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에 나온 영화 ‘제리 매과이어’를 보면 B급 풋볼선수 쿠바 구딩 주니어가 자기 에이전트인 탐 크루즈에게 “쇼 미 더 모니, 쇼 미 더 모니” 하며 방방 뛰는 장면이 있다. 내 몸값을 얼마나 받아주겠느냐는 말인데 구딩 주니어는 이 역으로 오스카 조연상을 받았다.
지난 22일 패라마운트의 모회사 바이아콤의 섬너 레드스톤 회장이 전격적으로 탐 크루즈(44·사진)와의 재계약을 거절(관계기사 25일자 ‘위크엔드’판 ‘엔터테인먼트’면)한 이유도 바로 이 “쇼 미 더 모니”에 있다. 레드스톤은 표면상으로는 크루즈의 최근 일련의 경거망동 때문에 더 이상 그와 영화를 함께 안 만들겠다고 말했지만 이보다 진짜 이유는 크루즈가 제 몸값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할리웃은 돈 놓고 돈 먹는 장사판이다. 더구나 요즘 스튜디오들은 전부 주식을 공개한 거대 기업의 자회사에 지나지 않아 영화의 흥행성적이 신통치 않을 경우 스튜디오의 모회사 회장은 주주들의 심각한 압박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레드스톤의 폭탄선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돈벌이가 시원치 않았던 패라마운트의 경직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터무니없는 몸값을 요구하는 수퍼스타에게 “노”라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준 것이다.
레드스톤이 크루즈와 그의 제작 파트너인 폴라 왜그너를 LA 코리아타운과 인접한 패라마운트의 뒷마당에서 쫓아낸 결정적 동기는 크루즈가 주연한 ‘미션 임파서블 III’(MI: III)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영화가 올해 상반기 상영되기 전 크루즈는 일련의 망언과 망동을 연출해 태블로이드의 좋은 기사거리가 됐었다. 그는 툭하면 자기 종교인 사이언톨로지를 선전했고 산후 신경쇠약 증세로 약을 복용한 동료배우 브룩 쉴즈를 공개 비난하는가 하면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와서는 약혼녀 케이티 홈즈를 사랑한다며 카우치 위에서 방방 뛰어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됐었다.
크루즈의 이런 기행들은 그의 신선하고 생명력 있고 또 매력적이던 이미지에 먹칠을 하면서 그의 골수 추종자들인 여성팬 등 많은 팬들이 그를 기피인물로 여기게끔 만들어놓았다. 레드스톤뿐 아니라 영화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MI: III’의 흥행수입이 전의 두 편에 못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LA타임스에 따르면 ‘MI: III’는 전세계 극장에서 4억여달러를 벌어들이고 DVD 수입이 2억달러로 예상되나 패라마운트가 가져갈 돈은 수백만달러밖에 안 된다는 것. 이에 비해 크루즈는 8,000만달러를 챙길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런 장사를 누가 하겠는가.
더구나 최근 들어 영화의 제작 단가와 광고 선전비가 천문학적으로 증가, 스튜디오들은 대량 감원에 연간 제작편수를 감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블록버스터의 기간 팬들인 젊은층이 인터넷, 아이파드, 티보 등 영화 외의 매체를 즐기면서 스크린을 외면하고 있어 스튜디오들은 지금 허리띠들을 졸라매고 있다. 그러니까 레드스톤의 크루즈 퇴출은 할리웃의 경제이론에 입각한 것으로 레드스톤의 발표 직후 연예계의 막강한 실력자들인 데이빗 게펜, 브라이언 그레이저, 레너드 골드버그 등이 그에게 축하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이같은 축하전화가 뜻하는 것은 크루즈의 수퍼스타로서의 힘이 쇠약해지고 있다는 것과 함께 그가 영화사 중역들의 눈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루즈는 팬들로부터도 점점 외면을 당하고 있다. 매년 스타들의 인기도를 조사하는 해리스 폴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크루즈는 인기 1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다. 두 해 모두 1위는 탐 행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팬들은 제왕적이요 지극히 사적인 크루즈보다 옆집 아저씨 같은 행스를 더 좋아하고 있다. 크루즈가 4개월 전 부인 홈즈가 낳은 딸 수리의 사진조차 아직 팬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팬들은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크루즈는 매우 약빠른 사람으로 영화 선정과 자기 이미지 관리에도 철저히 상인의 수법을 사용해 왔다. 이런 그가 최근 일련의 경거망동을 하면서 헛 발을 짚었는데 팬들은 이 헛 발을 크루즈가 그동안 숨겨온 자신의 진면목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할리웃은 이미지에 살고 죽는 곳. 크루즈가 얼마나 기민하게 망가진 이미지를 수선할 것인지 기대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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