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텍사스 출신의 인기 여성 3인조 컨트리그룹 ‘딕시 칙스’가 런던서 공연할 때 가수 나탈리 메인스가 “미국 대통령이 텍사스에서 나왔다는 것이 수치스럽다”고 말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후 ‘딕시 칙스’는 살해위협까지 받았고 미국의 컨트리 뮤직 라디오방송국들은 이들의 노래를 보이콧했었는데 3인조는 최근에 와서야 새 앨범을 내고 미 순회공연을 하는 등 재기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딕시 칙스’의 새 싱글 제목은 ‘아직 얌전할 준비가 되지 않았어’로 이들의 반부시 발언의 후유증을 찍은 기록영화 ‘딕시 칙스: 입 닥치고 노래나 해’가 올 가을에 개봉된다.
체제의 권력 남용과 불의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을 저항 가수라 부르는데 ‘딕스 칙스’도 이 계열에 속한다고 하겠다. 박정희의 독재정부 시절에는 ‘아침 이슬’을 부른 김민기가 우리 나라 저항가수의 대표자였다.
체제와 전쟁에 반대하는 노래들은 60년대 붐을 이뤘었다. 밥 딜란의 ‘블로인 인 더 윈드’와 피트 시거의 ‘웨어 해브 올 더 플라워즈 곤’이 그 대표적 노래들이다. 베트남전에 반대하는 이들 노래들은 그 때만해도 전쟁과 체제에 반대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요즘 불려지는 저항의 노래들은 부시를 찍어 공격하고 있다. 이들 노래들은 이라크전에 반대하는 내용들로 부시의 호전적 태도와 그와 한통속인 일부 각료와 참모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뉴스위크에 의하면 얼마 전 마도나는 캘리포니아 코아첼라에서 열린 음악축제에서 자기 노래 ‘아이 러브 뉴욕’의 가사를 바꿔 “그냥 텍사스에 가서 조지 부시의 X를 X아라”고 노래했고 에미넴은 자신의 최신 싱글에서 “그(부시)에게 AK-47을 메어 보내 자신의 전쟁을 싸우게 하라”고 독려했다.
이들 외에도 펄 잼, 폴 사이몬, 멀 해가드, 핑크 및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많은 일류 가수들이 국민 61%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철군은 절대로 없다”며 박박 우기는 부시를 대놓고 공격하고 있다.
내가 요즘 즐겨 듣는 반부시 반이라크전 앨범이 캐나다 태생 포크 록가수이자 작곡가인 닐 영(사진)이 노래한 ‘전쟁과 함께 살며’(Living with War)이다.
영은 가수생활 40여년간을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고 환경보호를 옹호해 온 가수로 반베트남전 시위 때 주방위군의 총에 맞아 죽은 켄트 주립대학생을 추모하는 ‘오하이오’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다.
영의 CD는 첫 곡 ‘정원이 없어진 후’에서부터 100명의 합창단이 영을 백업하는 ‘아메리카 더 뷰티플’까지 10곡으로 짜여졌는데 아름답고 장엄한 마지막 곡을 들으면 절로 눈물이 흐른다. 이 중에서 제일 신나고 재미있는 노래는 부시를 사납게 공격한 ‘대통령을 탄핵하자’(Let’s Impeach the President)이다. 짧은 나팔소리와 함께 급박한 기타 반주와 강렬한 드럼 비트에 맞춰 영은 구호를 외치듯 노래한다.
“우리가 그에게 준 모든 권력을 남용하고 우리의 돈을 모두 문 밖으로 송출한 대통령을 탄핵하자/ 왜 우리가 우리의 남자들을 전쟁에 보내야 하는가 라는 그들의 새로운 이야기에 맞도록 사실을 왜곡한 대통령을 탄핵하자/ 자기 집안에 있는 시민들을 염탐하고 우리의 컴퓨터와 전화를 도청하면서 국가의 모든 법을 어긴 대통령을 탄핵하자/ 우리의 종교를 하이재킹해 대통령에 당선되는데 쓰고 우리의 나라를 색깔로 갈라놓고 흑인들을 방치해 버린 대통령을 탄핵하자.”
노래 중간에 부시의 연설하는 음성이 나오는데 이때 영은 “플립 플랍”하며 부시의 말 뒤집기를 조소하고 있다. 노래 가사는 매우 진지하고 가차없는데도 멜로디가 친근하고 비트가 흥겨워 절로 발장단이 쳐진다.
그러나 영의 앨범은 부시 공격으로 일관하고 있지는 않다. ‘가족들’에서는 이라크전 전사자의 가족을 위로하고 ‘지도자를 찾아서’에서는 미래를 낙관하고 있다. 희망과 분노가 섞인 앨범인데 그는 특히 미국의 호전적인 애국정신과 소비문화 및 종교적 열광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있다.
요즘 TV에서 부시 얼굴을 보면 빗나간 집념에 사로잡힌 사람같아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분명히 이 나라는 지금 길을 잘못 가고 있는데도 부시는 마치 어린아이가 생떼를 쓰듯 독선적 외교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가슴이 다 답답해 진다. 이 답답한 속을 영의 노래로나 풀어 볼것인가. “레츠 임피치 더 프레지던트”.
박흥진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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