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총으로 세워진 나라다. 미국인 개척자들은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를 하면서 원래 땅 임자인 아메리칸 인디언들을 가차 없이 살육, 그들의 땅을 차지했다. 인디언 살육에 쓰인 도구가 총이었음은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총 다음으로는 위스키로 인디언들을 주정뱅이로 만들어 놓았는데 그래서 요즘도 인디언 거주 지역에서는 술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개척자들이 인디언들을 살육하는데 1등 공신 노릇을 한 것이 레버로 작동되는 연발 라이플 윈체스터다. 그래서 윈체스터는 ‘서부를 쟁취한 총’이라 불리면서 미국을 상징하는 무기로 취급된다.
윈체스터는 미 서부사에 나오는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사용했다. 전설적 열차강도 제시 제임스와 말년에 콤비를 이뤄 미국을 돌며 인기 ‘와일드 웨스트 쇼’를 공연했던 서부개척자 버팔로 빌 코디와 애니 오클리 그리고 커스터 장군의 기병대를 몰살한 수족 인디언의 용감무쌍한 추장 시팅 불 등이 모두 이 라이플을 썼었다. 수많은 웨스턴에 나온 존 웨인이 들고 다니던 라이플도 윈체스터였다.
존 웨인이 나온 재미 만점의 웨스턴 ‘리오 브라보’(Rio Bravo·1959)에서 베이비 페이스 건맨으로 나온 가수 릭키 넬슨은 라이플을 찬미하는 노래를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소떼들은 냇가로 내려가네/개똥지빠귀가 둥우리에 몸을 풀면 카우보이가 꿈을 꿀 때지요/진홍빛으로 물드는 계곡이 내가 있을 곳이지요/내 좋은 세 친구들인 내 라이플과 조랑말과 그리고 나와 함께.’
윈체스터는 1866년 코네티컷의 셔츠제조업자였던 올리버 F. 윈체스터가 뉴헤이븐에서 제조를 시작했다. 라이플 개발의 선봉 노릇을 한 윈체스터는 재장전 없이 연발이 가능해 ‘반복’ 라이플이라고도 불린다. 혁신적인 총이어서 사냥꾼, 군인, 무법자, 카우보이 및 인디언들의 총애를 받았다. 오래된 윈체스터는 요즘 시가로 100만달러까지 호가한다.
뉴헤이븐에 있던 윈체스터 제조공장은 2차대전 때는 1만9,000명의 종업원을 둘 정도로 호황을 누렸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인기가 떨어져 공장이 작년에 문을 닫고 말았다.
윈체스터가 플롯의 주제로 사용된 영화가 제임스 스튜어트가 주연한 사납고 폭력적인 흑백 웨스턴 ‘윈체스터 ‘73’(Winchester ‘73’·1950·사진)다. 스튜어트와 함께 여러 편의 걸작 웨스턴을 만든 앤소니 맨이 감독한 이 영화는 스튜어트가 캔사스 다지시티의 미 독립기념일 사격시합에서 1등 상품으로 탄 윈체스터를 라이벌로부터 강탈당한 뒤 총을 되찾기 위해 광적이다시피 집요하게 범인을 추적하면서 일어나는 액션을 그렸다. 윈체스터는 스튜어트의 라이벌의 손에 들어간 뒤 인디언을 상대로 장사하는 상인과 젊은 시팅 불(젊은 록 허드슨이 인디언으로 나오는데 그 때만 해도 그랬다)과 농장 주인과 또 다른 강도에 이어 다시 처음 총을 강탈한 자에게 돌아갔다가 마지막에 스튜어트가 되찾는다. 윈체스터를 잠시 동안 소유했던 사람들은 모두 이 총을 보물단지처럼 여기는데 상인이 총을 한 손에 잡고 감탄하는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미녀를 찬탄하는 듯하다.
‘윈체스터 ‘73’은 소위 심리 웨스턴으로 야만과 문명과 영웅주의의 본질을 묻고 분석한 뛰어난 작품이다.
대형 총기 살상사건이 일어나면 한 번씩 거론되는 것이 총기소지 규제 강화론이다. 미국은 헌법으로 시민의 무기 소지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법적 보장과 함께 450만명의 회원이 있는 미총기협회(NRA)의 세력과 자금과 로비가 막강해 총기소지 규제론은 사건이 난 직후 잠깐 시끌시끌하다가 사라지곤 한다. 의원이나 대통령 후보가 총기소지 규제론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나왔다가는 십중팔구 낙선하게 마련이어서 이 문제는 정치인들에게는 거의 터부시되고 있다.
살상용 총을 딱총처럼 쉽게 살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현재 전 미국에는 2억6,000만정 정도의 총이 있는데 FBI(미연방수사국)에 따르면 매년 1만명 이상이 총기에 의해 목숨을 잃고 있다.
‘검을 쓰는 자는 검으로 망한다’는 말도 있듯이 총이 있어 살상이 일어난다. 집집마다 총을 갖고 있는 한 언젠가 또 다시 버지니아텍 사건을 능가하는 총기에 의한 대량 살상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총기 문제에 관한 한 ‘고디언 낫’을 끊을 칼이 없다는 게 문제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