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역할하며 유명밴드 곡 따라 연주
폭력·선정성 없어 성인·여성들에 어필
매출 꾸준한 증가… 업계 집중투자 나서
할러데이 시즌이야말로 해마다 비디오 게임 업계의 진검 승부가 벌어지는 때. 올해도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360’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의 한판 겨루기가 시작됐고, ‘헤일로 3’ 같은 기존 인기제품의 속편과 신작 소프트웨어 사이의 대결 역시 계속된다. 그러나 올해 가장 눈길을 끄는 라이벌은 따로 있다. 폭력도 없고 영화와도 연관이 없는 문제의 게임은 ‘액티비전’의 ‘기타 히어로 3: 록의 전설’과 MTV의 ‘록밴드’. 플레이어들이 록 뮤지션 역할을 하면서 ‘메탈리카’, ‘더 후’ 같은 유명 밴드의 곡을 따라 연주하는 것이 게임의 내용이다.
그동안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비디오 게임에 관심이 없던 성인, 여성들을 공략할 방법을 찾아온 게임업계에서 이 두 게임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닌텐도’의 ‘위’처럼 주류 관객층을 파고든 ‘기타 히어로’ 게임의 과거 버전들은 이제까지 총 600만개가 팔렸고 ‘기타 히어로 3’은 발매 첫 주에 1억1,5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주에 출시된 ‘록밴드’는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게임업계의 대들보인 ‘액티비전’과 게임업계에서는 신참이지만 음악계에는 뿌리가 깊은 ‘바이아콤’ 자회사 ‘MTV’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됐지만 두 회사는 장기적으로는 ‘리듬 게임’이라는 장르가 이제까지 로봇이나 자동차 경주 같은 것에 전혀 동요되지 않던 주류 고객층을 게임의 세계로 끌어들일 가능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미 ‘기타 히어로’는 만화영화 ‘사우스팍’, 드라마 ‘가십 걸’, 토크쇼 ‘엘렌 디제네레스 쇼’ 등에 소개된 바 있다.
이 두 게임의 컨트롤러는 모두 기타처럼 생겼다. ‘깁슨 레스 폴’의 소형 플래스틱 판이라 할 ‘기타 히어로 3’의 컨트롤러는 줄이 매어져 있을 자리에 버튼이 달려 있다. ‘록밴드’는 장난감 ‘펜더 스트라토캐스터’와 가짜드럼 세트, 마이크로폰으로 구성되어 있다. 게임의 내용은 박자와 음정이 잘 맞도록 기타에 달린 단추를 누르고, 드럼을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가라오케와 비슷하다.
MTV는 ‘록밴드’에서 또 하나 노리는 것이 있다. 이 게임을 가지고 비디오 게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젊은 핵심 고객층을 새로이 음악과 TV 프로그램으로 유도하려는 것이다. ‘록밴드’와 ‘기타 히어로’는 모두 게임 시스템을 통해 노래를 추가로 다운로드 하도록 만들어져 있으므로 그 매출만으로도 침체되어 있는 음반시장에는 활력을 주고 있다.
현재는 MTV와 ‘액티비전’이 경쟁관계가 됐지만 사실 ‘록밴드’와 ‘기타 히어로’의 이전 버전들은 모두 ‘하모닉스 뮤직 시스템스’가 개발한 것이다. MTV가 2006년 9월 1억7,500만달러의 현찰을 내고 ‘하모닉스’를 매입했을 때 ‘기타 히어로’에 대한 권리는 거래에 포함되지 않아 이번 록밴드 배급에 MTV는 ‘액티비전’의 주 경쟁사인 ‘일렉트로닉스 아츠’와 계약했다.
두 게임은 모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록밴드’에는 스튜디오 밴드가 다시 녹음한 것이 아닌 오리지널 노래가 더 많지만 기존의 모든 게임 콘솔에서 작동되는 ‘기타 히어로 3’은 컨트롤러를 포함한 가격이 100달러 정도로 값이 싸다. ‘록밴드’는 ‘X박스 360’과 ‘플레이스테이션 3’용이 160달러고 플레이스테이션 2 용은 다음 달에 나온다.
분석가들은 앞으로 두어 달이 지나봐야 알 일이지만 두 게임 중에서는 ‘기타 히어로 3’이 더 잘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록밴드’의 공급 물량 제약 때문으로 이미 매장에 넉넉히 진열돼 있는 ‘기타 히어로 3’을 집어 드는 사람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2년 전 처음 나온 ‘기타 히어로’는 당시 게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부분의 게임은 발매 첫 주에 총매출의 상당 부분이 소화되는데 반해 두어 달 동안 계속 매출이 증가하자 다른 회사들도 이 게임의 가능성을 알아 봤다. 이에 2006년 5월 ‘액티비전’이 9,990만달러의 현찰과 주식으로 ‘하모닉스’와의 계약에 따라 ‘기타 히어로’ 프랜차이즈를 소유하고 있던 ‘레드옥테인’을 매입했고, 그 4개월 후 MTV는 ‘하모닉스’를 사들였다.
‘록밴드’는 MTV가 처음 뛰어든 게임 사업은 아니다. 서너 개 채널에서 게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MTV는 게임 전담 부서도 설치했으며, 한동안 ‘기타 히어로’ 게임의 마케팅 파트너 역할도 했다.
‘록밴드’는 MTV의 나머지 사업들과 완전히 통합되어 있다. 이미 ‘TRL’ ‘리얼 월드’ ‘MTV 뉴스’에 소개됐고 VH-1은 ‘비하인드 더 뮤직’ 스타일로 상상 속 ‘록밴드’ 밴드의 역사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을 방송하기도 했다.
MTV가 ‘록밴드’를 이용해 가장 먼저 벌일 새로운 사업은 음악의 판매다. ‘X박스 360’이나 ‘플레이스테이션 3’을 가진 사람은 곡당 1달러99센트에 새로운 곡, 또는 앨범 전체를 구입할 수 있다. ‘액티비전’도 ‘기타 히어로 3’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노래들을 3곡씩 묶어 판매할 예정. 두 회사 모두 정기적으로 새로운 곡들을 추가시킬 계획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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