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출신의 ‘국부’ 이승만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던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내건 슬로건은 ‘못 살겠다, 갈아보자’였다. 지금 한창 열기가 오르기 시작한 미 대통령 선출 예비선거를 치르는 많은 미국인들의 심정이 과거 한국인들의 그것과 비슷하다면 과장이 지나친 것일까.
미국은 아들 부시가 대통령이 된 이래 국내와 국제적으로 모두 2류 국가 꼴이 되었다. 그는 해서는 안 될 전쟁을 해 국고를 낭비하고 국론을 분열시켰는가 하면 경제는 바닥세를 치고 있다. 국제적으로 미국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호전적인 나라로 치부되고 있다.
지금 미국인들이 주장하는 바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변화에 대한 갈망인데 지금 미국에서 오바마 돌풍이 일고 있는 것도 그가 바로 미국인들의 이런 심정을 제대로 읽고 그것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으로서 할리웃 스타들을 자주 인터뷰하는데 정치시즌이니만큼 우리들은 그들의 정치관을 묻곤 한다. 물론 할리웃은 진보파의 아성인 탓도 있겠지만 만난 대부분의 스타들은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를 지지했다. 그들이 오바마를 지지하는 진지성과 열정에서 미국인들의 변화에의 갈망을 분명히 읽게 된다.
비록 캐나다인이어서 투표권은 없지만 오바마를 로버트 케네디에 비유한 도널드 서덜랜드(‘바보의 황금’)의 발언은 경청할 만하다. 서덜랜드는 “오바마는 견책 받아 마땅한 과거로부터 미국을 떼어 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자신은 링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어떤 환상을 오바마에게서 느낀다고 말했다.
오바마 선풍의 동력인 오프라 윈프리(사진)도 오바마는 새 아이디어의 대변자라고 말한다. 윈프리는 “오바마의 가치관과 도덕적 근거는 바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라면서 “이제는 경기자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경기 자체를 바꿔야 할 때라는 오바마의 의지에 사람들이 희망을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는 22일에 개봉하는 정치 스릴러 ‘밴티지 포인트’에 나온 포레스터 위타커도 “지금 미국이 당면한 큰 문제는 변화”라며 “오바마야 말로 미국인들에게 변화와 희망을 가져다주고 또 국론을 통일할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위타커는 이어 “오바마는 민초의 수준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그에 대한 기부금이 50달러 미만짜리가 많은것만 봐도 이를 알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은 이제 그만 집권하고 민주당의 차례가 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염려하는 것이 색깔과 성이다. 특히 많은 흑인들이 오바마가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확정됐을 때 마틴 루터 킹이나 바비 케네디 같이 암살당하지나 않을까 염려하고 있다. 이 문제는 우리 회원들이 스타들을 상대로 질문할 때도 종종 제기되곤 한다.
윈프리는 이에 대해 “닥터 킹과 다른 여러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이런 기회를 갖게 됐고 또 오바마의 길도 마련된 것”이라며 “부정적 생각만 한다면 결코 전진할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윈프리를 존경하게 됐다.
할리웃은 민주당의 앞마당인데 이번 선거에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스타들이 힐러리를 지지하는 스타들보다 훨씬 많다. 조지 클루니, 스칼렛 조핸슨, 월 스미스와 그의 아내 제이다 핑켓 스미스, 데이빗 게펜, 에디 머피, 시드니 포이티에, 제니퍼 애니스턴, 할리 베리, 모간 프리맨 및 크리스 터커 등이 모두 오바마 지지자들이다.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퀸시 존스, 테드 댄슨, 로브 라이너,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론 하워드 및 대니 드 비토 등.
흑인 대통령은 실제보다 할리웃에서 먼저 나왔다. 스크린의 최초 흑인 대통령은 코미디 ‘더 맨’(1972)에 나온 제임스 얼 존스로 상원의원인 그는 유럽서 대통령이 비명횡사하는 바람에 백악관에 입성한다.
한편 코미디 ‘국가 수반’(2003)에서는 시의원 크리스 록이 선거유세 중 사망한 대통령 후보의 대타를 맡는다. 그의 부통령 후보는 자기 형.
스크린의 최초 여성 대통령은 코미디 ‘내 대통령을 위한 키스들’(1964)에 나온 폴리 버겐이었다. 그러나 이영화는 대통령보다 그녀의 남편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할리웃식으로 하자면 힐러리가 오바마보다 먼저 대통령이 되겠지만 진짜로 그렇게 된다면 클린턴 부부가 도합 16년을 백악관을 차지하게 되기 쉽다. 그런 일 없게 하려고 난 지난 투표에서 오바마를 찍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