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서 아내를 살해해 유명해진 세 남자가 있으니 그 첫째는 전직 풋볼선수 O.J. 심슨이요 둘째는 비료판매원 스캇 피터슨이며 셋째가 전직 영화배우 로버트 블레이크다.
O.J.는 원래 유명하지만 아내니콜과 그녀의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무죄 석방돼 더 유명해졌었다. 누가 봐도 O.J.는 아내를 살해한 게 분명한데도 배심원재판 제도의 허점 때문에 풀려나 지금 잘 살고 있다.
북가주 모데스토의 보통시민 스캇은 임신한 아내 레이시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매스컴의 총아로 등장했었다. 바람둥이 젊은 남편과 사체로 발견된 임산부 아내 그리고 남자의 마사지 걸 정부가 주연을 한 스캇 재판은 전 미국적 소프 오페라였다. 그런데 스캇이 레이시를 살해한 직접 증거가 없는데도 그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O.J.의 경우와 비교해 볼때 실로 역설적이다. 스캇이 유죄판결을 받자 재판과정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서로 포옹을 하면서 환성을 질러댔었다. O.J.의 무죄판결에 대해 품고 있던 공통의 죄책감에서 해방되는 함성이었다.
TV 형사물 시리즈 ‘바레타’와 영화 ‘냉혈’로 유명한 로버트 블레이크(71)는 할리웃 스타일의 명성을 꿈꾸던 아내 바니를 살해한 혐의로 곧 재판에 회부된다. 그가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 그는 무죄이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바니는 로버트가 죽였던지 아니면 청부 살해됐다는 것이 대중의 견해다. 여하튼 한물 간 로버트가 이제 재판을 받게 되면 과거 명성 못지 않은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다.
부부는 늘 서로 상대를 살해할 수 있는 용의를 갖고 있다. 그래서 경찰도 부부중 하나가 살해됐을 때 남은 하나를 제1의 용의자로 꼽는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세 가지 큰 이유는 돈과 질투와 새 여자이다. O.J.는 질투 그리고 스캇은 새 여자 때문에 아내 킬러의 타이틀을 얻게 됐다.
돈 때문에 아내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쳐 세계적 뉴스가 된 남자가 유럽 태생의 백수건달 귀족 클라우스 본 뷸로다. 클라우스는 1980년대 억만장자 아내 서니를 약물로 살해하려 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전세계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었다. 클라우스는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서니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이 사건은 제레미 아이언스와 글렌 클로스 주연으로 ‘행운의 반전’(Reversal of Fortune)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영화 ‘개스등’에서는 잉그릿 버그만이 자신의 보석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 샤를르 봐이에에 의해 미치광이로 몰려 죽을 고생을 치렀다. 그리고 찰리 채플린은 ‘베르두씨’에서 돈 때문에 여러 아내들을 살해했다.
질투 때문에 아내를 살해한 가장 극적인 남자는 오셀로. 오셀로는 질투에 눈이 멀어 아내 데스데모나를 교살했다. 또 히치콕의 영화 ‘다이얼 M을 돌려라’(사진)에서는 레이 밀랜드가 질투와 재산 때문에 아내 그레이스 켈리를 청부 살해하려다 오히려 킬러가 살해된다.
새 여자 때문에 아내를 제거한 역사적 인물은 영국의 헨리 8세. 헨리는 새 아내를 맞기 위해 당돌한 아내 앤 볼린을 형장에 보내 도끼로 목을 잘라 처리하는데 이 얘기는 리처드 버튼이 나온 ‘천일의 앤’에서 흥미진진하게 재생됐다.
아내를 가장 많이 살해한 사람은 아마도 우화의 주인공 푸른 수염일 것이다. 그는 적어도 7명이상의 아내를 죽인 사이코 레이디 킬러인데 이 얘기는 유명해 리처드 버튼, 게리 쿠퍼, 조지 샌더스 등을 주인공으로 여러번 영화로 만들어졌다. 채플린의 ‘베르두씨’도 같은 얘기다. 그리고 바르톡은 ‘푸른 수염 공작의 성’이라는 단막 심리 오페라를 작곡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내 죽이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잭 레몬은 코미디 ‘당신의 아내를 살해하는 방법’에서 영화 내내 술김에 결혼한 아내를 처치할 방법을 찾느라 고심하지만 별무소득이었다.
부부는 마주 보고 누워도 남이다. 남하고 사는 일은 인내와 양보 없이는 깨지게 마련이다.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사용 못해 부부간에 육박전까지 벌어지곤 한다. 얼마전 별거중인 한국인 남편이 싸우던 아내를 골프채로 타살했다는 뉴스를 보고 부부 관계란 한번 틀어지면 남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부부관계란 사실 따분할 만큼 통속적인 테두리 안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것은 맹물의 맛을 깨닫는 작업이다. 그래서 맹물 같은 대그우드의 결혼생활이 그렇게 오래 가는지도 모른다.
박흥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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