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주택단지 트렌드
인구가 노령화하면서 노인 주택 단지들도 올해 최고령자가 61세가 된 베이비붐 세대를 주로 겨냥, 50대까지로 판촉 범위를 넓히고 있다. 판촉물에 쓰이는 어휘들도 늙었다는 이미지를 주는 ‘시니어’‘리타이어먼트’ 같은 단어는 모두 빠지고 ‘컨트리 클럽 리빙’‘액티브’‘ 라이프스타일즈’ 같은 단어들로 대체됐다. 새로 개발하는 단지에 요가 스튜디오와 명상을 할 수 있는 정원을 넣겠다는 업자도 있다.
새 단지 판촉대상 50대 연령까지로 확대
수영장·운동시설과 도서실·미술실 등
밖으로 나갈 필요 없는 젊은분위기 만들어
‘버지니아 레저 월드’의 클럽 하우스내 실내 수영장과 수영 단지.
2010년께는 미국 인구의 근 25%가 55세 이상이 됨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노인들을 위한 주택단지를 도시 외곽지역에 개발하려는 업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국주택건축업자협회는 밝히고 있다. 인근에 종합병원까지 있으면 더 안성맞춤인 노인 커뮤니티가 된다.
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물론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출생한, 거의 8,0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 붐 세대. 벌써 노인 커뮤니티로 조금씩 이주하기 시작했다. 보험회사 ‘멧라이프’의 연구에 의하면 50세가 지난 사람이 이미 50%를 훨씬 넘는 베이비붐 세대는 66~84세가 되는 2030년에는 미국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게 된다. 매릴랜드, 버지니아, 델라웨어 등지에 노인 주택단지를 지어 온 ‘센트럴 팍 커뮤니티즈’를 소유하고 있는 빌 슬렌커는 “엄청난 기회죠. 매일 55세가 되는 사람이 1만명나 됩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대부분은 노인들만 사는 곳으로는 이사하려 하지 않는다. 이사하는 사람은 11%도 안된다고 노인단체 AARP는 추산하고 있고 브루킹스 연구소의 인구학자 윌리암 프레이는 그보다 더 적게 보고 있다. “사람들은 나이 들어서 별로 이사하지 않습니다. 젊어서 그렇게 잘 옮겨 다니던 베이비 붐 세대들조차 그렇습니다”
조지타운 대학 조교수로 노년 심리 전공인 존 사이버스키 신부는 사람들이 왜 노인들만 모여사는 커뮤니티를 기피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노인네 취급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어요, 자기가 늙은이임을 상기시키는 모든 걸 기피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여피’ 노인들도 있어요. 자식들은 다 커서 독립해 나가고 돈은 많아서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지요”
현재 선벨트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노인 커뮤니티가 건축되고 있는 워싱턴 인근의 55세 이상이면 입주할 수 있는 단지 ‘버지니아 레저월드’에 사는 피터(68)와 캐스린(64) 스테그너 부부가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광고판매 관리 간부였던 피터와 투자회사에서 일하던 캐스린은 40만달러에 산 2베드룸 콘도의 관리비로 월 500달러를 내고 있다.
보톡스 맞아가며 비타민 챙겨 먹고, 체력단련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위해 건설업자들은 과거 컨트리 클럽 하나만 있으면 됐던 노인 주택단지에 각종 편의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현재 주민이 1,500명 정도고 장차 2,700명으로 늘어날 예정인 ‘버지니아 레저월드’의 경우 2층 클럽 하우스에 실내 수영장, 컴퓨터를 갖춘 도서실, 은행 지점, 식당 등이 있다. 당구대, 운동실, 테니스 코트도 있고 도자기, 목공, 미술 스튜디오도 있다.
“하루 온종일을 단지 내에서 지내도 심심치 않다”는 이 단지 프로젝트 매니저 패트릭 로즈 주니어는 “직장에서 은퇴했다고 플로리다나 서부로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 친구 가까운데 살면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어요”라고 말한다.
건축업자들은 베이비 붐 세대를 만족시키려면 더 많이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노인 커뮤니티를 건설하는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프라비던스 오브 브룩필드 홈’의 도로시 하퍼 사장은 버지니아주 윈체스터에 짓고 있는 단지에는 요가 스튜디오와 명상 정원, 암벽등반 연습벽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포괄적인 공작실이 아니라 화실을 짓습니다. 목공실도 적어지고 있습니다. 금속 세공을 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언젠가는 노인 커뮤니티들도 마케팅은 여전히 5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면서 거주자의 연령 제한은 없애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 집에 와서 잠시 머물 수도 있다.
개발업자들도 과거에는 노인 커뮤니티를 주로 플로리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에 지었지만 요즘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늙어가며 가족과 친구, 이웃, 의사들 근처에서 계속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끌기 위해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러한 주택단지를 열광적으로 환영하고 유치하려 한다. 학교나 치안, 도로 같은 공공서비스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버지니아 레저월드’의 경우, 현재 주민의 평균 연령은 60대 후반이지만 매일 젊어지고 있다고 세일즈 디렉터인 프랜 바렛은 말한다. 그리고 주민의 30%는 아직 취업하고 있다.
올해 초 이 단지로 이사와 이 단지의 콘도를 판매하는 사무실을 운영하는 루시 켈러(56)는 “우리보다 젊은 사람들도 많이 사는데 주중에는 볼 수가 없어요. 아침 7시면 일어나서 출근을 하니까요”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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