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되면 남에게 선물과 카드를 보내면서 모처럼 선해지곤 한다. 그리고 모두들 포근하고 따뜻한 것을 그리워한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캐롤이나 영화들도 한결 같이 센티멘털하고 가슴 따스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많은 캐롤 중에서 멜로디도 곱고 내용도 아늑한 것을 고르라면 나는 냇 킹 코울이 초컬릿 음색 나는 목소리로 부르는 ‘크리스마스 송’(메리 크리스마스 투 유)을 고르겠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곤 한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TV에서는 추억의 크리스마스 영화들을 내보낸다. 특히 고전영화 전문 케이블 TV인 터너 클래식 무비스(TCM)는 크리스마스 며칠 전부터 황금시간대에 이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방영하는데 올해도 25일까지 그렇게 프로그램을 짰다.
크리스마스 영화 중 팬들의 가장 큰사랑을 받고 있는 것이 아마도 ‘멋진 인생’(It’s a Wonderful Life·1946)일 것이다. 프랭크 캐프라가 감독하고 지미 스튜어트가 나오는 이 영화는 모든 사람은 저마다 다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는 감상적인 드라마다.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조지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온 동네 사람들이 ‘올드 랭 사인’을 부르면서 끝나는데 나는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번번이 눈물과 콧물을 흘리곤 한다. ‘멋진 인생’은 24일 하오 8시 NBC-TV가 내보낸다.
TCM이 24일 방영하는 ‘모퉁이의 상점(The Shop around the Corner·1940·사진)은 역시 지미 스튜어트가 나오는 센티멘털하고 달콤한 인간 희극이다. 구부스름한 큰 키에 어디가 좀 빈 듯한 지미 스튜어트는 착한 이웃집 남자 같아서 이런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에는 아주 적격이다.
반짝거리는 위트와 세련된 유머를 잘 구사하는 ‘루비치 터치’의 언스트 루비치가 감독한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 때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 가죽제품 상점에서 일하는 점원들의 희로애락을 생생하게 묘사한 영화다.
엄격하나 공정한 사장 휴고의 신임을 받고 있는 선임판매원 알프레드(스튜어트)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 알프레드는 ‘고독한 마음’ 광고로 알게 된 익명의 여인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그녀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
이 상점에 작은 키에 아담한 얼굴을 한 클라라(마가렛 설래반)가 취직하면서 휴고의 신임을 사자 알프레드가 시기를 한다. 알프레드는 복장 등 사사건건 클라라를 나무라면서 두 남녀는 앙숙지간이 된다. 그런데 본인들은 모르지만 알프레드의 펜팰이 클라라다.
한편 전 판매원들이 열심히 일해 상점은 크리스마스 샤핑객들로 북적댄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휴고는 상점 문을 닫은 뒤 “보너스가 없으면 완전한 크리스마스가 아니지” 하면서 점원들에게 두둑한 보너스를 건넨다.
그리고 알프레드와 클라라는 우여곡절 끝에 둘이 서로 글을 통한 연인임을 깨닫게 되면서(붉은 카네이션이 둘의 사랑의 표시) 서로를 꼭 끌어안고 뜨겁게 입맞춘다. 밖에서는 하얀 눈이 내리고.
이 영화는 우리 모든 보통 사람들의 감정들인 사랑과 헌신, 시기와 부정직 그리고 슬픔과 고독 같은 것들을 소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해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겪게 된다. 루비치도 그래서 이 영화를 자기 것 중 제일 좋아했다. 이 영화는 탐 행크스와 멕 라이언이 나온 들쩍지근한 로맨틱 코미디 ‘편지 왔어요’(You’ve Get Mail·1998)로 리메이크 됐다.
볼 때마다 잃어버린 동심을 그립게 만들어주는 기차게 우습고 군밤 맛 나는 크리스마스 영화가 ‘크리스마스 이야기’(A Christmas Story·1983)다. 1940년대 크리스마스 선물로 빨간 BB건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난 커다란 안경을 낀 소년의 이야기다. 나는 TV에서 이 영화를 방영할 때마다 혼자 깔깔대고 웃으며 보곤 한다.
이밖에도 TCM이 23일에 방영하는 ‘당신이 떠난 뒤로’(Since You Went Away·1944)와 꼬마 리즈 테일러가 나오는 ‘작은 아씨들’(Little Women·1949)과 24일에 방영하는 ‘나는 엄마를 기억해’(I Remember Mama·1948)와 주디 갈랜드가 노래해 크리스마스 단골 캐롤이 된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가 나오는 ‘세인트 루이스에서 만나요’(Meet Me in St. Louis·1944) 및 ‘코네티컷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Connecticut·1945) 등도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영화들이다.
그런데 나더러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 무슨 영화를 권하겠느냐고 물으면 빔 벤더스의 남자 천사의 여곡예사 사랑을 그린 독일 영화 ‘욕망의 날개’(Wings of Desire·1988)와 프랑솨 트뤼포의 아름답고 비극적인 삼각 로맨스 ‘쥘르와 짐’(Jule and Jim·1961)을 고르겠다. 메리 크리스마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