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처럼 재미있는 화제는 없다. 특히 섹스 스캔들처럼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것도 없는데 그 중에서도 돈과 힘 많은 유명 인사들의 섹스 스캔들이야말로 최고의 토픽이다. 그런데는 보통 사람들의 유명한 스캔들 당사자들에 대한 가학성 쾌감이 다분히 작용한다. 지난 12일 사임한 뉴욕 주지사 엘리옷 스피처의 호텔에서의 콜걸과의 섹스 스캔들이 그 한 예다.
섹스라면 둘째 가기를 서러워하는 곳인 할리웃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숱한 섹스 스캔들을 뿌려왔을 뿐 아니라 아예 섹스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동네라고 해도 되겠다. 지난해 개봉된 리안 감독의 ‘색, 계’가 그 한 경우로 할리웃은 영화 생성기부터 섹스를 팔아 장사를 해왔다.
일찌감치 1922년 연방의회가 “할리웃은 방탕하고 사치하고 또 먹고 마시고 프리 러브를 하는 부락”이라고 비난했을 정도다. 이 때만해도 할리웃에 대한 아무 제재장치가 없어 영화사들은 속옷만 입은 품행이 방정치 못한 여자들과 건달들 그리고 금주령 시대의 술을 영화 소재로 삼아 관객을 유인했다. 소위 ‘흥청망청 20년대’를 잘 대변하는 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퇴폐풍조는 1920년대 초 할리웃을 뒤흔들어 놓은 일련의 스캔들로 제동이 가해졌다. 뚱보 코미디언 로스코 아버클의 강간·살인 재판과 당대 인기 여배우들과 관계한 윌리엄 테일러 감독의 영구미제 피살사건 및 인기스타 월래스 리드의 마약중독사 등이 그것이다.
할리웃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영화사들은 1922년 서둘러 자체 규제기구를 세우고 당시 우정국장이던 윌 헤이스를 책임자로 임명했다. 그러나 이 기구는 징계권이 없는데다가 경제공황이 닥치면서 영화사들은 집안의 관객을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성적으로 야한 영화와 갱영화를 양산했다.
이렇게 스크린에서 섹스와 폭력이 난무하자 헤이스는 가톨릭 관계자들의 협조를 받아 ‘제작 규약’을 작성했다. 내용은 아동성기 노출과 섹스에 관한 제반 질병 언급 및 경찰에 대한 무능하고 부패한 묘사 금지 그리고 범죄자에 대한 응징 등. 또 ‘갓, 로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헬, 댐’ 등도 쓸 수 없게 했다. 그래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마지막 장면에서 클라크 게이블이 비비안 리에게 내뱉은 “프랭클리 마이 디어 아이 돈 기브 어 댐”의 ‘댐’(damn)은 제작자 셀즈닉이 후에 보다 강력화한 영화사들의 자체 검열기구에 벌금을 내고 사용했다.
그러나 가톨릭과 시민단체들의 할리웃에 대한 비판이 거세져 영화사들이 본격적인 자체 검열을 시작한 1934년전까지만 해도 영화사들은 ‘제작 규약’을 지키는 척하면서 계속 성적으로 문란한 영화들을 제작했다. 그것이 가장 심했던 때가 1929~1934년으로 나체와 간통과 혼전 섹스와 매춘 등이 노골적으로 화면을 장식했었다.
‘십계’ 등 성경영화를 여러 편 만든 세실 B. 드밀의 ‘십자가의 징표’(1932)가 그 좋은 예다. 네로 치하의 기독교도들의 수난을 그린 영화라고 보기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발가벗다시피 한 남녀들이 먹고 마시면서 집단으로 난잡하게 육체의 쾌락을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할리웃은 이렇게 섹스를 팔아 불경기를 극복했고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즐겼다. 이 기간을 ‘규약 전 시기’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참다못한 가톨릭 단체가 할리웃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1934년 영화사들은 조셉 브린을 규제기구의 새 수장으로 초빙, 본격적으로 엄격한 자체 검열을 시작했다. 1968년 영화사들이 자체 등급제를 만들기까지 30여년간 진지하고 과감한 많은 영화인들이 이 검열제도의 피해자가 되어야 했다.
워너 홈비디오(WHV)는 ‘규약 전 시기’의 금기 영화 5편과 당시 상황을 설명한 기록영화 등 총 6편을 묶은 DVD 세트 ‘금지된 할리웃 컬렉션 제2편’(Forbidden Hollywood Collection Vol. 2-가격 50달러)을 출시했다.
*디스크 1. ▲‘이혼녀’(Divorcee·사진)-바람피우는 남편에게 보복하기 위해서 아내가 맞바람을 피운다. ▲‘자유 혼’(A Free Soul)-아버지가 변호하는 갱스터를 사랑하는 고집 센 딸의 이야기. *디스크 2 ▲‘스리 온 어 매치’(Three on a Match)-여고 졸업 10년 후 재회한 세 여인의 갱스터 멜로드라마. ▲‘여자’(Female)-철권통치를 하는 자동차 생산 공장 여사장과 멋쟁이 기술자간의 성의 대결을 그린 코미디. *디스크 3 ▲‘야간 간호사’(Night Nurse)-개인에게 고용된 간호사의 코미디 ▲‘하지 말지어다’(Thou Shall Not: Sex, Sin and Censorship in Pre-Code Hollywood)-기록영화.
박흥진의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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