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8일 새벽 테킬라에 취해 태평양 해안고속도로를 과속으로 달리다 셰리프에 체포된 멜 깁슨(50·사진)이 반유대인 발언을 해 할리웃이 발칵 뒤집히다시피 했다. 그러나 깁슨이 어떤 특정집단에 대해 혐오감을 공언해 말썽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깁슨은 몇년전 동성애자들을 멸시하는 발언을 했다가 할리웃의 동성애단체로부터 비판을 받았었다. 그 때 깁슨은 “지옥이 얼어붙기 전에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우기다가 비난이 거세어지자 동성애자 대표들과 만나 화해 제스처를 폈었다.
깁슨이 동성애자를 싫어한다는 것은 그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그가 감독해 오스카 작품상을 탄 ‘브레이브하트’(1995)에서 영국왕 에드워드 1세가 동성애자인 자기 아들 에드워드의 애인을 창에서 땅바닥으로 밀어 떨어뜨려 죽이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계에서는 이 장면이 깁슨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깁슨이 ‘돼지’라는 사실이 이번 테킬라 난동에서 역연히 드러났다. 셰리프의 깁슨 체포 보고서 내용을 특종한 TMZ.com에 따르면 깁슨은 체포 현장에 있던 여자 경찰에게 “설탕 젖꼭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동성애자와 유대인을 증오하고 여자를 젖꼭지로 보는 깁슨은 편견에 사로잡힌 레드넥이라고 여겨도 되겠다.
깁슨이 체포되기 전 술을 마신 말리부 해안의 식당 겸 바 ‘문섀도우즈’는 한국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나도 몇번 들러 시원한 바다를 바라보며 칵테일을 마신 적이 있다.
깁슨이 술에 취해 “이 세상의 모든 전쟁은 유대인들 때문이다”라고 말한 것은 짐작컨대 그가 2004년에 감독한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에 대한 유대인들의 반발과 현재 이스라엘의 남부 레바논에 대한 무차별 폭격에 대한 좌절감이 복합돼 터져 나온 것인 듯하다. 깁슨의 발언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해도 그는 공인이기 때문에 자기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이 점은 깁슨이 사과문에서도 시인했다.
작고한 말론 브랜도도 래리 킹 쇼에 나와 유대인을 멸시하는 발언을 했다가 사과한 적이 있는데 깁슨도 이번에 두 번씩이나 사과문을 내고 유대인들에게 싹싹 빌었다. 깁슨은 도움을 받기 위해 유대인 지도자들과 만나겠다고 말했고 에이브라함 팍스맨 반유대인차별연맹 사무국장은 그를 만나겠다고 답했다.
깁슨은 또 체포될 때 “말리부는 내 거야”라고 소리 질렀다고 TMZ.com이 보도했는데 돈 많고 명성과 힘이 세다보니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어진 것 같다. 왕년의 글래머 스타 자 자 가보가 수년 전 자기를 검문하는 베벌리힐스 경찰에게 “너 내가 누군 줄 알아”라며 뺨을 때려 재판에 회부된 사건과 유사한 우행이다.
깁슨의 반유대인 발언이 보도되면서 과연 그가 앞으로 유대인들이 주인이다시피 한 할리웃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LA타임스의 영화 칼럼니스트 패트릭 골드스틴도 말했듯이 드림웍스의 공동 창시자인 스티븐 스필버그나 제프리 카젠버그 그리고 유니버설 사장 론 마이어 등 할리웃의 막강한 유대인들은 깁슨의 이번 발언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고참 제작자인 머브 에이들슨만이 지난 2일자 LA타임스 비즈니스판에 광고를 내 “우리 앞으로 절대로 이 바보를 지지하지 말자. 멜 깁슨 같은 사람은 우리 모두에게 오명을 남기는 자”라고 말했을 뿐이다.
할리웃이 유대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토요일마다 성전에 가 예배를 드리는 정통파 유대인들은 아니다. 할리웃은 도덕과 윤리에 바탕을 둔 곳이 아니라 오직 성공과 돈에 의해 작동하는 곳이다. 깁슨의 영화가 스튜디오의 금고를 채워주는 한 할리웃은 그의 발언을 곧 잊어버릴 것이다.
미성년자와 섹스한 뒤 재판 직전에 프랑스로 튄 로만 폴란스키가 ‘피아노’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고 자기 동거녀 미아 패로의 양녀 순이와 결혼해 비도덕적 인간이라고 욕을 먹은 우디 알렌은 지금도 매년 영화를 1편씩 만들고 있는 것이 할리웃의 망각증세를 잘 나타내는 두 예다. 그리고 깁슨은 억만장자여서 이젠 스튜디오 지원 없이도 혼자 영화를 만들고 배급할 능력을 지녔다.
멜 깁슨은 프랙티컬 조커로 알려졌다. 그는 지금 자신의 테킬라 난동이 하나의 프랙티컬 조크였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보니 멜 깁슨은 바보다.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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