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인기 좋았던 영국의 남성 5인조 보컬그룹 허만스 허미츠의 노래 중에 ‘나는 헨리 8세에요’라는 것이 있다 ‘나는 헨리 8세에요 나는 헨리 8세에요 나는/ 나는 옆집 과부와 결혼했지요/그는 전에 일곱번이나 결혼했는데 모두가 헨리였지요/ 그는 윌리나 샘은 가지려 하질 않아요/ 나는 헨리 8세에요 나는 헨리 8세에요 나는’
가사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나는 여덟번째 남편’이라는 말이지만 이 노래는 총 6명의 아내 중 2명의 목을 잘라버린 16세기 영국 튜더 왕조의 왕 헨리 8세를 풍자한 것이다.
18세에 왕좌에 올라 죽기까지 37년간을 영국을 통치하며 나라를 중세국가에서 근대국가로 발전시킨 헨리 8세(1491~1547)만큼 요란한 스캔들을 뿌린 왕도 없을 것이다. 그가 두 번째 부인이 된 시녀출신의 앤 볼린 때문에 일으킨 스캔들에 비하면 찰스와 다이애나의 이혼은 학예회 연극에 불과하다.
6세 연상의 형수였던 스페인 여자 캐서린과 결혼한 헨리 8세는 아내에게서 아들을 못 얻어 “아들 아들”하며 소란을 피웠는데(한국의 궁중 드라마나 다를 게 없다) 푸르스름하게 까만 눈동자를 지닌 미녀 앤을 보면서 정열적으로 이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이 앤이라는 여자가 보통 야심이 강한 여자가 아니어서 바람둥이 헨리 8세가 “네가 내 정부가 돼 주면 난 절대로 다른 여자를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는 데도 캐서린과 이혼을 안 하면 자기 몸을 못 주겠다고 버틴다. 당시 왕이 이혼을 하려면 교황의 허락을 받아야 했는데 헨리 8세는 교황이 이혼을 불허하자 앤과 결혼하려고 성공회라는 영국 국교를 만들고 하늘과도 같은 바티칸과 절연한다. 사랑의 힘이란 이렇게 엄청나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얻은 왕비 앤이 딸 하나만 낳고 아들을 못 낳으면서 앤의 비극이 시작된다. 사랑이 미움이 되면서 헨리 8세는 앤에게 간통죄를 뒤집어씌워 목을 잘라 버리는데 앤이 왕비 노릇한 기간이 대강 1,000일이어서 그를 ‘천일의 앤’이라고 부른다. 둘 사이에 낳은 딸이 후일 대영 제국을 일으켜 세운 ‘처녀 여왕’ 엘리자베스 1세다.
헨리 8세와 앤 볼린의 얘기는 영화로도 여러 편 만들어졌다. 찰스 로턴(오스카 주연상 수상)이 뚱보 광대처럼 나오는 ‘헨리 8세의 사생활’(1933)에서는 앤으로 멀 오베른이 나왔고 오스카 작품, 감독, 남우 주연 등 모두 6개 부문서 수상한 ‘사계절의 사나이’(1966)에서는 로버트 쇼와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각기 헨리 8세와 앤으로 나왔다. 그리고 흥미진진한 ‘천일의 앤’(1969)에서는 리처드 버튼과 즈느비에브 뷔졸드가 각기 왕과 왕비로 나왔다.
헨리 8세 하면 우리는 보통 나이 먹고 성질 고약한 뚱보 폭군으로 연상하게 마련이다. 그것은 독일 화가 한스 홀바인의 헨리 8세의 초상화와 영화가 그린 왕의 모습 때문이다. 실제로 헨리 8세는 5개 국어를 하는 지적인 진보 사상가로 젊었을 때는 절세미남이었다고 한다.
새파랗게 젊고 화끈한 헨리 8세의 집권 첫 10년 드라마를 10부작으로 만든 시리즈 ‘튜더 왕조’(The Tudors·사진)가 4월1일부터 매주 일요일 밤 10시 페이TV 쇼타임을 통해 방영된다. 첫 6부를 본 바에 따르면 대담무쌍하고 힘이 넘치고 화려한 대작이다. 아일랜드에서 찍었는데 섹스와 유혈과 음모와 폭력이 판을 치는 재미 만점의 궁중판 소프오페라다.
시리즈는 시작하자마자 카리스마가 있는 혈기 방장한 헨리 8세(조나산 라이스 마이어스가 눈동자를 반짝이며 야생마 같이 군다)를 소개한다. 머리를 짧게 깎은 헨리 8세가 그의 두 충실한 보좌관인 울시 추기경(샘 닐)과 ‘유토피아’를 쓴 토마스 모어(제레미 노댐) 등 신하들을 모아놓고 프랑스와의 전쟁을 결정한 뒤 “자 이젠 놀자”면서 퇴장한다. 그리고 장면은 대낮 침실에서의 헨리 8세와 시녀와의 노골적인 섹스 신으로 이어진다.
왕이 된 나이가 18세였으니 호르몬이 넘쳐흘렀을 텐데 시리즈는 처음 헨리 8세의 엽색행각과 마상 창시합 등 플레이보이와 스포츠맨의 모습을 뜨끈뜨끈하고 역동적으로 보여준다.
연상의 여인 캐서린과의 갈등과 버킹엄 공작 에드워드의 반정부 음모 및 프랑스와의 평화협정 등이 묘사되면서 4부에서부터 앤 볼린(나탈리 도머-뾰로통한 입술을 한 도머가 너무 현대적이다)이 본격적으로 부각된다. 그리고 6부는 교황이 헨리 8세의 이혼 요구를 불허하면서 끝이 난다. 이 소식을 앤과 함께 전해들은 헨리 8세의 눈에서 광기를 띤 불꽃이 튄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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