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웃의 왕년의 전천후 감독 하워드 혹스가 만든 웨스턴 ‘리오 브라보’(Rio Bravo·1959)는 빅 스타들과 요란한 총격전 그리고 서스펜스와 유머 또 사나이들간의 우정과 의리에 로맨스와 노래까지 곁들인 기차게 재미있는 영화다.
미·멕시코 접경지역의 작은 마을 리오 브라보를 말아먹다시피 하는 무법 사조직을 거느린 목장주 네이산 일당에 맞서는 마을 보안관 존(존 웨인)과 그의 몇 안 되는 동지들의 이야기다.
영화에는 존과 그의 알콜 중독자 보안관보 듀드(딘 마틴)와 새파랗게 젊은 총잡이 콜로라도(릭키 넬슨) 등이 보안관 사무소에 진을 치고 이튿날의 네이산 일당과의 결전을 기다리는 장면이 있다. 다가올 필사의 대결의 긴장을 풀기라도 하듯 사무소 내 벤치 위에 누운 딘 마틴이 구성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해는 서쪽으로 지고 소 떼들은 냇물을 찾아 내려가네/ 레드 윙이 둥지에 몸을 풀면 카우보이가 꿈을 꿀 때지/ 자줏빛으로 물든 계곡으로 나는 가고 싶네/ 나의 셋의 좋은 동료들인 라이플과 작은 말과 나를 데리고.’ 마틴이 술술 넘어가는 구성진 음성으로 노래를 부르니 릭키 넬슨이 옆에서 기타를 치며 고운 목소리로 함께 따라 부른다.
혹스가 스크린 경험이 없는 넬슨을 이 웨스턴에 쓴 까닭은 당시 19세였던 넬슨이 10대 소녀들의 팝의 우상이었기 때문이다. 혹스는 “넬슨을 쓰면 최고 100만달러는 더 벌 수 있다”고 말했는데 넬슨 때문인지는 확실히 몰라도 이 영화는 빅 히트를 했다.
여자처럼 예쁘장하게 생긴 전형적인 ‘이웃집 청년’ 릭키 넬슨은 50~60년대 청춘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팝 가수로 한때 프레슬리 다음으로 상업적으로 성공하기도 했었다. 그는 당시 부모들이 악마의 음악이라고 불렀던 로큰롤을 안방음악으로 바꿔 놓았는데 이는 넬슨이 부모와 함께 공연한 TV쇼 ‘아지와 해리엣의 모험’ 때문이었다.
이 쇼는 60년대 초 장기간 빅히트를 한 가족 쇼로 넬슨은 매 에피소드가 끝날 때마다 자기 밴드와 함께 로큰롤 노래를 불렀었다. 넬슨 가족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가족이었던 만큼 로큰롤에 열광하는 10대들의 부모들도 자연 이 음악에 가까워져 갔었다.
깨끗하고 단정한 차림의 넬슨은 프레슬리나 제리 리 루이스와는 달리 요란을 떨지 않고 기타를 치면서 차분하고 쿨하며 은근한 음성으로 노래를 불렀었다. 그래서 그를 록의 페리 코모요 딘 마틴이라고들 비유했었다. 정결하고 멋진 스타일에 힘 안들이고 부르는 그의 노래가 이 두 가수와 닮았기 때문이다. 나도 고등학생이었을 때 음악감상실에서 ‘트래블린 맨’ ‘영 월드’ ‘헬로, 메리 루’ 같은 노래를 들으면서 달콤한 기분에 빠지곤 했던 기억이 난다.
넬슨의 첫 히트곡은 17세 때 부른 ‘아임 워킹.’ 이 노래는 뉴올리언스의 전설적 가수 패츠 도미노의 것인데 넬슨이 자기 스타일로 불러 노래를 취입한지 1주일만에 100만장이 팔렸다. 이어 넬슨은 ‘푸어 리틀 훌’ ‘론섬 타운’ ‘훌즈 러쉬 인’ ‘틴에이지 아이돌’ ‘어 원더 라이크 유’ ‘이츠 업 투 유’ 같은 히트곡들을 줄줄이 내놓았다. 그는 발라드풍의 가수인데 ‘스위터 댄 유’ 같은 노래는 지금 들어도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향수감에 젖게 된다.
넬슨의 인기는 60년대 중반 들어 TV 쇼의 중단과 함께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 등 영국 록그룹의 미국 침략으로 식어버렸다. 그러다 넬슨은 1970년대 초 컨트리 록가수로 재생해 ‘가든 파티’를 불러 빅 히트했다.
넬슨은 그 뒤로도 꾸준히 자기 밴드와 함께 전국을 돌며 노래를 불렀는데 1985년 12월31일 달라스에서의 공연을 위해 자가용 비행기 DC-3를 타고 가다 추락사했다. 45세였다. 팻시 클라인, 버디 할리 및 짐 리브스 등과 같은 비극적 죽음이었다.
사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른 넬슨은 비틀즈를 비롯해 로이 오비슨과 밥 딜란과 자니 캐쉬 같은 가수들로부터도 존경을 받았던 가수다. 그의 친구가 된 프레슬리는 넬슨의 노래에 대해 “제임스 딘이 노래를 불렀다면 릭키 넬슨과 똑같은 소리였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EMI가 최근 넬슨을 요즘 젊은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CD ‘릭키 넬슨: 위대한 히트곡 ‘(Ricky Nelson: Greatest Hits·사진)을 출반했다. 그의 첫 히트곡 ‘아임 워킹’서부터 마지막 히트곡 ‘가든 파티’까지 총 25곡이 담겨 있다. CD와 함께 DVD ‘릭키 넬슨 노래하다’(Ricky Nelson Sings)도 나왔다. 피곤한 가슴을 달래주는듯한 그의 노래를 다시 들으니 흘러간 옛 날들이 되돌아온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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