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기자 일은 스트레스가 심한 직업이어서 때로는 심신이 매우 고단할 때가 있다. 나는 몇년전 이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때 자가 치료책으로 클래시컬 뮤직을 ‘복용’한 바 있다. 그 때 지금은 젊은 목사가 된 아들에게 내 사정을 얘기하고 음악을 몇 곡 골라달라고 부탁했었다. 내가 고를 수도 있었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골라주는 곡을 듣고 싶었다. 그 때 아들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등 몇곡을 골라주었고 나는 내 방에서 그것들을 들으며 마음을 달랬었다.
마틴 루터도 말했듯이 “지구상에서 슬픔을 즐거움으로 만들고 절망하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며 교만한 자를 겸손케 만들고 또 시기와 증오를 감소시키는데 있어 음악처럼 딱 맞는 것도 없다.” 클래시컬 뮤직은 우리의 영혼과 마음을 고양시키는 아름다운 음의 언어다. 그것은 우리의 분노와 상심과 염려와 슬픔 따위를 다스린다. 그래서 나는 요즘도 내 방에 클래시컬 뮤직(FM 91.5)을 틀어놓고 일을 한다.
클래시컬 뮤직하면 빼 놓을수 없는 사람이 바그너광인 내 친구 C다. 그는 이 음악에 대해 백과사전식 지식을 갖고 있는데 우리는 만나면 음악 얘기를 하고 나는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좋은 클래시컬 뮤직을 쓴 약처럼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은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은 알고 좋아하면서도 클래시컬 뮤직 하면 우선 어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또 사람들은 이 음악은 늙은 사람들이나 듣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클래시컬 뮤직은 역사가 수백년이 넘는데도 들으면 언제나 새롭고 생기발랄한 결코 나이 먹지 않는 음악이다.
클래시컬 뮤직을 알고파도 어떻게 접근해야 되는지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훌륭한 입문서 CD가 나왔다. 낙소스(Naxos)가 출반한 4장의 디스크로된 ‘클래시컬 뮤직 이야기’(The Story of Classical Music)는 비단 이 음악의 문외한들뿐 아니라 클래시컬 뮤직 팬들에게도 유익하고 즐거운 지침서이다.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으로 시작해 라벨의 ‘볼레로’로 끝나는 CD는 중세의 그레고리안 성가에서부터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90여작곡가의 150편의 발췌곡들과 함께 설명한다. 알기 쉽고 간단명료하게 쓴 글은 영국의 클래시컬 뮤직 저자인 대런 헨리가 썼고 낭독은 최근 볼티모어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로 임명된 여류 마린 알솝이 맡았다.
알솝은 다정하고 친근감 가는 지혜로운 음성으로 차분하게 클래시컬 뮤직의 내력을 들려주는데 아주 재치 있고 듣기 좋다. CD는 음악사가 중세에서부터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그리고 낭만주의 시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과정을 효과음을 섞은 당시의 역사적 상황과 함께 자세하게 알려준다.
베토벤의 아버지가 어린 베토벤의 피아노 연습을 독려할 때는 독일어로 “슈넬 슈넬러”(빨리 더 빨리)하며 성화를 부리고 어린 모차르트와 그의 아버지가 연주여행을 할 때는 마차의 말발굽소리와 갈매기 울음소리로 부자의 여정을 상상화로 그려 보인다. 또 중세 음악을 설명할 때는 십자군 전쟁의 함성을 효과음으로 쓰기도 했다.
작곡가의 이력과 함께 개인과 음악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많아 재미가 솔솔 난다. 짐작했듯이 모차르트와 베토벤 외에도 생-상스(2세 때 글을 읽고 썼다)와 리햐르트 슈트라우스와 말러도 모두 신동들이었다.
파가니니는 연주중 일부러 바이얼린의 줄을 끊고 기교를 부린 쇼맨이었고 베를리오즈는 보는 여자마다 사랑하는 불치의 로맨틱이었다. 또 긴 머리의 멋쟁이 리스트가 연주할 때면 졸도하는 여성 팬들이 많았고 브람스는 남의 아내 클라라 슈만을 사랑해 평생 우울했으며 히틀러가 좋아한 바그너는 인간성이 아주 나쁜 사람으로 자기를 신과 동격시했다. 또 미소를 짓지 않는 우울한 라흐마니노프는 손이 너무 커 다른 피아니스트들이 그의 음악을 치려면 애를 먹었다. 그리고 팝송으로 유명한 ‘티 포 투’(Tea for Two)가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자녀들을 위해 구입하길 권한다. 가격은 22달러.
한편 마린 올솝이 18~20일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LA필을 지휘한다. 18일의 프로그램은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의 콘체르토’(기타 엘리옷 피스크)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제5번. 19일과 20일에는 토루 타케미추의 ‘영혼의 정원’이 추가된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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