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가치가 부시의 요즘 인기처럼 급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토론토 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도착한 토론토 공항 내 환전소에서 새삼 깨달았다. 1캐나디안 달러의 가치가 미 달러로 99.9센트였다.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토론토 영화제에 참석했다. 지난해까지는 LA 영화비평가협회원 자격으로 참석했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빠듯한 스케줄은 배우들 인터뷰와 시사회 그리고 배우들이 참석하는 파티로 짜여졌다.
다음은 우리가 인터뷰한 배우와 감독들. ‘동쪽의 약속’을 감독한 데이빗 크로넌버그와 두 주연 네이오미 와츠와 비고 모텐슨, ‘용감한 사람’을 감독한 닐 조단과 두 주연 조디 포스터와 테렌스 하워드, ‘마이클 클레이튼’의 주연배우 틸다 스윈튼과 조지 클루니, ‘제시 제임스의 암살’의 두 주인공 브래드 피트와 케이시 애플렉, ‘나이 먹은 자들의 땅이 아니다’의 감독인 조엘과 이산 코엔 형제와 출연진 조쉬 브롤린, 하비에르 바르뎀, 타미 리 존스 및 켈리 맥도널드, ‘제인 오스틴 독서클럽’의 감독인 로빈 스위코드와 두 배우 마리아 벨로와 에이미 브렌만, ‘엘리자베스: 황금기’의 감독 셰이카 카푸르와 출연진 케이트 블랜쳇, 애비 코니쉬, 클라이브 오웬 및 제프리 러쉬, ‘색, 계’의 감독 앙 리와 두 주연 토니 륭과 탕 웨이, ‘보상’의 감독 조 라이트와 두 주연 키라 나이틀리와 제임스 매카보이, ‘탐정’의 감독 케네스 브라나와 두 주연 주드 로와 마이클 케인 그리고 돌아오는 날 아침까지 ‘잠수기와 나비’의 감독 줄리안 슈나벨과 출연진 에마뉴엘 세녜와 마리-조제 크로즈 등을 인터뷰했다. 우리는 모두 늘어진 파김치가 돼 “아이 와나 고 홈”을 외웠다.
인터뷰한 사람들 가운데 앙 리는 ‘색, 계’로 얼마 전 끝난 베니스 영화제서 최고 작품상을 받았고 브래드 피트와 케이트 블랜쳇은 역시 같은 영화제서 ‘제시 제임스의 암살’과 ‘나는 거기에 없어’로 각기 남녀 주연상을 받았다.
키가 작고 바싹 마른 조디 포스터는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에 새파란 눈동자를 반짝이며 질문에 답했는데 나는 그를 보면서 “저렇게 작고 연약한 몸에서 어떻게 그런 당찬 연기력이 나올까”하고 감탄했다.
이번 영화제의 최고 화제는 앙 리의 ‘색, 계’. 1930년대 일본이 점령한 상하이를 무대로 일본에 협력하는 중국인 실력자와 그를 암살하기 위해 자신의 육체를 사용하는 여대생의 멜로물이다. 이 영화는 두 주연 토니 륭과 신인 탕 웨이 간의 극사실적인 섹스 신 때문에 미 등급심사위로부터 NC-17(17세 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둘은 서로 맹렬히 싸우듯이 성애에 탐닉했는데 매우 용감한 연기였다. 영화 후 열린 파티에서 토니를 만나 인사를 나눴는데(사진) 토니는 존 우가 현재 중국에서 찍고 있는 삼국지의 적벽대전을 묘사한 ‘적벽’ 촬영으로 곧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능청맞고 유머감각이 풍부한 사람은 조지 클루니. 기념촬영 때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니까 그는 “한국엔 못 가봤는데 아름다우냐”고 물었다. 나는 “가을이 무척 아름답다”고 알려줬다.
참으로 우연히 로저 이버트를 만났다. 엄지손가락 하나로 영화의 흥행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버트를 만난 것은 시내 한 일본식당에서였다. 혼자 저녁을 먹고 있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 한국 여인과 함께 내 뒷자리에 앉는다. 곰곰 생각해 보니 그가 이버트였다. 이버트는 후두암 수술로 말을 못하는데 붕대로 감은 목 한 가운데 호흡용 튜브를 꽂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나를 소개한 뒤 포옹을 하면서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버트는 주머니에서 노트북을 꺼내더니 “아이 러브 ‘스프링, 서머…’(김기덕 감독 영화)”라고 적어 내게 보여주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올려 세웠다. 그는 이어 9시에 상영하는 프랑스 스릴러 ‘두번째 호흡’을 보러간다며 표를 내게 보여줬다. 나는 성치 못한 몸으로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제에 참석한 그의 영화 사랑에 깊이 감복했다. 영화가 그의 생명력의 제너레이터라고 생각했다. 사랑이든 사물이든 무언가를 사랑하려면 저래야 되지 않는가.
마리아 벨로와 내가 서로 제일 좋아하는 책이 같은 것을 인터뷰에서 알았다. 나는 그에게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책이 무언가”라고 물었더니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트문트’가 내 생을 변화시켜 준 책”이라고 답했다. 나는 “그건 내가 제일 아끼는 책”이라고 말하고 우린 함께 깔깔대고 웃었다.
나는 파티 애니멀이 아니어서 영화제 동안 40편 정도 영화를 보던 지난해까지의 토론토가 그리웠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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