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과 사치와 위선의 장소 할리웃을 안고 있는 LA가 죄악의 도시임이 분명하다. 얼마 전에는 거대한 장난감들이 LA 다운타운을 유린하더니(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즈’) 이번에는 한국산 이무기가 다시 한번 다운타운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한국에서 빅히트 하고 있는 심형래 감독의 ‘디워’(미국 제목 ‘드래곤 워즈’)의 프리미어가 지난 13일 할리웃에 있는 이집션 극장에서 열렸다. ‘디워’는 한국의 이무기 전설을 현재의 LA로 무대를 옮겨 묘사한 특수효과 위주의 액션영화다. 심 감독이 8년간 심혈을 기울여 미국 등 해외시장을 노리고 미국 배우들을 기용, 영어대사로 만들었다.
지난 14일 개봉된 이 영화는 미국서 개봉된 한국 영화로서는 초유의 기록인 2,277개 관에서 선을 보였는데 개봉 첫 주말 흥행성적은 500만달러. 관당 2,200여달러의 수입이다.
특수효과가 볼 만한 ‘디워’는 한국의 전설과 경치와 전통 가옥과 의상 및 생활상 등을 미국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기여를 했다. 심 감독이 처음부터 미국시장을 노리고 자신의 기술진을 이용해 대형 오락작품을 만든 뜻과 집념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심 감독은 영화 흥행의 승부수를 너무 특수효과에만 의존한 것 같다. 그리고 미국시장 첫 진출부터 한 번에 대박을 터뜨리겠다는 욕심을 낸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비슷한 내용으로 ‘디워’보다 한두어 수 높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미 대도시의 많지 않은 극장에서 개봉, 히트를 했다. ‘디워’의 제작비가 7,000만달러여서 수지타산을 맞추려면 개봉관 수를 많이 잡아야 했겠지만 모험이었던 것 같다.
최근에 미국에서 개봉돼 히트를 한 한국영화는 ‘괴물’과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다. 둘 다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괴물’은 공상과학 내용과 가족 드라마를 잘 섞은 것이 주효했고 ‘봄, 여름,…’은 한국적이면서도 인생유전이라는 인류에게 보편타당한 내용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묘사, 성공했다. 미국 것을 따라갈 수 없는 초대형 특수효과 액션영화보다는 ‘봄, 여름,…’같이 한국적이면서 모든 사람이 공감할 내용의 영화로 미국시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미국사람들은 자막 있는 영화라면 기피하는 증세가 있다. 그래서 미국서 상영되는 외국어 영화는 100만달러가 빅히트 선이다. 한국이 2007년도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으로 출품키로 한 ‘밀양’은 소규모 멜로드라마인데 이를 미리 본 동료 미국인 비평가들이 모두 칭찬을 했다. 전도연이 칸영화제서 주연상을 받은 데다가 미 비평가들의 좋은 입소문을 듣고 있어 미국시장에 한 번 내놓을 만한 영화인 것 같다.
얼마 전부터 아시아에서의 한류열기가 식어가고 있는 만큼 한국 영화는 더욱 절실히 미국과 세계 시장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 비평가들과 영화광들은 이제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와 셀폰과 TV 세트 등이 미국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듯이 한국영화계도 미국 제작사와의 공동제작 및 스튜디오와의 관계 개발 등을 통해 한국영화와 감독과 배우 및 기술 등을 미국으로 넘겨오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미 쇼 박스는 폭스와 협력 계약을 맺었고 미국에 지사를 차린 CJ 엔터테인먼트는 첫 작품으로 한국계 마이클 강이 감독한 ‘웨스트 32가’를 완성했다. 또 얼마 전 한국영화진흥위가 한국 영화산업의 미 진출을 위해 LA에 지사를 차린 것도 고무적 현상이다.
최근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는 멕시코의 3총사 감독 알폰소 쿠아론과 기예르모 델 토로 및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나리투의 미 진출 성공을 예로 들면서 한국의 뛰어난 영화인들의 미 진출이 먼 미래의 일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미 봉준호와 김지운 감독 등은 미 최대의 연예대행업체 CAA와 계약을 맺었다. 이들 외에도 박찬욱, 김기덕, 홍상수 등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감독들이다.
한국 배우들도 할리웃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몇 년 전 박중훈이 ‘찰리에 관한 진실’에 출연했고 비는 와초우스키 형제 감독의 액션물 ‘스피드 레이서’에 나온다. 그리고 미 연예대행업체 엔데버의 고객인 이병헌은 미불합작 미스터리 스릴러 ‘나는 비와 함께 온다’에서 조쉬 하트넷과 공연한다. 이밖에도 전지현은 지안나 전이라는 예명으로 일본을 무대로 한 흡혈귀 영화 ‘피: 마지막 흡혈귀’에 출연한다. 한국판 지이 장과 켄 와타나베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한편 한국 정부는 내달 남북정상회담 때 ‘디워’ 등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들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할 것으로 알려했다. 영화광인 김정일이 ‘디워’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것인지 자못 궁금하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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