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출생 250주년이 되는 지난 한 해는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물론이요 전 세계가 이 음악 천재 모차르트를 추모하느라 분주했다. 나도 추모와 축제 열기에 마음이 달아 잘츠부르크까지 가서 모차르트의 생가 앞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왔다.
그런데 이 250주년 파티는 적어도 LA 체임버 오케스트라(LACO)의 경우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LACO의 지휘자이자 명 피아니스트인 제프리 카헤인은 지난해부터 시작해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 23곡을 연주하고 있다.
지난 18일에 팔순의 미국인 친구 샘과 함께 UCLA의 로이스 홀에서 있은 제13번과 제19번 그리고 유명한 ‘대관식’(Coronation) 협주곡인 제26번 연주를 들으러 갔다.
엉덩이를 다쳐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샘은 모처럼 생음악을 듣는다는 생각에 아이처럼 좋아했다. 그런 샘을 보니 장난기 심하고 귀여웠던 모차르트가 연상됐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간단하다고 하겠다. 단순 명료하면서도 심오한데 심연의 동그라미와도 같은 음악이다. 그리고 우아하고 세련됐으며 위트가 반짝거리는데 무엇보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겹겹이 쌓여 행복감을 준다.
이날 만당을 이룬 로이스 홀은 음의 반향이 아주 좋아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웬만한 교향악단의 연주처럼 들린다. LACO의 풍요로운 반주와 카헤인의 기민하고 아늑하며 또 서정적이면서 섬세한 연주가 잘 조화된 협주곡이었다. 아름다운 그림같은 연주였다. 카헤인은 등을 청중에게 돌리고 앉아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피아노를 치느라 악장이 끝날 때마다 손수건으로 이마의 땀을 닦았다.
모차르트의 음이 간단하면서도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또 깊이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곡이 이날 연주된 ‘대관식’ 협주곡이다. 이 곡은 ‘엘비라 마디간’ 협주곡이라는 별명이 붙은 제21번 협주곡과 함께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둘 다 멜로디가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일 텐데 ‘대관식’ 협주곡은 전 3악장의 주제를 한 번 들으면 금방 콧노래로 부를 수 있을 만큼 경쾌하다. 카헤인은 이날 이 곡의 카덴자를 오스트리아의 거장 피아니스트 폴 바두라-스코다의 것으로 쳤는데 ‘대관식’ 협주곡은 고전주의의 틀을 벗어난 낭만주의의 톤을 지녀 로맨틱하다. 음악이 끝나자 샘은 “명쾌하고 따스하다”면서 “하늘나라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음악”이라며 감탄을 했다.
모차르트가 초기 피아노 협주곡들을 작곡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16세 때로 우리가 이날 들은 곡들은 그가 음악적으로 성숙했을 때의 것들이다.
LACO와 카헤인의 모차르트 250주년 생일파티 피아노 협주곡 연주 피날레는 3월17일에는 글렌데일 알렉스 극장(하오 8시) 그리고 18일에는 로이스 홀(하오 7시)에서 각기 열린다. 레퍼터리는 협주곡 제8번, 제20번, 제14번 그리고 맨 마지막 곡인 제27번으로 짜여졌다.
지난 1997년 제5대 LACO의 상임지휘자로 임명된 카헤인은 모차르트와 비슷한 나이인 다섯 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1983년 이스라엘서 열린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경선대회서 그랑프리를 탄 그는 비단 클래시칼 음악뿐 아니라 재즈, 뮤지컬 및 록 등에도 일가견이 있는데 현재 LACO와 함께 콜로라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도 활약하고 있다.
나는 요즘 피터 그레이가 쓴 모차르트 자서전을 읽고 있는데 전에 잘 몰랐던 재미 있는 일화가 많다. 역시 음악가였던 아버지 레오폴트가 애칭으로 볼프강에를 이라고 불렀던 모차르트는 부모의 사랑을 받았는데도 어렸을 때 늘 타인의 사랑을 갈급해 했다고 한다.
또 5세에 작곡을 시작해 9세에 첫 교향곡을 지은 모차르트는 경쟁자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았는데 이들은 모차르트의 천재성을 사기라고 모함을 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볼 수 있듯이 모차르트는 짓궂고 장난기가 심했는데 특히 음란한 화장실용 농담을 즐겨했다.
그의 첫 애인은 모차르트가 21세 때 만난 사촌 마리아 안나 테클라였는데 모차르트가 그녀에게 보낸 편지 내용에서 모차르트의 이런 장난기가 여실히 나타난다. 모차르트는 ‘나는 당신의 손과 얼굴과 무릎 간단히 말해 당신이 허락하는 모든 것에 키스를 보낸다’면서 음악적 리듬 문체로 음탕한 애정고백을 하면서 끝에 ‘나는 당신의 코 위에 X을 싼다’고 냄새나는 소리를 하고 있다.
모차르트 팬들에게 좋은 CD 하나 소개한다. 니콜라스 하논코트가 지휘하는 체임버 오케스트라 오브 유럽이 연주하는 모차르트 교향곡 제38~41번이 워너 클래식스(Warner Classics)에서 나왔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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