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사면 일정액은 자선단체 기금으로’
해마다 특히 이맘때쯤이면 샤핑은 고결한 일이 된다. 구매를 함으로써 다양한 자선단체에 혜택을 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아메리칸 이글 아웃피터스’에서 ‘베터 월드’ 스카프를 하면 그 가격 19달러95센트 중 10달러가 3개 자선단체 가운데 하나에게 기부된다고 상점측은 밝히고 있으며, BMW 딜러들은 12월에 자동차를 사거나 리스하면 ‘메이크 어 위시 재단’에 25달러를 기부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비싼 보석부터 일상 여성용품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물건들의 구매에 연결시켜 급증하고 있는 자선기부에 대해 비영리단체 관계자들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런 기부행위들은 정부 당국의 규제도 받지 않고, 거의 대부분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아무도 누가 세금혜택을 받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얼마가 모이고, 어떻게 쓰이는 지 몰라
수혜단체엔 안 알리고 이름 올린 경우도
일부선 “작은 기부가 더 큰 기부 막는다”
비영리단체들을 자문하는 회사 ‘블루프린트 리서치 앤드 디자인’의 창립회장으로 ‘끼워 넣어진 기부’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루시 번홀츠는 “고결함이 마케팅 수법으로 전락해 사기로 흐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자선단체 및 그 제휴 기업들은 자기들의 ‘끼워 넣어진 기부’ 프로그램에 대해 자세히 밝히기를 사양하는 곳이 많고, 얼마나 많은 돈이 걷히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답을 거부하고 있지만 때로 기부를 받게 되어 있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바니스 뉴욕’의 할러데이 캐털로그에 적힌 ‘끼워 넣어진 기부’ 프로그램 수혜자 중 일부는 언론사가 접촉한 다음에야 그 사실을 알기도 했다.
동물과 환경 보존을 위해 일하는 큰 자선단체인 ‘월드 와일드라이프 펀드’도 그 중 하나로 존 도나휴 부회장은 이 단체가 ‘바니스 뉴욕’의 캐털로그에 수혜자로 지정된 수많은 단체 중 하나인 것을 모르고 있었다면서 “불행히도 ‘바니스’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 역시 ‘바니스’와 제조사들이 제품판매 수익 중 일부를 과연 기부할지,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처럼 모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끼워 넣어진 기부’의 시작은 198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당시 자유의 여신상과 엘리스 섬 복구 기금모금 방안으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크레딧 카드를 사용한 구매 한 건당 1페니씩을 기부해 170만달러를 모았었다.
이후 그 프로그램을 전심전력 따르는 기업과 자선단체들이 많아졌다. 기업들은 그 프로그램이 자사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고 더 많은 제품을 팔게 할 것이라 기대했고, 자선 단체들은 사람들이 그저 일상용품을 사기만 하면 되니까 기부하기가 쉬워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끼워 넣어진 기부’ 때문에 결국은 더 직접적이고 더 큰 금액의 자선기부가 잠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부지불식간에 매일 기부를 하고 있으니 연말에 따로 큰 돈을 기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
‘끼워 넣어진 기부’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인 것으로는 U2의 리드 싱어인 보노의 후원아래 만들어진 ‘RED’ 브랜드를 들 수 있다. 지정된 품목의 판매가 중 일부분을 기부한 ‘애플’ ‘갭’ ‘모토롤라’ 같은 회사들을 통해 ‘글로벌 AIDS, 결핵 및 말라리아 퇴치 기금’에 기부할 돈을 모으는 것인데 지난해에 시작했지만 이미 5,170만달러를 모았다. 이 프로그램과 RED 브랜드를 사용하기로 계약한 7개 회사들 사이에는 자세한 계약서가 존재하는데 보통 이익의 50%가 글로벌 기금으로 들어가고 물건을 사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그 적립액을 알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끼워 넣어진 기부’로 걷는 금액은 대체로 그리 많지 않은 것이 보통이다. ‘월드 와일드라이프 펀드’의 경우 22개 회사들과 제휴하여 시행하는 이 프로그램으로 모으는 돈은 연간 200만~300만달러 정도다. 그러나 도나휴 부회장은 ‘끼워 넣어진 기부’로 인한 간접 혜택이 상당하다고 말한다. 제휴사를 선택하면서 환경 친화적인 제품의 사용을 권장할 수 있으며, 홍보 효과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월드 와일드라이프 펀드’는 ‘체이서 머천다이징’과 계약하여 팬다 브랜드를 티셔츠에 찍었고 J.C. 페니는 그 셔츠가 팔릴 때마다 1달러씩, 아니면 최소한 5만달러 기부를 보장한다. 이러한 제휴 프로그램을 통해 단독으로는 꿈꿀 수도 없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단체를 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더 많은 직접 기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해에는 ‘바니스’와 할러데이 캐털로그에 사용 계약을 맺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들어올 돈을 받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도나휴 부사장은 귀띔했다.
던 브라운 ‘바니스’ 대변인에 따르면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지불할 의무를 가진 것은 캐털로그에 소개된 제품의 제조사로 ‘바니스’는 그 의무를 이행하라고 알려주는 일을 할 뿐이라는데 ‘BBB 와이즈 기빙 얼라이언스’는 ‘끼워 넣어진 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자선단체에 구매액 중 얼마가 기부될 것인지를 확실히 정하라고 권한다. 아울러 캠페인의 기간도 명확히 하라고 권하는데 사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끼워 넣어진 기부’는 온라인에서도 인기다. 가장 잘 알려진 것 중 하나인 ‘iGive.com’의 경우 회원인 소비자가 네트웍 내 680여개 소매점중 하나에서 구매를 할 때마다 소매점이 iGive에 1%, 회원의 iGive 구좌에 1%를 넣는다. 회원은 그 구좌에 모인 돈을 기부하는 것인데 이 사이트에는 회원들이 기부할 수 있는 3만9,000개의 대의명분이 기록되어 있다. 그 목록은 회원들이 만드는 것이라 순수하지 않은 것도 있고, 회원이 구좌에 모인 돈을 자기를 위해 쓸 수도 있는데 1997년에 생긴 이래 iGive는 290만달러를 다양한 목적에 기부했다.
이제 너무 널리 많아져 마치 세금처럼 보이기 시작한 ‘끼워 넣어진 기부’, 좋은 일에 쓰일 돈이니만치 정확히 계산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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