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더스트가 콩가루가 됐다. 지난 13일 라스 베이가스의 명물 호텔 카지노 스타더스트가 이 동네에 불어 닥친 메가 리조트 건설 붐에 밀려 내부 폭파를 통해 완전히 해체됐다.
지난 1958년에 건설돼 그동안 명물 쇼와 염가봉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오면서 숱한 화제를 낳은 베이가스의 또 하나의 전설적 호텔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총천연색 네온 별들이 명멸하는 간판(사진)으로 유명한 스타더스트는 처음에 베이가스의 중심가 스트립에 세워졌을 때만 해도 미국 최대의 객실(1,000여개)과 네바다에서 가장 큰 풀을 가진 호텔이었는데 방에 TV도 전화도 없었다고 한다. 헐린 스타더스트 자리에는 총 객실 수가 5,300개인 4개의 호텔 콤플렉스인 에셜런 플레이스가 2010년에 들어선다.
내가 미국에와 가족과 함께 처음 베이가스에 놀러갔을 때 묵었던 호텔이 스타더스트였다. 이 호텔을 고른 까닭은 일종의 버라이어티 쇼로 당시만해도 베이가스에서 최고였던 리도 드 파리 쇼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긴 다리에 늘씬한 몸매를 한 무희들이 젖가슴을 드러낸 채 춤을 추는 것을 그 때 처음 봤는데 쇼의 클라이맥스는 후에 베이가스의 수퍼스타가 된 지그프리드와 로이 쇼였다.
베이가스가 꾼들의 도박도시에서 가족 휴가용 초대형 위락단지로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1989년 미라지 호텔이 들어서면서 부터다. 그 뒤로 럭소, MGM 그랜드, 트레저 아일랜드, 베네시안, 벨라지오, 맨달레이 베이, 파리 등과 같은 메가 리조트가 생기면서 스타더스트 급의 호텔들은 동네 여관 신세가 되고 말았다. 프랭크 시나트라와 딘 마틴과 새미 데이비스 주니어 등 ‘랫 팩’의 무대였던 샌즈와 듄스 같은 옛 스타일의 호텔들은 벌써 오래 전에 문을 닫았다. 스타더스트는 스트립에 있는 고답적 호텔의 마지막 보루였다.
근래 들어 베이가스는 지었다 하면 객실 몇 천개짜리 호텔들이 세워지느라 망치소리가 사방에서 요란한데 MGM 미라지는 얼마 전 MGM 그랜드 앞에 50억달러를 들여 호텔, 카지노, 콘도 및 상점들로 구성된 시티센터를 짓는다고 발표했다. 죄악의 도시가 가족용 휴양지로 탈바꿈하면서 이 곳을 찾는 방문자 수도 급증하고 있는데 통계에 따르면 2004년 한 해 베이가스를 찾은 사람은 모두 3,740만명이었다. 붐타운으로 한국인 등 상주를 위한 유입 인구도 급증하고 있다.
베이가스의 메가 리조트의 규모는 가히 과다할 정도다. 스티브 윈의 윈호텔 경우 18홀 골프코스, 전장 125m의 풀, 2개의 웨딩채플, 미술전시관, 45개의 방을 가진 스파와 페라리-마제라티 딜러 및 19개의 식당을 보유했다. 한 번에 5,000달러를 거는 슬롯머신도 있다. 이런 호텔에 비하면 하룻밤 숙박료가 8달러에서 시작된 스타더스트는 초가삼간에 지나지 않는다. 요즘 메가 리조트들은 샤핑과 식당과 뮤지컬 등 도박 외 수입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데 윈의 한 고급 간부는 결국 도박 외 수입이 도박 수입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씀씀이가 이렇게 커지다보니 예전에 많았던 판돈 5달러짜리 블랙잭 테이블은 이제 이런 대형 호텔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돈 놓고 돈 먹는 세상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베이가스는 동부 출신의 갱스터 벅시 시갈이 사막 한 복판에 플라밍고 호텔을 지으면서 시작됐는데 그래서 이 동네는 한동안 갱이 말아 먹었었다. 스타더스트도 마찬가지로 마틴 스코르세이지가 감독하고 로버트 드 니로와 샤론 스톤이 주연한 ‘카지노’(1995)에 나오는 탠지어스 호텔의 모델이 스타더스트다. 드 니로가 표현한 호텔주인 샘 로스스타인은 스타더스트의 보스 프랭크 ‘레프티’ 로젠탈이었다. 스코르세이지는 영화에서 베이가스가 디즈니랜드로 변해버렸다고 투덜댔었다.
스타더스트는 또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쇼 무대를 장식했던 곳이다. 1959년 17세 때 베이가스에 진출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미스터 라스 베이가스’ 웨인 뉴턴과 템테이션즈 및 코미디언 단 리클스 그리고 스티브 로렌스와 이디 고메이 커플 등이 대표적인 스타들이다.
베이가스는 보안이 철저해 카지노를 터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랫 팩’들이 한탕 크게 한 적이 있다. 영화 ‘오션의 11인’(Ocean’s Eleven·1960)에서 ‘랫 팩’은 송전탑을 무능케 해 베이가스를 암흑천지로 만든 뒤 샌즈 등 일련의 카지노를 털었다. 이 영화의 신판으로 조지 클루니, 브래드 핏, 맷 데이몬 등이 나와 크게 히트한 동명영화의 두번째 속편‘오션의 13인’이 오는 6월8일에 개봉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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