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4일 미 독립기념일에 모처럼 아내와 아들 손자 며느리가 다 모여 샌타모니카 해변을 찾아갔다. 우리는 피어에 있는 카루셀(여기서 영화 ‘스팅’을 찍었다)을 타고 아이들처럼 깔깔대고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나의 이 밝은 마음은 피어 오른쪽 백사장에 마련된 ‘알링턴 웨스트’(사진) 앞에 서면서 아픔과 슬픔으로 채워졌다. 이 임시 묘지는 평화를 위한 재향군인 LA지부가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지난 2004년 2월15일부터 지금까지 매주 일요일마다(아침 7시15분에 십자가를 꽂고 황혼 전에 철거한다) 이 전쟁서 사망한 군인들의 수만큼 백색 나무십자가들을 꽂아놓고 전쟁의 대가와 결과를 생각케 하고 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백사장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서 있는 수천개의 십자가의 행렬을 보면서 나는 전쟁의 가혹함과 허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십자가의 행렬 옆에는 워싱턴 D.C.의 베트남전 기념벽을 본 딴 길이 45피트의 벽이 세워져 있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미군들의 이름과 나이와 계급 및 그들의 고향과 전사경위 등이 적혀 있다. 나는 한 옆에 마련된 방문자들을 위한 노트북에 ‘메이크 피스, 낫 워’라고 적은 뒤 그 곳을 떠나면서 앞으로 매주마다 저 십자가들의 수가 늘어나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후로도 며칠간은 캘리포니아의 백열 태양을 쐬면서 내뿜는 백색 십자가들의 냉기가 잔상처럼 떠나지를 않았다.
나는 매주 일요일 LA타임스를 읽으면서 꼭 보는 면이 있다. 캘리포니아 섹션 뒷부분의 부음기사다. LA타임스는 일요일마다 이라크전(아프간전 포함)에서 사망한 미군들의 부음을 적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출신 사망자들에 한해 사진과 함께 큰 기사로 다루고 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발견한 점은 전사자의 대부분이 20대이며 라티노가 많다는 사실. 본인의 인물사진과 함께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이라크 전장서 찍은 사진이 게재되기도 하는데 이제 나이 스물을 갓 넘은 젊은 병사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가슴에서 분노가 치밀곤 한다. 기사에는 전사자의 군입대 경위와 함께 그의 어린 시절과 성격과 특징 그리고 전선서 집으로 보낸 편지내용과 전사경위 및 유가족의 반응 등이 상세히 적혀 있다. 나는 이 기사를 읽을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4월30일 ▲해병병장 마커스 클림스(22)-헌팅턴비치. 초소 폭격으로 사망. 부음 기사에는 마커스가 이라크 소년과 함께 찍은 사진이 게재됐다.
*5월21일 ▲해병병장 아론 W. 시몬스(20)-모데스토. 로켓발사 수류탄에 사망. 아론은 병든 딸을 둔 이라크 가족을 극진히 돌보았다. ▲육군상병 카일 콜낫(23)-샌디마스. 이라크로 가기 전 “내가 돌아오지 않으면 신나게 파티를 열어달라”고 부탁했다.
*6월18일 ▲해병병장 살바도르 게레로(21)-위티어. 폭격사.
*7월9일 ▲육군하사 루이스 D. 산토스(20)-리알토. 도로매설 폭탄에 사망. 루이스는 하이스쿨 스위트하트 바네사 모타와 11월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바네사가 마련한 스크랩북에는 “그리고 그들은 그 뒤로 내내 행복하게 살았다”라고 적혀 있었다. ▲해병하사관 마이클 에스트렐라(20)-헤멧. 저격 사망. 그는 2,500번째 전사자다.
*7월16일 ▲육군하사 크리스토퍼 D. 로즈(21)-샌프란시스코. 도로매설 폭탄에 사망. 그는 부모에게 대학학비 걱정을 안 시키기 위해 입대했다. 제대 후 대학에 진학, 경찰에 투신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마이클 모어가 오스카상을 탄 반부시 기록영화 ‘화씨 9/11’(2004)에 나온 당시 모병관이었던 해병 레이몬드 플루하(30)는 도로매설 폭탄이 터져 지난 6월30일 사망했다.
7월14일 현재 총 사망자수는 2,544명이다. 전쟁이 나면 젊은이들은 군인으로 가고 군인들은 무덤으로 갈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나 킹스톤 트리오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가.
‘젊은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모두들 군인으로 갔네/ 군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모두들 무덤으로 갔네/ 사람들은 언제나 깨달을 것인가/ 사람들은 언제나 깨달을 것인가’
편집위원/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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