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제작한 새뮤얼 골드윈은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면 웨스턴 유니언을 불러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은 영화는 의미보다 재미가 우선이어야 한다는 뜻.
그런데 골드윈의 가르침과는 달리 며칠전 발표된 제78회 오스카상 후보작들을 보면 메시지 영화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작품상 후보작 5편이 모두 메시지 영화다. 오스카상 경선의 선두주자인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에 관한 불관용을 ‘크래쉬’는 인종문제를 ‘굿 나잇, 앤 굿 럭’은 언론대 권력의 대결을 그리고 ‘뮌헨’은 테러리즘을 각기 다루고 있다. 나머지 ‘카포티’도 동성애자인 작가가 사형수의 마지막 순간을 취재하는 얘기.
이들뿐 아니라 조지 클루니가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시리아나’는 오일과 테러를 샬리즈 테론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노스 컨트리’는 직장 내 성차별을 그리고 레이철 바이스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충실한 정원사’는 거대 제약회사의 검은 대륙에서의 부정을 각기 다루고 있다.
이처럼 많은 영화들이 정치 및 사회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것은 시대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9.11테러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국인들이 정치문제 및 여러 사회문제에 민감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상 후보작들은 따라서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질 위주의 진지한 것들인데 아이러니컬한 사실은 이들을 본 사람이 극소수라는 점. 다섯 영화의 지금까지 총 흥행수입은 1억8,7000만달러로 이는 지난 10년이래 최저 액수다. LA의 인종문제를 다룬 총 6개 부문 수상후보작 ‘크래쉬’는 전 미국서 600만~800만명만이 봤다(이 영화는 DVD로 나왔다). 그리고 펠리시티 허프만이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트랜스아메리카’는 지금까지 달랑 20만명이 봤다. 반면 기록영화상 후보에 오른 ‘펭귄의 행진’은1,200만명이 봤다. 돈벌이에서 새가 인간보다 낫다.
작품상 후보에 오른 5편중 1972년 뮌헨 올림픽 테러사건을 다룬 ‘뮌헨’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인디(독립)영화로 모두 외부자본이 투입됐다. 이것은 메이저들이 블록버스터 영화에 집착하면서 참신하고 진지한 내용을 지닌 영화를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 한번 입증하고 있다.
이번 후보작들의 또 다른 특색은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이 주요부문 후보에 올랐다는 점. ‘브로크백 마운틴’은 게이 카우보이의 사랑 이야기이고 ‘카포티’의 실제 주인공 트루만 카포티는 게이였고 ‘트랜스아메리카’의 펠리시티 허프만은 성전환 수술 직전의 여장남자로 나왔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남우주연상 후보 테렌스 하워드는 ‘허슬 앤 플로우’에서 핌프로 나왔다. 그래서 보수파들로부터 할리웃이 게이판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번 오스카상 후보 발표의 기린아는 조지 클루니(44). TV 시리즈 ‘응급실’ 출신인 클루니는 ‘굿 나잇, 앤 굿 럭’으로 감독과 각본상(공동) 후보에 올랐고 ‘시리아나’로 조연상 후보가 됐다. 클루니는 지금 조연상을 놓고 ‘신데렐라 맨’의 폴 지아매티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클루니 우세.
후보 발표에서 눈에 띄는 이변은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와 후에 그의 아내가 된 준 카터의 젊은 시절을 그린 ‘워크 더 라인’의 작품상 후보 탈락. 이 영화는 호평과 함께 흥행도 1억달러가 넘는 대중적 작품으로 오스카 관측자들이 모두 작품상과 감독상(제임스 맨골드)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측했었다. 여기서 준 카터로 나온 리스 위더스푼은 주연상을 놓고 펠리시티 허프만과 엎치락뒤치락 선두다툼을 하고 있다. 위더스푼 우세.
작품상 후보에 오른 5편의 감독이 모두 후보에 오른 것은 198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작품과 감독상은 ‘브로크백 마운틴’과 앙 리가 거머쥘 것이 분명하다. 남자주연상은 ‘카포티’의 필립 시모어 하프만이 탈 것이 틀림없고 여자조연상은 ‘충실한 정원사’의 레이철 바이스가 탈 확률이 높다.
재미있는 것은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부부로 나와 각기 남자주연상과 여자조연상 후보에 오른 히스 레저와 미셸 윌리엄스가 촬영중 진짜 사랑에 빠져 먼저 아기부터 낳고 현재 결혼 날짜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 오스카 시상식은 3월5일 할리웃의 코닥극장서 열린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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