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 본부로부터 느낌표가 6개나 달린 e-메일 급전이 날아왔다. 같은 날 하오 3시에 HFPA 본부에서 골든 글로브에 관한 중요한 결정이 있을 예정이니 회원들이 필히 참석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난 이 편지를 받고 ‘마침내 그렇게 되고 말았구나’ 하고 나 나름대로 긴급회의 소집 이유를 파악했었다. 그렇게 됐다는 것은 오는 13일에 있을 제65회 골든 글로브(사진) 시상식의 취소를 뜻한다.
HFPA는 지난 7일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식장인 베벌리 힐스의 베벌리 힐튼호텔 앞에서 있는 스타들로 번쩍거리는 식전 레드카펫 행사와 식후 스타들과 식 참석자들이 함께 섞여 먹고 마시고 춤추는 각 영화사가 마련하는 파티도 취소됐다. 식 대신 하오 6시부터 1시간 동안 최우수작과 배우 등을 기자회견식으로 발표하고 이를 NBC-TV가 생중계한다.
시상식 취소는 지난 11월 초부터 파업에 들어간 미작가노조(WGA)의 시상식장 앞 대규모 피켓시위 위협 때문이다. 4일 회의 때 호르헤 카마라 HFPA 회장은 회원들에게 “WGA가 시상식 날을 위해 3,000명의 시위허가원을 베벌리힐스 경찰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WGA와 한솥밥을 먹는 미배우노조(SAG) 회원들인 70여명의 골든 글로브 각 부문 수상 후보들이 WGA의 피켓시위 선을 넘지 않겠다고 발표함으로써 시상식 개최 불가를 확정 지워준 셈이다. 회의에서 카마라 회장은 “조지 클루니, 줄리아 로버츠, 탐 행스 및 앤젤리나 졸리 없이 우리끼리 파티를 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면서 “골든 글로브 이미지 보호를 위해선 식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제안, 우리는 거수 투표로 그것을 기꺼이 수락했다. 그러니까 이번 시상식은 스타없는 뉴스쇼가 되었다. 그러나 WGA가 피켓시위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
기자회견식으로 거행되는 식에는 HFPA 회원과 홍보회사 직원 및 기자 등이 참석하게 된다. 지난해 경우 전미에서 시상식을 TV로 본 사람들은 2,000만명이었는데 스타 없는 올해의 쇼를 과연 몇 명이나 봐 줄지 자못 궁금하다. 식의 취소로 NBC-TV는 2,000만달러의 광고수익을 HFPA는 500만달러의 면허료를 그리고 쇼 제작사인 딕 클라크사는 200만달러를 각기 손해 보게 됐다. 카마라 회장은 “500만달러를 못 벌어도 우리의 재정상태는 튼튼하다”면서 “돈 보다 중요한 것은 골든 글로브의 이미지”라고 강조했다.
시상식 취소 발표 직전까지 HFPA와 NBC는 어떻게 해서든 식을 진행해 보려고 WGA와 끈질긴 협상을 했다. 그러나 WGA의 입장이 너무나 강경해 모든 노력은 허사가 됐다. 사실 HFPA는 WGA의 파업을 야기한 WGA와 미 영화·TV 제작자연합(AMPTP)간의 계약쟁의의 엉뚱한 제물이 된 셈이다. WGA의 적은 AMPTP로 AMPTP 소속인 NBC-TV가 계약상 시상식 중계를 독점하고 있어 HFPA는 손을 쓸 수가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HFPA는 NBC에 이번에만 쇼를 중계하지 말고 우리끼리 진행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우리의 이런 제의에 NBC는 식을 연기하자고 역제의를 해왔지만 우리는 골든 글로브가 오스카의 전령 구실을 해온 중요한 전통을 고수하기 위해 이를 거절했다.
골든 글로브 쇼는 시상식 중에도 참석자들이 먹고 마시고 얘기하면서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는 점과 식후 파티에서 스타들과 참석자들이 함께 섞여 먹고 마시고 춤추며 즐긴다는 사실 때문에 ‘할리웃 최대의 재미있는 디너파티’라는 말을 듣고 있다. 나는 HFPA 회원이 된 후 지난해에 처음으로 이 파티에 참석했는데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스타들을 화장실에서 만나 악수하고 얘기를 나눈 에피소드다.
여하튼 골든 글로브 시상식 취소로 LA지역 경제는 8,000만달러의 손실을 입게 되었다고 시 당국자가 밝혔다. 이제 할리웃의 초미의 관심사는 WGA의 파업이 계속될 경우 과연 내달 24일에 있을 오스카 시상식은 제대로 거행될 것이냐 하는 점. 한편 골든 글로브의 생애업적상인 ‘세실 B. 드밀’상의 수상자 스티븐 스필버그에 대한 시상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시상식 취소가 발표되자마자 미라맥스와 NBC-유니버설로부터 각기 우리 회원들에게 시상식 전에 11일(베벌리 윌셔호텔)과 12일(스파고)에 자사 영화들의 골든 글로브 각 부문 수상 후보자들과 함께 파티나 즐기자는 초청장이 날아왔다. 그러나 나는 이 파티들보다 13일의 골든 글로브 사상 초유의 기자회견식 의 시상식이 더 기다려진다.
박흥진의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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