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할리웃에서 여자 각본가를 찾아 보기란 볏단 속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힘들지만 과거에는 경우가 달랐다. 1920년 한 해 경우 제작된 전체 영화의 절반의 각본을 여자가 썼다. 그 중 대표적인 사람이 프랜시스 매리온으로 그녀는 전성기 시절 할리웃에서 가장 돈을 많이 받는 각본가였다.
매리온은 무성영화와 토키를 합해 총 200여편의 각본을 썼는데 그녀의 영화에 나온 배우들로는 그레타 가르보, 루돌프 발렌티노, 클라크 게이블, 게리 쿠퍼, 진 할로우등 기라성 같은 스타들이 있다. 매리온은 그레타 가르보를 위해 ‘안나 크리스티’를 썼고 아역스타 재키 쿠퍼가 나온 권투영화 ‘챔프’(1931)로 두번째 오스카 각본상을 받았다.
각본가 뿐 아니라 할리웃 황금기에는 여자 수퍼스타들이 남자배우를 압도하고 영화의 주인공 노릇을 했었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두 여배우가 베티 데이비스와 그녀의 라이벌인 조운 크로포드다. 당시 팬들은 이 두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볼 정도로 둘의 스타 파워는 막강했었다. 요즘 배우로는 줄리아 로버츠가 이 두사람의 제자라고 하겠다.
데이비스는 자기 묘비에도 썼듯이 ‘죽을 고생을 해 성공한’ 배우다. 그녀는 모든 것을 과장되게 살았다. 스스로를 전설로 만든 여자로 사실과 허구를 구별할 수 없는 인생을 연출한 모순의 여자였다. 불덩어리요 해일과도 같은 성격을 지녔던 데이비스는 줏대가 너무 세고 콧대가 너무 높은데다가 독설가여서 당시 남성위주 사회에서 ‘고약한 암캐’라는 소리를 들었다.
30년대 초 장기계약을 맺은 워너브라더스에서 주옥같은 작품들을 만든 데이비스는 회사사장 잭 워너가 한동안 자기에게 쓰레기 같은 작품만 주자 회사를 상대로 고소를 했었다. 일개 여배우가 절대군주나 마찬가지인 스튜디오 사장을 상대로 낸 이 소송은 당시 할리웃의 지반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데이비스는 여성의 함과 독립을 강조한 페미니스트인데다가 영화에서 남자를 타고 앉아 특히 여성팬들이 많았다. 그녀는 남자관계도 복잡해 네번이나 이혼했는데 “여자가 그녀의 남편에게적응하지 않는 한 행복한 결혼이란 결코 없다”고 비아냥 댔었다.
데이비스는 ‘가끔 바람 피우는 것은 결혼이 지루해지는 것을 막는 양념’이라고 말했는데 유부녀 시절 하워드 휴즈와 바람을 피우다 결혼이 파탄나기도 했다. 데이비스의 유명한 애인은 자기가 나온 걸작들인 ‘제저벨’(Jezebel·1938·사진)과 ‘편지’(The Letter·1940) 그리고 ‘작은 여우들’(The Little Foxes·1941)을 감독한 윌리엄 와일러. 둘은 데이비스의 오스카 수상작인 ‘제저벨’을 만들면서 애인사이가 됐는데 데이비스의 고약할 정도로 독립적인 성질에 덴 와일러는 그녀와 헤어진 뒤로 는 둘이 함께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그녀는 또 진보적인 여성이어서 인종분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배우들의 식당인 할리웃 캔틴에서도 흑백이 따로 앉는 것을 용납치 않았다.
줄담배를 태우던 데이비스는 도박꾼 이기도 해 유명제작자 새뮤얼 골드윈에게 무려 40만달러의 도박빚을 지기도 했었다. 그녀는 영화에서 늘 담배를 태웠는데 데이비스의 담배 태우는 모습이 전율할 정도로 로맨틱한 영화가 ‘이제, 항해자여’(Now, Voyager·1942)이다. 이 영화는 노처녀 샬롯역의 데이비스가 유부남 애인 제리(폴 헨리드)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가 아름답다. “오 제리, 우리는 별을 가졌지 않나요, 우리 달을 원하지 말아요.”
데이비스의 라이벌 조운 크로포드에 대한 적대감은 할리웃의 전설적 에피소드. 데이비스는 대놓고 ‘크로포드는 래시(개)를 빼곤 MGM의 모든 남자와 잤다”고 독설을 내 뱉었고 또 “크로포드의 몸에 불이 붙었어도 난 그녀에게 오줌을 누지 않을 것”이라며 미워했다. 둘은 나이가 먹어공연한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Whatever Happened to Baby Jane?·1962)에서는 스크린에서 서로 잡아먹지 못해 으르렁댔다.
킴 칸스도 노래했듯이 베티 데이비스하면 눈이다. 도톰한 눈두덩 아래 파인 우물처럼 습기찬 큰 눈 때문에 나도 그녀를 좋아하게 됐다. 터너 클래식 무비즈(TCM)는 5월을 베티 데이비스의 달로 정하고 그녀의 영화들을 매주 수요일마다 방영한다.
이 프로를 위해 만든 기록영화 ‘스타더스트:베티 데이비스 이야기’(Stardust:The Bette Davis Story)는 17일과 24일에 방영한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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