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새 대통령으로 극보수파인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는 몇달 전 세속적이요 여권 옹호적인 서양 영화에 대해 불법조치를 취했다. 그는 이것만으로는 속이 안 찼는지 얼마 전에는 국영 라디오와 TV 방송국에 서양 음악을 틀지 못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조치는 1979년 이란혁명 후 집권한 아야톨라 호메이니에 의해서도 취해진 바 있다. 아흐마디네자드는 미국 등 서양 국가를 증오하는 데서 호메이니 못지 않아 가히 그의 후계자라 부를 만하다.
음악은 인간의 영혼을 조물할 수 있어서인지 자주 독재자들의 탄압의 대상이 되곤 했다. 캄보디아의 크메르루즈 정권은 수백명의 음악인들을 살해했고 바그너를 숭배하던 나치스는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멘델스존의 동상을 때려 부쉈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때 수백곡의 한국과 서양 노래들이 애매모호한 이유로 금지곡이 됐었다. ‘동백아가씨’ ‘고래사냥’ ‘아침이슬’ 같은 한국 노래를 비롯해 ‘링 오브 파이어’ ‘위 셜 오버컴’ 및 ‘블로인 인 더 윈드’ 등 외국 노래가 그 희생물들이다.
‘위 셜 오버컴’과 ‘블로인 인 더 윈드’는 각기 반체제와 반전노래여서 그렇다 치지만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의 아내가 된 준 카터가 자니에게 바친 연가인 ‘링 오브 파이어’를 금지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가사 중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에서 ‘묘지’가 당국의 마음에 안 들어 금지곡이 됐다.
영화비평가인 나는 아흐마디네자드가 국내 전반적 예술활동에 통제를 가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란 영화계에 대한 염려가 앞섰었다. 이란 영화는 수년 전부터 회교 근본주의의 감시 하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요즘 한국 영화가 그렇듯이 몇년 전만 해도 이란 영화들은 칸을 비롯 각종 국제 영화제서 상을 휩쓸다시피 했었다. 남성위주의 국가임에도 이란 영화계는 특히 여성 감독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란 영화의 르네상스의 길을 닦은 감독 중 하나인 모센 마흐말바프의 딸 사미라를 비롯해 타미네 빌라네, 마르지예 메쉬키니 및 니키 카리미 등이 그 대표적 여성들이다.
그런데 아흐마디네자드 집권 이후 벌써부터 이란 영화계가 위축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13일부터 시작되는 UCLA의 이란 영화제 프로그래머인 미미 브로디는 “현재 이란에서는 경계할 만한 변화가 일고 있다”면서 “특히 자신들의 성에 관해 과감한 묘사를 시도해온 여성 감독의 활동이 큰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염려했다.
20달러짜리 점퍼에 30년 묵은 프조를 타고 다니는 대장장이의 아들 아흐마디네자드는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쓸어버려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과격파다. 그는 지금 핵 개발을 공언하고 있어 부시의 속을 썩이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의 득세를 비롯해 요즘 남미에 불고 있는 좌파바람은 부시의 ‘나 홀로 외교’의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부시는 극소수의 자기 사람들 속에 갇혀 국제사회는 물론이요 미국 시민들과도 소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부시의 외교정책을 다룬 뉴스위크에서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는 “현 미국의 외교정책은 일방적으로 ‘내 말 들어’라는 식의 제국주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부시의 사고방식은 국제사회의 반감과 함께 미국을 점점 더 외부세계로부터 고립시키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반미파인 후고 차베스 대통령과 최근 대통령에 당선된 후 “나는 미국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의 집권도 이런 맥락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이밖에도 온두라스와 우루과이도 좌파 집권자를 뽑았고 멕시코 차기 대통령으로는 좌파 반미주의자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가 유력하다고 최근 타임이 보도했다. 또 이 잡지는 페루와 칠레에서도 사회주의자들이 차기 집권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뉴스위크가 ‘미 역사상 가장 고립된 대통령’이라 지칭한 부시는 이웃 국가들을 적으로 만들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시민들의 전화와 e-메일과 편지까지 불법으로 도청하고 훔쳐보면서 빅 브라더 노릇을 하고 있다. 그러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한다. 이런 대로 가다가는 부시는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옴직도 하다. 프리웨이를 가다 본 앞차의 ‘He Is Not My President’라는 범퍼 스티커가 남의 말이 아니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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