람이다. 지난달 인터뷰 때도 그는 유명에 관한 질문에 대해 “난 그게 재미있고 또 그것을 즐긴다”고 답했다. 그리고 나서 “내 유명은 순전히 운 때문”이라고 말할 줄 아는 겸손함도 지녔다. 그는 아직까지는 결혼도 자녀도 원치 않는 철저히 자기 인생을 즐기는 사람인데 8명의 아이들의 대부다.
클루니는 지난 3월3일자 타임지 표지인물로 선정됐는데 필자인 조엘 스타인은 그를 ‘마지막 영화 스타’라는 제하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는 클루니를 자신을 스스로 농담의 대상으로 삼아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는 처세술을 지닌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는 이어 클루니는 자기에 대한 악성 거짓까지도 유머로 대처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클루니는 스타라는 명성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냥 어쩌다 스타가 됐으니 그걸 즐기면 된다는 것이다. 유명이 손에 맞는 장갑처럼 잘 어울리는 사람인데 그렇게 유명하면서도 보통 사람처럼 굴어 만나보면 수퍼스타라는 부담감을 못 느끼게 된다. 이를 놓고 시드 게이니스 아카데미위원장은 “옛날의 그레고리 펙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시대의 케리 그랜트라고도 불리는 클루니는 영화 제작자와 감독과 각본가와 배우로서뿐 아니라 세계를 돌며 인권과 종족분쟁 그리고 기아와 사회적 불평등 문제 등을 해결하러 다니느라 매우 바쁘다. 특히 그는 수단의 다푸르 분쟁에 깊은 관심을 둬 지난 1월에는 유엔 평화사절 자격으로 그 곳을 다녀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올해 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인권 개선을 위해 자기의 유명을 이용, 중국 정부에 은근히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는 또 미 대통령선거 예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선 버락 오바마의 열렬한 지원자다. 클루니는 지난번 인터뷰 때 “나는 오바마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을 거의 확신한다”면서 “내가 그를 위해 유세를 안 하는 것은 할리웃이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미 중서부 지역 시민들을 생각해서”라고 말했다. 그리고 본인은 결코 공직에 나설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다.
나는 지난달 인터뷰 때 그에게 “당신 타임지 커버스토리에서 당신을 ‘마지막 영화 스타’라고 부른 것에 대해 동의하느냐”고 물었다. 클루니는 이에 대해 “타임지 표지인물이 된 것은 영광이긴 하나 좀 쑥스런 일”이라면서 “진짜 마지막 영화 스타는 내가 아니라 맷 데이몬”이라고 둘러대 우리들은 깔깔대고 웃었다.
그러나 클루니가 편하고 쉽다고 해서 느슨한 사람은 아니다. 그는 치밀한 계획과 계산 하에 자신이 만들 영화와 나올 영화를 엄선하고 있다. 어느 한 장르나 인물에 매달리는 것을 회피하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영화인이다. TV 인기시리즈 ‘응급실’(E.R.)로 30대에 들어서야 유명인이 된 클루니는 오랜 무명생활이 지금의 유명을 진짜로 즐기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대주가인 클루니의 아버지는 신시내티의 유명 뉴스앵커였던 닉 클루니이고 그의 고모는 빙 크로스비가 주연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나온 작고한 유명 가수 로즈메리 클루니다. 클루니의 다음 출연 영화는 오는 9월12일에 개봉되는 코언형재감독의 스파이 다크 코미디 ‘읽은 후 소각’(Burn after Reading)으로 그와의 가을 인터뷰가 기다려진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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