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LA타임스에 이라크에서 부상당한 해병이 들것에 누운 채 재입대 선서를 하는 기사가 사진(사진)과 함께 실렸다. 군 생활 3년간 모진 고생을 해 군 기피증이 있는 나는 ‘재입대’라는 단어에 눈이 끌려 기사를 두 번이나 읽었다.
아내와 각기 2세와 7주된 아들을 두고 있는 해병 하사 가레드 호킨스(23)는 지난 6월29일 바그다드 북부 카르마에서 타고 있던 트럭이 길에 설치한 폭탄에 의해 파괴되면서 오른쪽 발뒤꿈치의 뼈들이 으스러지는 부상을 입었다.
세 번째로 이라크 전선에 투입된 지 20일만이었는데 그는 수술을 받으러 병원으로 가기전 일단 의료진에 의해 진통제를 맞은 뒤 들것에 누워 4년차 이라크 전선 투입을 위해 재입대 선서를 했다.
신병들에게만 자기 부대를 맡길 수 없다는 것이 재입대 이유로 선서는 장교들이 병영에서 즉석 식을 마련한 가운데 이뤄졌다. 들것에 누운 호킨스가 오른손을 들고 재입대 선서를 하는 사진이 군사·정치견해 웹사이트와 출판물에 게재되면서 호킨스는 삽시간에 영웅이 됐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지 않는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젊은 해병들이 재입대를 기피하는 현 시점에서 해병 당국은 이 사진을 재입대 선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태평양전쟁의 이오지마 전투서 미 해병들이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사진을 미 정부가 전쟁용 채권판매 선전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이치다.
새 회계연도를 얼마 앞둔 현재 샌디에고 캠프 펜들턴에 주둔한 제1 해병사단은 재입대 목표의 90%를 채웠는데 부대측은 호킨스의 사진 때문에 나머지 10%를 무사히 채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해병 당국은 군인들의 재입대를 유인하기 위해 1인당 1만~8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 호킨스는 이번 재입대로 4만1,000달러를 받았는데 전장에서 재입대해 면세혜택을 받는다고.
호킨스는 영국인 부모 밑에서 홍콩서 태어나 10세 때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귀화시민이다. 장교가 될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호킨스는 군과 전우를 매우 사랑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그의 가슴에는 지난 2004년 팔루자 전투에서 사망한 두 전우의 이름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현재 샌디에고에서 회복 중에 있는 호킨스는 하루 속히 자기 부대가 있는 이라크로 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난 이 기사를 읽으면서 요즘 다시 터져 나오고 있는 한국의 젊은 연예인들의 병역의무 불이행 기사가 떠올랐다. 재입대는 못할망정 젊음의 패기도 용기도 상실한 그들이 측은하기까지 했다.
‘재입대’ 하면 선뜻 떠오르는 영화장면이 있다. 일본군의 진주만 공격 전후 하와이에 주둔한 직업군인들의 우정과 의리, 사나이다움과 명예와 사랑을 그린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에서 졸병 프루가 ‘재입대의 블루스’(Reenlistment Blues)를 부르는 장면이다.
프루(몬고메리 클리프트)는 병영 막사에서 기타를 치며 전우들과 이 노래를 부르는데 프루야말로 군이 가족이요 집인 말뚝군인이다. 옛날에 내가 군인이었을 때도 특별히 취직할 자리가 없어 군에 말뚝을 박은 하사관들이 많았는데 나는 이들의 좌절감의 애매한 화풀이 대상이 됐었다.
프루는 17세 때 가출, 군에 입대한 뒤 30세가 되도록 졸병으로 있는데 자기 애인 로린(도나 리드)보다 군을 더 사랑해 진주만이 기습을 당하자 탈영병 신분으로 애인을 두고 귀대하다 우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프루를 보호해 주는 고참 말뚝상사 밀튼(버트 랭카스터)의 장교 기피증. 그는 장교시험을 친 뒤 자기와 결혼하자는 유부녀 캐런(데보라 카)의 간청을 물리치고 상사로 남는다. 호킨스와는 다른 사고방식으로 랭카스터는 진짜 군인은 졸병들과 하사관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인간성을 획일화시키려는 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가끔 재입대의 악몽을 꾸곤 했다. 군복무를 마쳤는데도 또 영장이 날아오곤 하는데 그때마다 난 “이제 또 한 3년 죽었구나”하고 괴로워하다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호킨스와 프루가 날 어찌 생각할는지는 모르겠으나 난 언제까지나 민간인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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