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캐롤과 산타의 계절이다. 나는 지금도 산타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아마도 철이 덜 난 어른이다. 백화점에 있는 인간 산타의 무릎 위에 앉기에는 이제 너무 늙었지만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산타에게 무엇을 부탁할 것인가. 내 마음에 평화와 자유를 허락해 달라고 부탁해 볼까.
해마다 세상이 모두 즐겁고 행복해만 보이는 할러데이 시즌이 오면 난 오히려 오슬오슬한 고독감을 느끼곤 한다. 사람들이 기쁘고 즐겁고 또 행복해 하는 것이 그냥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는다고 느껴지니 난 파티 푸퍼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노래들은 이런 파티 푸퍼의 가슴마저 녹여준다. 천하의 자린고비 스크루지를 인심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크리스마스 캐롤이지 않은가.
온 천지에 캐롤이 가득 울려 퍼지고 있다. 수백 곡이 넘는 캐롤 중 과연 사람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어느 것일까. 저마다 좋아하는 캐롤이 다르겠지만 전미 2,600개의 라디오 방송국을 모니터하는 ASCAP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반짝반짝 빛나는 듯 맑고 밝은 ‘윈터 원더랜드’(사진)가 올 시즌 라디오를 통해 가장 많이 방송되고 있는 크리스마스 노래로 나타났다.
1934년에 작곡된 이 캐롤은 지난 5년간 시즌 중 가장 많이 방송된 것으로 집계됐는데 왕년에는 앤드루스 시스터즈와 페리 코모가 부른 것이, 요즘에는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자니 마티스의 노래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썰매 종들이 울린다/ 너는 듣고 있니/ 좁은 길에 내린 눈이 반짝거리니/ 아름다운 풍경이네/겨울 원더랜드를 걷는 우리는 오늘 밤 행복해/ 들판에 우리는 눈사람을 만들고/ 우리는 미스터 눈사람과 신나게 즐길 거야.’
동심의 세계를 아름답게 묘사한 즐거운 노래다. 듣고 있으면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면서 깔깔대고 웃으며 장난치는 정경이 눈앞에 그려진다.
ASCAP 조사에 따르면 이 노래에 이어 가장 많이 방송되는 크리스마스 노래들은 순서별로 ‘크리스마스 송’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 ‘산타클로스 이즈 커밍 투 타운’ 및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밝혀졌다. 이들은 모두 크리스마스 노래의 황금기인 1930년대와 40년대에 작곡된 것들. 캐롤은 오래된 것일수록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셈이다.
이중에서도 냇 킹 코울이 달콤한 목소리로 노래부르는 군밤얘기 ‘크리스마스 송’은 크리스마스 정취와 썩 잘 어울린다. 그리고 빙 크로스비가 영화 ‘할러데이 인’에서 노래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모든 캐롤중 가장 많이 녹음된 노래다.
시즌에 사람들의 사랑을 크게 받고 있는 또 다른 캐롤들로는 ‘어 할리 졸리 크리스마스’ ‘오 홀리 나이트’ ‘징글 벨 록’ ‘로킨 어라운드 더 크리스마스 트리’ ‘렛 잇 스노!’ 및 ‘리틀 드러머 보이’ 등.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롤은 북치는 소리 ‘파 럼 펌 펌’이 끊임없이 나오는 ‘리틀 드러머 보이’다. 멜로디가 공연히 애잔한 느낌이 들어 더욱 좋은데 이 곡 역시 빙 크로스비가 부른 것이 큰 인기를 얻었었다.
‘오너라 라고 그들이 내게 말했지 파 럼 펌 펌/ 새로 태어난 왕을 보러…/ 우리는 우리의 최고의 선물을 가져갈 거야…/ 작은 아기 그를 경배하기 위해…/ 나도 가난한 소년이지…/ 난 가져 갈 선물이 없어…/ 당신을 위해 북을 칠까요…/ 메리는 고개를 끄덕였지…/ 나는 그를 위해 마음껏 북을 쳤지…/ 그랬더니 그가 나와 나의 북을 보고 미소를 지었지.’ 마구간의 아기 예수 앞에서 꼬마 소년이 북을 치며 ‘왕’에게 경배를 드리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크리스마스 노래 중 유별하게 궁상을 떠는 것이 ‘블루 크리스마스’다. “당신이 없는 크리스마스는 우울한 크리스마스”라는데 엘비스 프레슬리가 잘 부른다. 해괴망측한 캐롤은 ‘징글 캐츠’. 고양이가 “미야우, 미야우”하면서 ‘사일런트 나이트’를 부르는데 듣자니 공포영화를 보는것처럼 섬뜩하다. 또 불경스런(?) ‘징글 독스’도 있다.
요즘 시중에서 엄청나게 팔리고 있는 시즌 앨범이 팝-클래시컬 가수 조쉬 그로반의 ‘노엘’. 지난 4주간 무려 278만장이 팔렸다. 앨범에는 ‘리틀 드러머 보이’ ‘사일런트 나이트’ ‘퍼스트 노엘’ 등이 수록됐다. 이와 함께 워너 클래식스에서 출반한 ‘40곡의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클래식스’(40 Most Beautiful Christmas Classics)도 좋은 음반.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 전통적 캐롤 외에 ‘호두까기 인형’의 발췌곡과 헨델의 ‘할렐루야’ 등이 수록됐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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