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아이들한테 ‘장난감’ 셀폰·디카를 사준다고?
올 할러데이 시즌에 취학전 연령 어린이용 선물로 가장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셀폰, 랩탑,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같은 전자제품들이다. 일상생활에서 그런 물건들을 사용하는 부모의 흉내를 내고 싶으나 가짜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꼬마 손님들을 위해 장난감 제조사와 소매상들이 앞다투어 3세 이상용 하이텍 기기들을 내놓고 있다.
취학 전 아이들도 “부모 흉내 내고 싶어”
할러데이 선물로 하이텍 장착 장난감 불티
교육계 “유아 때부터 모니터 파묻히면 곤란”
‘아마존 닷컴’의 가장 인기있는 장난감 목록 중에는 그 연령 아이들에게 적합한 웹사이트들만 검색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피셔-프라이스’의 ‘이지 링크 인터넷 런치 패드’와 비디오 게임과 연결된 운동용 자전거 ‘스마트 사이클’이 들어 있다.
지난 24년간 장난감 업계를 분석해 온 ‘토이 위시즈’ 잡지 편집인 짐 실버는 “지난 12개월간 스크린을 쳐다보는 장난감의 인기가 놀랍게 치솟았다”고 말한다. “큰 장난감 회사들은 이제 스스로를 완구업이라고 정의하지 않습니다. 가족오락과 여가 산업이라고 생각하지요”
장난감에 테크놀로지가 서서히 섞여 들기 시작한 지는 오래됐지만 차츰 가속도가 붙어 지난 주 ‘아마존 닷컴’의 5~7세용 베스트 셀러 장난감 9개 중 6개가 테크놀로지 제품이었다. 2006년 내내 그 연령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장난감중 테크놀로지 관련 제품은 3개였다.
이와 같은 추세를 놓고 소아과 전문의와 교육자들은 물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아이들이 너무 오래 스크린만 쳐다보고 있으면 상상력이 억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아이들이 컴퓨터 모니터나 USB 케이블, 메모리 카드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전통적인 장난감들을 케케묵은 진부한 물건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아이들한테 장난감 카메라를 주면 이 사람이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아이들은 그저 이 세상에서 보고 있는대로 하고 있는 거죠” 장난감업계협회의 장난감 추세 분석가 레인 라이스의 말이다. 카메라나 컴퓨터 같은 것을 어떻게 조작할지를 알 만한 나이가 안된 어린 아이들까지 그렇다. 캘리포니아주 샌브루노에 사는 유니스 코테이크는 최근 한살배기 쌍둥이 딸들에게 ‘피셔-프라이스’ 장난감 셀폰을 사줬다가 사흘만에 반환시키고 말았다. 부모의 셀폰만 가지고 놀려고 그러지 장난감은 쳐다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무엇이 진짜인줄 알아요. 가짜는 싫어하죠”
‘토이저러스’ 매장에 들어서면 앞쪽으로는 하이텍 기분을 낸 장난감들이 가득 쌓여 있다. 교육용 게임을 할 수 있는 간단한 랩탑도 상당히 많고 전통적인 보드게임에도 DVD가 과외로 추가돼 있다. 요즘 전국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장난감 중 하나로 6세 이상용 전자 카메라인 ‘아이클롭스 바이오닉 아이’도 잘 보이는 곳에 진열돼 있다.
어른들이 쓰는 전화, 디지털 카메라, 컴퓨터와 인터넷을 갖고 싶어하는 요즘 아이들을 위해 장난감 회사들도 열심히 제품을 내놓고 있다. 3세 이상 아이들이 TV 스크린을 모니터 삼아 키보드로 컴퓨터의 기본을 익힐 수 있는 ‘립프록’의 ‘클릭스타트 마이 퍼스트 컴퓨터’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제품이다.
뿐만 아니라 테크놀로지와 연관이 없던 장난감마저 달라지고 있다. ‘웹킨즈’등 요즘 인기 있는 동물 및 사람모양의 봉제완구들은 모두 인터넷 사이트와 연결되어 있다. ‘토이 위시즈’ 잡지에 게재된 올 할러데이 시즌 최고 인기 장난감 중에는 ‘바비 걸즈’ MP3 플레이어, ‘루빅스 큐브’를 업데이트한 것으로 6개의 전자게임이 들어 있는 ‘루빅스 레볼루션’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미국소아과학회는 2세 이하 어린이들에게는 장시간 스크린을 쳐다보게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더 큰 아이들에게도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이라도 TV나 컴퓨터는 하루에 1~2시간 정도만 보게 하라는 것이다. 미국소아과학회 대변인인 도널드 쉬프린 박사는 “친구나 부모와 함께 설명하고 동작하느라 상상력을 발휘하며 노는 대신 하이텍 장난감을 갖고 놀게 해서는 안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난감업계에서 현재 총매출의 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위 청소년 전자부문은 그야말로 떠오르는 별이다. 지난 5년간 연간 총매출이 220억달러 정도에 머물고 있는 장난감 업계에서 보드게임이나 플래스틱 장난감만 팔면 그럭저럭 생존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장은 불가능한 형편이므로 “이제는 장난감이 무엇인지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니덤 & 컴퍼니의 장난감업계 분석가인 션 맥가원은 말한다.
장난감 제조사들은 이와 함께 가장 나이가 어리지만 가장 충실한 고객들을 소비자 전자제품과 비디오 게임 회사에 빼앗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너무 빨리 어른이 되어버리는 아이들 때문이다.
반면 전자제품 제조사들은 그런 꼬마 손님들을 잡는 것을 큰 기회로 여기고 있다. 매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있는 셀폰회사 ‘커짓’은 올해 8세 이상용 셀폰을 내놓았다. 어린이용 소프트웨어에 성인용과 똑같은 하드웨어를 사용한 전화기로 ‘토이저러스’가 잔뜩 재어 놓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아동용 같아 보이는 것에는 관심을 훨씬 덜 보입니다. 부모의 ‘아이폰’, ‘블랙베리’를 원하죠. 쥐어주면 사실 부모보다 더 똑똑하게 잘 사용하기도 합니다” 대니얼 닐 ‘커짓’ 사장의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 에릭 조겐슨이 발명한 소프트웨어 ‘픽슬윔지’는 꼬마들이 일반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소리와 색깔, 모양을 만들어내도 컴퓨터가 망가지지 않게 되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직원 아스민 할리스는 두살배기 아들이 자기의 장난감 컴퓨터보다 아빠의 컴퓨터로 하는 이 프로그램을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장난감 랩탑은 가짜인 줄 안다니까요”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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