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성분만 함유 안전할 것” 믿음… 전문가들은 “글쎄요”
식품의 성분 분석표를 자세히 살펴보고 농약을 뿌려 키운 것인지 인공 색소나 조미료, 보존제를 첨가한 제품은 장바구니에서 골라 빼놓는데 익숙해진 오개닉 애호가들이 이제는 화장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석유화학제품 같은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물건이 더 건강에 좋으리라는 신념 아래 인공 성분이 배제된 화장품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오개닉 화장품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일반 화장품과 정말로 다른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최근 1년 내추럴 퍼스널 케어 브랜드 매출 50% 폭증
재배·가공방식에 대한 보증일뿐 제품 자체 안전은 ‘별개’
그 덕분에 새로 소위 ‘내추럴’‘오개닉’ 레이블을 단 퍼스널 케어 제품들이 붐을 이루고 있는데 업계는 ‘내추럴’ 화장품이란 식물성이나 광물성 성분이 포함된 제품, ‘오개닉’이란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작물로 만든 제품이라고 제멋대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지난 9월 9일까지의 12개월동안 미국인들은 ‘버츠 비즈’‘제이슨 내추럴 코스메틱스’‘탐스 오브 메인’의 3대 내추럴 퍼스널 케어 브랜드 구입에 1억5,000만달러를 썼다. 이는 그 1년 전에 비해 5,100만달러가 더 많아진 것이다. 한편 오개닉 퍼스널 케어 제품들도 작년에 3억,5000만달러어치가 팔려 2005년에 비해 6,800만달러어치가 증가했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호울 푸즈’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서인 퍼스널 케어 담당 선임 코디네이터 제레마이어 맥엘위는 “몸에 바르는 것도 먹는 것 만큼 중요하다는 의식이 커가고 있다”고 말한다. ‘내추럴’이나 ‘오개닉’ 바디 케어 제품을 구입하는 가장 큰 요인은 건강상의 혜택이라는 것이다.
올리브나 콩 같은 먹어도 좋은 물질이 발음하기도 힘든 공업용 화학성분들 보다 건강에 이로울 것이라는 가정은 매우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정부와 미용업계 대표및 일부 환경운동가들은 식물에서 추출한 화장품이 사람에게 더 안전하고, 건강에도 좋고, 더 효과도 낫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는 없다고 말한다. 연방식품의약청(FDA)의 화장품 및 색소 담당국장 린다 카츠 박사는 “소비자들은 ‘오개닉’이나 ‘내추럴’이라고 쓰인 성분이나 제품이 화학적으로 동일한 다른 성분보다 원래 더 안전한 것으로 여겨서는 안될 것”이라면서 “사실 ‘내추럴’ 성분은 인공 원료에 비해 미생물 감염 및 성장을 방지하기가 더 어려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내추럴’ 퍼스널 케어 제품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혼동은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화장품을 규제하는 연방정부 기관인 FDA는 몸단장 제품에 붙이는 ‘내추럴’및 ‘오개닉’이라는 마케팅 용어에 대해 표준이 되는 정의를 내린 적이 없다. 따라서 제조사들은 식물 성분은 단 하나고 나머지는 모두 인조 성분인 샴푸부터 인공 성분 없이 광물질로만 만든 얼굴 분에 이르기까지 모든 제품에 그런 용어들을 제 마음대로 붙여왔다.
화장품 업계 단체인 ‘화장품 및 향수협회’의 과학담당 부사장으로 화학박사인 존 베일리는 “화장품은 인공 성분을 사용했건 식물을 기본으로 했건 근본적으로는 똑같은 법률적 기준 아래 제조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워싱턴의 비영리단체 ‘인바이런멘털 워킹 그룹’의 연구담당 부회장 제인 훌리핸은 정해진 연방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내추럴 제품이 실질적으로 유익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심리적인 위안을 제공하는 것인지 소비자들이 혼동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어떤 미용제품이 순전히 자연 성분만을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더라도 반드시 성분 분석표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훌리핸에 따르면 ‘내추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감에 따라 일부 제조사들이 미용업계에서 확립된 기록이 결여된 이국적인 식물들을 성분에 추가시키고 있다. 예를 들자면 서인도 장미목 껍질 기름이나 백목련꽃 추출물 같은 새로운 성분의 안전성에 대한 출판된 자료는 찾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성분이 식물에서 추출되었다고 화장품에 써도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담배, 헴록, 덩굴 옻나무도 모두 식물이지만 해로울 수 있지요”
사실 몇몇 피부과 의사들은 무해해 보이는 천연성분일지라도 피부에 앨러지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UC 샌디에고의 피부과 수석 레지던트인 데이빗 키켄은 화장품에 든 차나무 기름, 캐모마일, 녹차 때문에 피부에 문제가 생긴 것을 봤다고 말한다. FDA가 정해놓은 기준이 없으니 수십개의 화장품 회사 및 매장들은 저마다 ‘보태니컬’‘허벌’‘내추럴’‘퓨어’‘오개닉’등의 단어를 브랜드 마케팅에 사용하며 그 의미 또한 자기들 마음대로 정의한다. 예를 들어 www.sephora.com의 경우 ‘보태니컬’ 브랜드는 식물성분을 일부 사용한 것을 의미하며 ‘내추럴’ 브랜드는 인공 보존제, 색소, 향료를 사용하지 않은 것, ‘오개닉’ 브랜드는 살충제를 쓰지 않고 키운 식물 성분을 일부 사용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USDA의 오개닉 인장을 받은 화장품이 건강에 유익하거나 효능이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연방농무부 대변인은 말한다. 정부의 인증은 단순히 그 성분이 재배되고 가공된 방식에 대한 점검이지 그것이 안전을 보장한다는 말은 아니라는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