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로저스는 “당신의 키스들은 포도주보다 달콤하지요”라고 노래 불렀는데 키스는 달콤할 뿐 아니라 포도주의 또 다른 작용처럼 행위의 당사자들을 취하도록 만든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어서 잘은 모르겠으나 키스할 때 나오는 타액에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못 떨어지게 만들어놓은 사랑의 묘약의 성분과도 같은 것이 함유돼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적이 있다.
키스는 두 남녀가 사랑을 확인하느라 겪는 아찔아찔한 감기의 초기 증세와도 같은 것이다. 그것은 미열이 나고 이윽고 고열과 함께 신음을 하다가 어느 새 식어버리는 질병의 사이클을 갖고 있다.
키스에는 종류도 많지만 역시 가장 아름답고 로맨틱하고 또 정열적인 것은 연인간의 키스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자신들을 로맨틱한 허구의 주인공들로 미망하듯이 실제의 키스보다 더 멋진 것은 스크린 위의 키스다. 아마 영화 속 키스를 실연해 본 사람들도 꽤나 있을 것이다.
오는 14일 밸런타인스 데이를 맞아 역대 영화의 키스신 중 가장 멋진 키스신 50개와 키스와 함께 연인들이 나눈 대화를 모은 책 ‘멋진 키스들’(Great Kisses-티모시 나이트 저· Harper Collins사)이 출간됐다.
내가 중학생 때 용산에 있던 성남극장에서 본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서 마리아(잉그릿 버그만)와 로버트(게리 쿠퍼)가 나눈 키스는 어린 내 가슴에 키스에의 동경을 심어준 입맞춤이다. “오, 로베르토, 전 키스를 할 줄 몰라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에게 키스를 할 텐데요. 코는 어디로 가지요?”라고 묻는 마리아를 정열적으로 끌어안고 키스하는 로버트. 가지런하게 난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수줍게 미소 짓는 마리아를 보면서 난 “서양 사람들은 이도 저렇게 모두 예쁘게 나는구나” 하고 부러워했었다.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불륜의 사랑을 나누는 고참상사 워든(버튼 랭카스터)과 유부녀 캐런(데보라 카)이 밤의 와이키키 해변에서 파도를 뒤집어쓰며 나눈 키스야말로 물 젖어 축축해 더욱 관능적이다. 캐런은 워든과 백사장 위를 뒹굴며 키스를 한 뒤 “키스가 이럴 수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그 누구도 저에게 당신처럼 키스해 준 사람은 없어요”라고 고백한다.
보는 사람에게 화상을 입힐 정도로 뜨거운 키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렛(클라크 게이블)과 스칼렛(비비안 리)이 나눈 키스. 시뻘겋게 타오르는 애틀랜타의 하늘을 배경으로 렛이 스칼렛으로부터 빼앗다시피 한 작별의 키스는 거의 겁탈과도 같은 것이었다.
‘젊은이의 양지’에서 화면 가득히 클로스업 된 앤젤라(엘리자베스 테일러)와 조지(몬고메리 클리프트)의 키스신(사진)은 보는 사람의 기력을 잃게 만드는 자기 포기적인 애정의 표현이다. 조지가 “나는 그저 당신을 너무나 사랑한다는 말만 할 수 있어요”라고 고백하자 앤젤라가 “마마에게 말해요. 마마에게 말해요”라고 조지를 아기 다루듯 한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걸어 잠그듯 입술을 포갠다. 또 험프리 보가트와 로렌 바콜이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에서 서로 은근짜를 놓으며 즐긴 키스도 멋있다.
입술이 포개지지 않아도 로맨틱한 키스도 있다. 오는 3월7일에 개봉할 영화 ‘결혼생활’에서 리처드(피어스 브로스난)는 자기 친구 해리의 정부 케이(레이철 맥애담스)와 외식을 즐긴 후 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질 때 케이가 피던 담배를 달라고 한다. “왜 그러지요”라고 묻는 케이에게 리처드는 “당신의 입술이 닿았었기 때문이요”라고 답한다. 담배를 통한 간접 키스인데 이런 키스는 ‘자 항해자여’에서 베티 데이비스와 폴 헨리드가 로맨틱하게 나누기도 했다. 또 ‘모정’에서 윌리엄 홀든과 제니퍼 존스가 서로 담배를 입에 물고 담뱃불을 빌려 주고 받는 것도 은근한 키스의 표현이다.
키스는 노래로도 끊임없이 불려지고 있다. 키스로 봉한 편지 ‘베사 메 무초‘ ‘일 바치오’ ‘불의 키스’ ‘키스 미 퀵’ 등이 언뜻 떠오르는 키스 노래들. 키스라는 말은 잠깐 나오지만 키스의 긴 잔영을 감상적으로 노래한 것이 ‘카사블랑카’에서 일사(잉그릿 버그만)의 부탁을 받고 샘이 피아노를 치며 부른 ‘세월이 흐르면서’이다. “당신은 이것을 기억해야 하오/키스는 세월이 가도 여전히 키스지만/한 숨은 그저 한숨에 지나지 않지요/이런 것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순응케 되는 기본적인 일들이라오”
그럼 나는 어떤 키서일까. 대그우드가 그 답이다.
박흥진/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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