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성적 매력을 지닌 드라큘라에 관한 영화는 벨라 루고시의 ‘드라큘라’에서부터 TV 시리즈인 ‘버피, 흡혈귀 살해자’와 현재 상영중인 ‘둥지’(The Roost)에 이르기까지 수많이 만들어졌다.
브람 스토커의 소설 속 주인공인 드라큘라 역을 맡은 배우들로는 루고시 외에도 크리스토퍼 리, 프랭크 란젤라, 탐 크루즈, 조지 해밀턴, 레슬리 닐슨 및 키퍼서덜랜드 등 남자배우들과 함께 모델 겸 배우인 로렌 허튼도 여자 드라큘라로 나왔었다.
드라큘라 영화는 여러 부산물을 낳았는데 드라큘라의 아들, 딸, 미망인에다 개까지 주인공들로 등장했고 드라큘라와 괴물 인간 프랑켄스타인 싸우는 영화도 있다. 요즘 베스트셀러인 소설 ‘역사가’(The Historian)도 드라큘라 이야기다.
많은 드라큘라 영화 중에서 최고 걸작은 기분 나쁘도록 으스스하고 분위기 스산한 흑백 무성영화 ‘노스페라투’(Nosferatu)다. 1922년에 개봉된 이 영화는 독일 태생의 명장 F. W. 무르나우가 만든 것으로 악마적이요 시적이다. 노스페라투라는 말은 드라큘라의 루마니아어 이름.
무르나우의 또 다른 걸작 무성영화 ‘마지막 웃음’과 ‘해돋이’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촬영이 뛰어나다. 무르나우는 빛과 그림자와 조명 그리고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을 통해 한번 보면 결코 잊지 못할 이미지들을 만들어냈다.
스토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초의 영화로 ‘공포의 심포니’(A Symphony of Horror)라는 부제를 가진 ‘노스페라투’는 분위기를 극적으로 살리기 위해 카르파티아 산맥 속에 있는 중세 도시 뤼벡과 폐성 그리고 독일의 발틱해 연안서 찍었다. 특히 꿈에 볼까봐 겁나는 얼굴을 한 올록 백작이 배에 관을 싣고 영양분을 찾아 비스보르크로 향하는 항해 장면은 숨막힐 정도로 황량하게 아름답다. 올록 백작은 비스보르크에 도착한 뒤 이름을 노스페라투라 바꾸고 먹이를 찾아 밤거리를 헤맨다.
그의 아름다운 먹이가 엘렌인데 노스페라투가 이층 침실에 누운 엘렌을 찾아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벽에 비치는 거대한 그림자로 묘사한 장면은 저세상적 공포감을 조성한다.
내가 영화로 처음 본 드라큘라로 나온 크리스토퍼 리와 그 뒤의 프랭크 란젤라만 해도 은근한 매력을 지닌 유혹자였다. 그러나 막스 슈렉이 역을 맡은 노스페라투는 진짜로 못생겼다. 역대 드라큘라 중 가장 추남으로 보고 있자면 욕지기가 날 정도다. 질병의 세균을 몸에 묻히고 다니는 악의 화신을 보는 것 같다.
그는 키가 크고 몸은 해골처럼 말랐으며 이빨은 설치류의 그것처럼 길고 날카롭다. 얼굴 모양은 쥐처럼 생겼는데 이 얼굴이 균형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양어깨 사이로 불쑥 튀어나와 있으며 야위고 긴 손가락들은 독수리의 발톱을 닮았다. 그의 동작은 야생동물처럼 은밀하다가도 때로 격렬한 역동력으로 움직인다.
이렇게 꼴불견으로 생겼는데도 그에게서는 섹스 어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아름다운 여자들도 이런 어두운 성적 매력에 이끌려 결국 자기 목을 내주고 만다. 드라큘라의 매력은 바로 이런 악마적 섹스 어필에 있다고 하겠다. 성적 매력이란 아무래도 어두워야 제 가치를 발휘하게 마련이다. 윌렘 다포를 주연으로 ‘노스페라투’를 만드는 과정을 극화한 영화가 ‘흡혈귀의 그림자’(2000)이다.
무르나우의 영화를 외경의 마음과 함께 그대로 다시 만든 또다른 걸작이 독일 감독 베르너 헤르초크의 ‘노스페라투 흡혈귀’(Nosferatu the Vampyre·1977)이다. 이 영화는 컬러인데 클라우스 킨스키가 드라큘라로 그의 희생물로는 따갑도록 아름다운 프랑스의 여우 이자벨 아자니가 나온다.
특이한 것은 명우 킨스키가 맡은 드라큘라가 좋은 흡혈귀라는 사실. 킨스키의 드라큘라는 아자니를 사랑해 상사병에 걸리는데 그 측은한 모습에 동정심이 간다. 그리고 눈이 아플 정도로 아름다운 아자니가 드라큘라에 물려 창백해진 얼굴을 한 모습이 불치병에 걸린 백합과도 같다.
LA필은 31일 하오 8시 디즈니 콘서트 홀에서 핼로윈을 맞아 오르간 연주와 함께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를 상영한다. 대형 스크린 위에 최근 복원된 영화가 상영되는데 오르간 연주는 베테런 극장 오르가니스트요 오르간 설치자이자 작곡가인 클라크 윌슨. 윌슨은 이 날 그리그와 차이코프스키와 브람스 등의 음악을 인용하면서 즉흥적으로 영화음악을 연주할 예정이다.
콘서트 1시간전 라이브 프리 컨서트시간에는 1층 BP홀에서 LA의 무성영화관 주인인 찰리 러스트맨의 소개로 핼로윈 무성 코미디 영화들이 상영된다. 작곡가 릭 프린드가 피아노 반주를 한다. (213)480-3232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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