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재즈 연주를 듣기란 뉴욕이나 시카고에 비해 어려운 편이다. LA에서 양질의 재즈를 들을 수 있는 대표적인 클럽은 선셋의 카탈리나 바 & 그릴과 컬버시티의 재즈 베이커리 두 곳이다.
나는 재즈를 좋아해 오래 전부터 직장에서 가까운 카탈리나 바 & 그릴을 찾아가겠다고 벼르다가 최근에야 실행했다. 지난해 이맘때 시카고에서 4자 상봉한 서울 사는 고교 친구 강창덕과 박종국이 시카고에서 윤효중이를 보고 지난 11일 LA로 날 보러 와 다음날 이 재즈클럽엘 데리고 갔다.
카탈리나 바 & 그릴(Catalina Bar & Grill)은 이름대로 술 마시고 식사하면서 재즈 연주를 듣는 재즈 디너클럽이다. 이 클럽은 최고의 음악가들이 연주하는 품격 높은 재즈를 들을 수 있는 LA의 명물이다. 가기 전에 전화로 대화를 나눈 마음 좋게 생긴 멕시코 태생의 매니저 마누엘(별명 ‘페이스’) 산티아고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우리는 클럽 뒤쪽 부스에 앉아 포도주를 마시며 그와 대화를 나눴다.
이 클럽의 주인은 1976년 루마니아에서 이민 온 마담 카탈리나 포페스쿠. 카탈리나는 이민 10년 후 처음에는 할리웃의 코헹가에 시푸드 식당으로 이 클럽을 열었다. 보다 많은 손님을 유치할 궁리를 하는 카탈리나에게 한 고객이 재즈를 연주해 보라고 조언한 것이 재즈클럽의 계기가 됐다. 그러나 처음에는 손해를 봤다고 한다. 그러던 중 1987년 부활절 때 현대 재즈의 선구자로 찰리 파커와 함께 재즈에 혁명을 일으킨 디지 길레스피가 무대에 서면서 카탈리나 바 & 그릴은 재즈팬 앤젤리노들의 명소가 되었다. 그 날 손님 중에는 쿨재즈의 길잡이 마일스 데이비스도 있었다고. 요즘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오프라도 가끔 찾아오고 얼마 전 아내 살해혐의로 재판을 받고 무죄로 풀려난 로버트 블레이크도 단골이었다고 한다.
클럽은 2003년 현 위치(6725 선셋, 323-466-2210)로 이사왔는데 240석 정도에 댄스 플로어와 패티오도 있다. 마누엘은 “주 7일 여나 주말이 역시 붐빈다”며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손님 수가 좌우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담 카탈리나는 전국적 재즈인과 캘리포니아 재즈인 그리고 전통재즈와 현대재즈의 균형을 갖추느라 애를 쓰고 있다”고 주인을 추켜세웠다.
클럽 내부 벽에는 길레스피와 데이비스의 사진과 유명 재즈인들의 수채 인물화가 걸려 있고 무대 뒤는 빨간 커튼이 내려져 있다. 이날 무대에 오른 팀은 조지 칸 퀸텟. 피아노, 베이스, 드럼, 색서폰과 트럼펫의 앙상블이 전통재즈와 모던재즈를 비롯해 라틴 리듬이 느껴지는 다양한 곡들을 2시간 가까이 연주했다.
시나트라의 노래로 귀에 익은 ‘아이브 갓 어 킥 아웃 오브 유’와 페기 리가 불러 유명한 ‘레이디 이즈 어 트램프’도 연주됐는데 ‘레이디-’는 게스트 싱어 크리스탈이 거친 듯 열정적으로 노래 불렀다. 특히 구성진 비가 조의 트럼펫 연주가 마음에 와 닿았다.
재즈는 흑인들의 한과 슬픔과 압박으로부터의 해방에의 열망을 토로한 음악이다. 다양한 장르의 짬뽕 음악으로 시작됐는데 뚜렷한 특징은 즉흥성. 나름대로의 질서와 형태 속의 무형태요 무질서라고 할 수 있는 이 즉흥성이 재즈의 매력인데 모든 음악이 다 그렇듯 재즈도 요즘에는 너무 아방 가르드화 해 본래의 대중음악의 본분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래서 모던 재즈를 들으면 난해한 현대 클래시칼 음악을 듣는 것처럼 다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내가 재즈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고교때 미국 영화를 통해 들은 스윙과 프랑스 갱영화 때문이다. 듀크 엘링턴 등이 개발한 전통재즈를 변조한 스윙은 ‘스윙의 킹’이라 불린 클라리넷 주자요 빅 밴드 리더였던 베니 굿맨에 의해 삽시간에 미국 젊은 백인층의 열광적인 인기를 얻었고 이어 전세계로 퍼져 나갔었다. 재즈의 세계화인 셈인데 나는 이 음악을 영화 ‘베니 굿맨 스토 리’를 통해 들었고 이어 글렌 밀러 밴드의 연주로 익혔었다. 왕년의 프랑스 갱 영화가 멋있었던 까닭중 하나는 재즈 배경음악 때문이다. 장 가방과 알랑 들롱이 나온 ‘지하실의 멜로디’는 묵직한 베이스의 쿨한 선율 때문에 더욱 운명적이 었다.
클럽은 재즈의 생명력이라 하겠는데 로맨틱한 분위기속에서 감정적 진동을 겪으며 듣는 재즈의 감촉이 리큐어가 든 초콜릿 씹는 맛이다.
박흥진
편집위원 /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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