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LA에서 87세로 타계한 영화감독 델버트 맨을 생각하면 선뜻 떠오르는 영화가 저예산 흑백 소품 ‘마티’(1955)다. 이 영화는 황소 눈알에 고릴라처럼 생긴 어네스트 보그나인(사진)이 노총각 푸줏간 주인으로 나와 민감하고 소박한 연기를 해 오스카 주연상을 받은 인간미 넘치는 작품이다. ‘마티’는 오스카 남우주연상 외에도 작품과 각본 및 감독상 등도 받았는데 감독상을 받은 맨은 빅 스크린 데뷔작으로 영광을 안았다.
이탈리아계로 비대한 체구에 못 생긴 마티는 뉴욕 브롱스에서 홀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푸줏간을 경영하는 34세의 노총각이다. 비록 외모는 고릴라 같이 생겼지만 마티는 효성이 지극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착한데 추남인 데다가 직업도 남들이 깔보는 것이어서 여자를 사귀려고 애를 쓰지만 만나는 여자마다 퇴짜를 놓는다.
매일 같이 어머니로부터 “마티야, 넌 도대체 언제나 착한 여자 얻어 장가 갈래”라고 독촉을 받는 마티는 어느 토요일 저녁 친구와 함께 동네 댄스홀에 갔다가 파트너에게서 딱지를 맞은 조강지처형 노처녀 클라라(벳시 블레어)를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 마음이 끌린다. 29세의 특색 없이 생긴 클라라는 화학선생으로 별 희망도 또 애인도 없지만 아름다운 마음의 소유자.
외로운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수줍은 듯이 서로의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관계를 맺는데 잠시 장애물에 걸려 주춤거리기도 하나 결국 둘은 사랑으로 맺어진다는 아름답고 정감 가득한 드라마다. 매우 나이스하고 꾸밈없고 사실적이며 또 진실하고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이 영화는 미 라이브 TV 드라마의 황금기인 50년대 극작가이자 각본가인 패디 차예프스키(‘네트웍’)가 쓴 TV 드라마를 영화화한 것으로 TV 드라마도 맨이 감독했었다.
맨은 많은 라이브 TV 드라마로 연출력을 연마한 감독으로 배우들로부터 뛰어난 연기를 유도해 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현재 90세인 보그나인은 맨의 타계 소식을 듣고 “맨은 매우 조용하고 훌륭한 사내였다”면서 “그것이 맨의 능력인줄도 깨닫지 못하고 영화촬영 후 귀가해 ‘야, 나 오늘 진짜 멋있게 연기를 해냈어’라고 자찬케 만드는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맨은 연기 위주의 감독이어서 그의 작품에서는 영화적 광채가 덜 나지만 “작품을 아주 쉽고 멋있게 만들 줄 아는 감독이었다”고 보그나인은 추억했다.
‘마티’ 외에 내가 좋아하는 맨의 다른 영화가 ‘분리된 테이블들’(Separate Tables·1958)인데 연극이 원전인 이 영화 역시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 작품이다.
영국 해변가의 한 호텔에 묵은 두 쌍의 남녀의 미묘하고 로맨틱한 관계를 그린 최고급 작품인데 4명의 주인공들인 버트 랭카스터와 리타 헤이워드 그리고 데이빗 니븐과 데보라 카의 연기가 경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맨은 연기보다 육체파로 더 유명했던 헤이워드로부터도 심오한 연기를 유도해 냈었다. 이 영화에서 자칭 전쟁영웅으로 나온 니븐이 오스카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맨은 60년대 드라마적 내실을 버려둔 채 겉으로 번쩍거리는 모험영화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었다. 대표적 로맨틱 코미디가 둘 다 도리스 데이가 나온 ‘님이여 돌아와 주오’와 ‘밍크의 촉감’으로 먼저 것은 데이와 여러 편의 로맨틱 코미디에 나온 록 허드슨 그리고 나중 것은 케리 그랜트와 공연했다.
맨은 생애 영화는 20편 정도 연출한 반면 라이브 TV 드라마는 100여편을 그리고 TV 영화는 24편 정도를 연출했다. 그의 TV 영화로는 ‘하이디’와 ‘데이빗 카퍼필드’ 및 ‘제인 에어’ 등이 있다.
델버트 맨은 같은 시기에 활약한 앤소니 맨과 대니얼 맨등과 종종 혼동하게 된다. 델버트보다 선배인 앤소니는 ‘윈체스터 73’ 등 지미 스튜어트가 나온 여러편의 웨스턴 외에도 범죄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든 명장이다. 그는 지난 1967년 61세로 사망했다.
델버트보다 두 살 아래인 대니얼(1991년 79세로 사망)은 델버트와 연출 스타일이 매우 비슷했다. 대니얼 역시 TV 드라마 출신으로 배우들로부터 훌륭한 연기를 추출해 낼 줄 아는 연기위주의 감독이었다. 대니얼이 만든 3편의 영화에서 주연한 3명의 여배우가 오스카 주연상을 탄 것이 이런 사실을 잘 증명하고 있다.
셜리 부스가 ‘돌아와, 작은 시바야’(Come Back, Little Sheba·1952)로 안나 마냐니가 ‘장미의 문신’(The Rose Tattoo·1955)으로 그리고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버터필드 8’(Butterfield 8·1960)로 각기 주연상을 받았다. 할리웃 사상 아직까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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