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탐 크루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2,000만달러의 출연료에 상응할 만큼 연기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용모도 아메리칸 파이처럼 너무 미국적이어서 특색이 없다. 그리고 그에게선 찬피동물의 냉기가 감돌아 정이 안 간다.
특히 나는 크루즈의 애인 고르는 스타일이 싫다. 수퍼스타인 그는 애인감을 물색하는 것을 마치 변사또가 수청들 기생 고르듯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사귀고 있는 새 애인인 배우 케이트 홈즈(26)를 공개할 때 크루즈(42)는 갑작스럽게 미디어에 발표했다. 마치 제조업자가 신제품을 발표하는 식인데 홈즈 이전의 애인 페넬로피 크루스와의 경우도 이와 비슷했다. 크루즈는 일단 애인 후보감을 골라놓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즈를 최종 선정하기 전에 또 다른 배우 제시카 앨바도 그의 새 애인 후보 물망에 올랐었다고 한 연예지가 보도했다. 할리웃 스타들은 양말 갈아 신듯 애인을 바꿔치우긴 하나 크루즈의 애인 선정과 발표는 너무나 몰인간적이어서 섬뜩할 정도다.
크루즈의 애인인 홈즈 선정 발표가 너무나 뜻밖이어서 영화계와 미디어에서는 아직까지도 이것이 두 사람의 새 개봉작 선전용 깜짝 쇼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크루즈는 오는 29일에 개봉되는 스필버그 감독의 공상과학영화 ‘우주전쟁’에 나오고 홈즈는 19일에 개봉되는 ‘배트맨의 시작’에서 배트맨의 애인으로 나온다.
그런데 크루즈는 이런 불신을 불식시키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지난달 23일 ‘오프라 윈프리 쇼’에 나와 카우치 위에서 방방 뛰며 “난 사랑에 빠졌어”를 연창해 시청자들을 아연실색케 했었다. 크루즈는 마치 원숭이처럼 세트에서 뛰어 돌아다니다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주먹 쥔 팔로 공중에 펌프질을 하면서 사랑의 기쁨을 연출했다.
그런데 이런 광대놀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와 이 쇼 방영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크루즈와 홈즈의 관계가 가짜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만인이 보는 TV 쇼에서 타인이 길길이 날뛰며 사랑을 발표하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소름끼치는 일이다. 더욱이 크루즈는 자기 이미지 관리에 철저히 계산적이어서 좀처럼 속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 ‘컨트롤 프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여서 이번 쇼가 더욱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 놓고 위기경영 선전 전문가인 조쉬 배란은 “크루즈가 ‘나는 당신들이 나를 좋아하길 원한 다’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지경에 다다르면 사람들은 당사자를 좋아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징그럽고 괴이하게 생각하게 된다”면서 “크루즈는 이제 사람들의 사랑을 얻어내기 위해 자기 영혼마저 팔아먹는 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크루즈 같은 수퍼스타들의 또 다른 병은 현실로부터의 고립이다. 주위의 누구도 그가 듣고자 하는 것 외에는 말해 주지 않기 때문에 크루즈는 지금 아마 자신의 오프라 쇼에서의 연기가 100%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영화계 인사들은 말했다. 더구나 크루즈는 신문도 읽지 않고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이 보여주는 것만 안다는 것.
오프라 쇼 외에 크루즈는 요즘 자신의 종교인 사이언톨로지에 대한 지나친 열성 때문에 또 다른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종교를 선전하는데 최근 TV쇼 ‘액세스 할리웃’에 나와 우울증으로 처방약을 쓴 브룩 쉴즈를 비난해 화제가 됐었다. 그는 또 ‘우주전쟁’ 촬영시 제작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구내에 사이언톨로지용 텐트를 세우도록 요구했고 지난 1월에는 이 영화의 외국 배급회사인 UIP 간부들에게 4시간 동안 사이언톨로지 시설을 참관토록 요구하기도 했었다. 그가 종교와 영화의 구분을 명확히 못하자 14년간 크루즈의 홍보담당자로 일해 온 막강한 팻 킹슬리가 이의 시정을 건의했다가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크루즈의 영화는 아직도 편당 북미 흥행수입 1억달러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크루즈가 스타파워의 환상에 취해 현실을 직시 못할 경우 별은 반드시 영원히 빛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고 영화계는 염려하고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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