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영화비평가협회(LAFCA)의 동료 비평가인 해리엣 로빈스가 ‘작은 보석들 같은 예지로 가득 찬 영화’라고 말했듯이 현재 상영 중인 노래와 사랑이 있는 아일랜드 영화 ‘원스’(Once)는 아름답고 깨끗한 소품이다. 나는 올 들어 지금까지 200편 정도의 영화를 봤는데 이 영화보다 더 내 마음속에 들어와 앉는 것이 아직까지는 없다.
내용이 간단하면서도 사랑하는 두 남녀의 감정 표현이 잔잔한데 무엇보다 배우 같지 않은 두 남녀 주인공이 소박하고 진실한 모습으로 마음의 나눔을 표현, 마음에 든다.
그냥 ‘가이’로 나오는 남자(글렌 한사드)는 30대에 아직도 진공청소기 수리상인 아버지의 집에 얹혀 사는 음악가다. 그는 저녁이면 더블린 거리에 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면서 성공할 날을 기다린다.
이 ‘가이’가 길에서 꽃을 파는 역시 음악가인 체코 출신의 앳된 ‘걸’(마르케타 이르글로바)을 만나면서 둘은 음악적으로 교감을 하게된다.
‘걸’은 체코서 클래시칼 피아노를 공부한 여자로 남편은 체코에 남겨둔채 홀어머니와 어린 아들과 함께 아일랜드에 와 이들을 혼자 부양하면서 역시 음악가로 성공할 날을 기다린다.
그리고 ‘걸’은 ‘가이’의 뮤즈가 되어 둘은 함께 작곡과 작사를 하고 노래를 부른다. 이 과정에서 둘 간에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영그는데 둘은 이 감정을 거의 나타내지 않아 그것이 더욱 간절하다.
피아노를 치는 ‘걸’을 창밖에서 카메라가 잡은 마지막 장면이 목을 메이게 한다. 둘의 연기와 내용이 꾸밈이 없고 사실과 같아 눈앞에서 실제로 두 남녀의 관계를 보는 것 같은 솔직하고 매력적인 영화다.
더블린 거리의 우화인 이 감정적인 뮤지컬 로맨스의 두 주인공 한사드(37)와 이르글로바(19-실제 체코인으로 학생)는 실제 작곡·작사가들로 둘은 ‘멋진 계절’(Swell Season)이라는 이름으로 듀엣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영화는 가슴에 와 닿는 강한 호소력을 지닌 내용 외에도 한사드와 이르글로바가 공동으로 작곡하고 작사한 포크 록 스타일의 노래들이 참으로 좋다.
둘의 하모니가 절묘하다. 한사드는 내면 깊이 있는 음의 감정을 때로 거의 고함을 지르고 절규하다시피 노래하는데 영혼이 슬퍼하는 소리 같은 독특한 창법이다.
한사드의 이런 격한 톤을 토닥여 주는 것이 이르글로바의 단조롭기까지 한 착 가라앉은 노랫소리. 둘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서글퍼지면서 다른 세상에 있는 느낌마저 든다.
사운드 트랙 중 특히 가슴에 어필하는 곡이 이르글로바가 작사·작곡하고 노래하는 ‘이프 유 원트 미’(If You Want Me)다. 이르글로바가 리드싱어로 노래하면 한사드가 뒤에서 받쳐주는 식으로 노래하는데 병약한 모습의 이르글로바가 “아 아 아 아” 하며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그리움을 노래하니 듣는 내 마음도 아프다.
‘내가 실제로 여기 있는 건가요 아니면 꿈을 꾸는 것인가요/꿈과 진실을 구별 못하겠네요/그동안 오랫동안 당신을 보지 못해 당신 얼굴을 더 이상 기억 못하겠군요.’ 그리고 ‘당신이 저를 사랑하신다면 저를 만족시켜 주세요’라고 후렴하는데 그 말이 에로틱하기까지 하다. 우수와 동경과 후회가 어른거리는 서정적인 노래요 창법이다.
한사드와 이르글로바는 현재 이 영화의 노래들을 내년도 오스카상 후보로 올려놓기 위해 미주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나는 웨스트LA의 랜드마크 극장 내 와인 바에서 둘의 노래를 들었다.
두 사람은 노래하기 전 바에 모여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나는 이르글로바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고 “당신의 영화와 음악이 나를 크게 감동시켰다’고 치하했다. “고맙다”고 답하는 그의 모습이 순수한 촌색시 같았다.
이어 둘은 무대에 나서 노래를 불렀는데(사진) 둘의 모습이 영화 속의 그것과 똑같아 마치 금방 영화에서 걸어 나온 사람들 같았다.
한사드는 기타를 치고 이르글로바는 키보드를 치면서 영화에 나온 ‘이프 유 원트 미’ ‘폴링 슬로우리’(Falling Slowly) ‘리브’(Leave) 및 ‘원스’ 등을 불렀는데 영화에서처럼 아주 잘 어울리는 화음이었다. ‘정말 노래들을 잘 부르는구나’ 하고 감탄을 했다. 노래들이 간명하고 정이 있고 또 절실하다.
잠깐 한 눈을 팔면 놓쳐버릴 ‘원스’는 지난 5월에 개봉됐는데 비평가들의 절대적 지원으로 지금 뜻밖의 히트를 하고 있다.
나는 나 나름대로 이 영화를 내가 속한 할리웃 외신기자협회(HFPA)가 주는 골든 글로브상 후보작으로 올려놓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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