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문제 해결 위한
소비자 목소리 커져
뉴욕시, 이미 의무화
“애피타이저 한 접시가
하루 권장량 넘는 것도”
체중 조절을 위해 섭취하는 칼로리에 주의해야 한다면 ‘칠리스’의 치킨 시저 샐러드와 등심 스테이크 중 어느 것을 먹어야 할까? ‘서브웨이’에서 투나 샌드위치와 로스트비프 샌드위치 중 어느 것을 골라야 할 것이며 ‘스타벅스’에서 차이와 카푸치노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할 것인가?
식당 음식에도 칼로리 레이블을 붙이라는 요구가 전국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뉴욕시가 가장 앞서 일부 식당에 음식의 칼로리 함량을 가격표 옆에 붙이도록 의무화시킨 법이 7월 1일부터 실시되고 10월부터는 단속이 시작되지만 20개쯤 되는 다른 주와 시는 체인 식당에만 칼로리나 자세한 영양 정보를 메뉴나 메뉴판의 가격 옆에 가격과 같은 글씨체로 써서 알리게 하는 법규 제정을 고려중이다. 체인 식당은 숫자로는 전체 식당의 10%에 불과하지만 식당 손님 전체의 3분의2가 드나든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식당들은 물론 칼로리 표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따로 레이블을 달면 보기도 흉하고 비용도 들며 그런다고 미국인의 비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중 여론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메뉴에 칼로리 표시를 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음식 서비스 회사 ‘아라마크’가 2005년에 5,297명의 성인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83%가 식당에서도 영양 정보를 얻기 원한다고 대답했다.
칼로리 표시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공익과학센터의 영양정책 담당 디렉터 마고 우탄은 “사람들은 더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선택하고 싶지만 영양 정보가 없기 때문에 최선의 선택도 대충 짐작으로 해야 하고, 그 결과 짐작했던 것과 전혀 다른 음식을 먹기도 한다”고 말하고 있다.
여러모로 건강에 좋을 것 같아 보이는 ‘칠리스’의 치킨 시저 샐러드는 사실상 1,010 칼로리에 76그램의 지방을 함유하고 있는 반면 등심 스테익은 540칼로리에 지방 함량은 42그램에 불과하다.
530칼로리인 투나 샌드위치도 ‘서브웨이’에서는 저칼로리 메뉴라 할 수 없다. 로스트비프 샌드위치는 290칼로리로 훨씬 열량이 적다. 차이 라테 역시 똑같은 우유를 써서 똑같은 사이즈를 마셔도 카푸치노보다 100칼로리가 더 높다.
자사 웹사이트나 음식의 포장지에 칼로리 정보를 내 걸고 있는 식당은 많지만 손님들이 음식을 주문할 때 볼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이 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말이다. 일부 앙트레와 애피타이저는 한 접시에 담긴 열량이 평균 성인의 일일 권장량인 2,000칼로리를 넘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영양학자들에게 악명 높은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의 블루민 어니언은 양파를 꽃처럼 벌어지게 자른 다음 튀김옷을 입혀 기름에 튀겨 낸 것으로 소스까지 곁들여 내놓는다. 그것을 다 먹었다간 2,200칼로리에 100그램 이상의 지방을 섭취하게 되는데 그 대부분이 문제의 트랜스 지방이다.
식당에서 음식의 칼로리 양을 짐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은 훈련받은 영양사들도 마찬가지다. 앞의 우탄 박사 조사에 따르면 영양사들은 식당 음식의 칼로리 용량을 계속 과소 추정해 정식 식당에서 햄버거와 어니언 링을 먹을 때 실제로는 1,550칼로리를 섭취하는데도 850칼로리를 섭취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렌지는 오렌지고 사과는 사과인 시대가 있었지만 요즘은 음식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팝타트’만 해도 56가지 성분이 들어 있고 식품업계는 설탕과 기름, 소금을 음식 속에 잘도 쑤셔 넣어 맛은 좋지만 건강에는 좋지 않게 하는데 매우 능합니다”라고 예일대 식사 및 체중 이상 센터의 켈리 브라우넬 소장은 말한다. 식당에서 쇠고기 대신 닭고기 등 건강에 좋아 보이는 요리를 선택하더라도 실제 칼로리는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맥도널드’의 그릴드 치킨 클럽 샌드위치는 빅맥(540칼로리)보다 더 칼로리가 높다.
식당업계 관계자들은 미국 사람들은 아직도 식사의 4분의3을 집에서 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외식을 하면 집에서 먹을 때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 문제. 그러나 진정한 의문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면 과연 더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이냐는 점이다. 관계 연구에 따르면 식당 손님 중 10~20%만이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선택할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탄 박사는 “그것으로 비만문제 전체를 해결할 수는 없더라도 해결책의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는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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