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잔에 달콤한 사랑이…
달콤한 연인과 달콤한 사랑을 나눌 때는 달콤한 와인 한 잔을… 와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한 요즘, 밸런타인스 데이에 절대로 빠질 수 없는 것이 와인이다. 흔히 ‘로맨틱한 와인’이라 할 때 많이 소개되는 것이 샴페인이나 로제인데, 사실 그보다 더 밸런타인스 데이에 어울리는 와인은 달콤하고 상큼한 디저트 와인이다. 포도 열매의 새콤달콤한 맛과 매혹적인 과일향이 농축돼 있어 감미롭기 그지없는 디저트 와인은 한 모금만 마셔도 기분을 ‘업’ 시켜주기 때문에 특별히 달콤한 사랑을 위한 순간에는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와인 맛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 디저트 와인은 말 그대로 식후에 디저트와 함께 마시는 와인이다. 때로 코스별로 나오는 식사에서는 식전주(aperitif)로 마시기도 하지만 보통은 식후에 마심으로써 입안을 달콤하고 개운하게 정리하여 식사를 마무리한다.
맛을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
반 병짜리 기준 아주 차게 해서 마셔야 제 맛
맛 자체가 달기 때문에 케익, 푸딩, 쿠키, 치즈, 혹은 과일 등 후식과 함께 먹는다. 부드러운 케익 한 조각과 함께 잘 만든 디저트 와인 한 모금을 마시면 인생이 다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 한편 디저트 와인은 따로 다른 음식이 없이 와인만 마셔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그 자체로 훌륭한 디저트가 된다는 말이다. 한 모금 입에 머금고 혀와 입천장, 잇몸 등 모든 부분에 닿도록 돌려준 다음 천천히 음미하면 특유의 감미로운 맛과 향을 입 안 가득 느낄 수 있다.
디저트 와인은 세계 각지의 포도 산지마다 생산하고 있는데 만드는 방법으로 볼 때 크게 4~5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수확기를 지나 나무에 달린 채로 당도가 높아진 포도알을 따서(late harvest) 만드는 가벼운 모스카토(이탈리아), 포도가 나무에서 얼어버릴 때까지 두었다가 압착해 만든 아이스 와인(독일, 캐나다), 귀부병(botrytis)으로 쪼그라든 포도알에서 과즙을 추출하는 소테른(프랑스), 주정강화 와인들인 포트(포르투갈)와 셰리(스페인) 등이다. 괄호 안의 국가명은 원조가 그렇다는 것이고 지금은 세계 각지의 와이너리들이 다양한 종류를 만들어내고 있다.
디저트 와인은 반 병짜리(375ml)가 기준이며 아주 차게 해서 마셔야 제 맛을 즐길 수 있다.
디저트 와인의 황제 ‘소테른’
소테른(Sauternes)은 디저트 와인의 ‘황제’로 불리는 최고의 와인이다. 프랑스 보르도의 소테른 지역에서 나오는 황금빛 와인으로 포도나무 한 그루에서 한잔의 소테른이 얻어진다고 할 정도로 귀한 술이다. 보르도 강 유역은 안개가 잦고 습도가 높은 지역이라 껍질이 얇은 세미용 포도가 무르익을 때 고귀한 곰팡이(noble rot)라 일컬어지는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a) 균이 생기는데, 이 귀부현상으로 인해 껍질이 손상되고 건포도처럼 쪼그라들어 당분이 농축된 포도알로부터 과즙을 추출하여 얻어지는 와인이다.
소테른 중에서는 샤토 디켕(Chateau D’Yquem, 375ml 반 병 400달러)이 최고의 명성을 자랑한다. 프랑스 인들은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샤토 디켕과 프와 그라를 먹어보는 것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여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최상의 음식과 와인 궁합으로 널리 알려진 소테른과 프와 그라는 고급 프렌치 식당에서 첫 코스에 내오곤 한다. 샤토 디켕 말고도 20~30달러 선에서 맛있는 소테른을 살 수 있다.
누구나 좋아하는 ‘모스카토’
가장 가볍고 쉽게 마실 수 있는 디저트 와인은 모스카토(Moscato, 이탈리아에서는 Muscat)로, 알콜 농도가 11% 미만이고 많이 달지 않으면서 가볍고 달콤한 향기가 매혹적이다. 잘 익은 복숭아와 레몬, 살구 향이 나기 때문에 식후에 천도복숭아와 함께 마시면 그 상쾌한 맛과 향기에 저절로 기분이 흥겨워진다. 디저트 와인을 처음 마실 때는 모스카토를 권하고 싶다.
캘리포니아에서도 훌륭한 모스카토가 많이 만들어지는데, 세인트 수페리(St. Supery)의 모스카토는 750ml 한 병에 20달러, 로버트 몬다비의 라 파밀리아(La Famiglia di Robert Mondavi) 모스카토는 500ml 한 병에 15달러, 소노마의 갈로(Gallo, 7달러), 파소 로블스의 이오스(Eos, 18달러) 와이너리에서 괜찮은 모스카토를 만들고 있다.
신들의 음료 ‘아이스와인’
언 포도로 만든 와인이라는 데서 이름 붙여진 아이스와인은 한겨울 아주 추운 새벽 해뜨기 전에 꽁꽁 언 포도를 손으로 따서 만드는 와인이다. 기온이 화씨 10도(섭씨 영하 7~12도)까지 내려가 포도알의 당도와 산도가 완전히 농축된 채로 얼어있을 때 수확하여 언 상태에서 압착하기 때문에 그 희귀성과 적은 산출량, 더 많은 생산비용으로 인하여 이 역시 비싸다. 반병짜리(375ml)가 보통 40~60달러.
아이스와인의 맛은 복숭아, 리치, 망고, 살구 같은 과일향이 진하고 강렬하다. 달고 진하면서도 결코 질리지 않는 이유는 단맛과 신맛이 기막힌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아이스와인을 한 모금 머금으면 그 만족스런 달콤함이 미각 뿐 아니라 오감을 다 전율하게 만든다.
가장 유명한 캐나다의 이니스킬린(Inniskillin)은 70달러 정도, 그 외에도 잭슨 트리그스(Jackson Triggs), 미션 힐(Mission Hill), 펠러 에스테이트(Peller Estate), S.L.C. 리즐링 아이스와인 등이 있다. 워싱턴 주에서도 나오는 ‘코베이 런’ 리저브 세미용(Covey Run Reserve Semillon Ice Wine, 23달러)은 가격도 저렴하고 캐나다 산 못지않은 맛을 낸다.
주정강화된 포트와 셰리
포트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와인으로 스페인의 셰리 와인과 쌍벽을 이루는 주정강화 와인이다. 주정강화(fortified) 와인이란 발효중인 포도주에 브랜디를 넣음으로써 발효를 중지시키고 알콜도수를 높인 와인으로 도수가 18~20% 정도로 높다. 발효가 중지됐기 때문에 당분이 남아있어 맛이 달고 진하며, 병을 연 후에도 한동안 두고 마셔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셰리는 발효가 끝난 후에 브랜디를 넣는다는 점에서 포트와 다르다. 포트와 셰리는 디저트보다 아페리티프로 더 많이 마신다. 이 외에도 마데이라(Madeira), 마살라(Marsala), 베르무스(Vermouth) 등이 주정강화 와인들이며 헝가리 산 토카이도 좋은 디저트 와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포트와 셰리, 토카이 와인은 맛이 아주 강하고 진하기 때문인지, 첫 모금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한인들을 더러 보았다. 맛이 익숙해지기 전에는 밸런타인스 데이 이벤트에 썩 어울리지 않는 와인이 될 수도 있다.
와인 샵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포트와인은 테일러스(Taylor’s Late Bottled Port)로 25달러 선이다. 토카이 아주(Tokaji Aszu)는 찾기가 쉽지 않고 가격 또한 비싼 편이지만 가끔 트레이더 조 등의 마켓에서 500ml 한 병에 15달러 정도에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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