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하루 묵은 것이 적합
11월 3일, 오늘은 샌드위치 데이(Sandwich Day)다. 직장이나 학교가 쉬는 날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은 그저 무심히 지나가겠지만 잘 먹고 사는 것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우리들에게야 어디 그런가. 도대체 어떤 사연으로 오늘이 샌드위치 데이가 된 것인지 알아봐야지. 1718년 오늘 태어난 존 몬테규 샌드위치 4세는 카드놀이를 심각할 정도로 좋아했다고 한다. 그가 살던 곳은 영국 남동부에 위치한 오랜 역사를 지닌 아담한 항구, 샌드위치 시. 샌드위치 백작은 카드놀이에 한 번 정신을 팔기 시작하면 식사시간을 넘기기가 일쑤였다고 하는데 이는 우리도 명절 때 고스톱 쳐봐서 익히 이해할 만한 얘기다.
1762년의 어떤 날 그는 런던의 한 남성 전용 비프스테이크 클럽에서 24시간째 쉬지 않고 도박을 계속하고 있었다. 하인이 여러 번 와서 식사를 하시라 아뢰었지만 그는 밥을 먹기 위해 테이블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름하다 자리를 뜨면 운수가 바뀐다고 생각하는 건 똑같았기 때문이다. 그는 하인들에게 고기구이와 치즈, 빵 자른 것을 가져오라고 해, 빵 가운데 고기와 치즈를 끼워 한 손에 들고 먹으며 다른 한 손으론 카드놀이를 계속했다.
생각해 보라. 1760년대라는 시간적 배경과 영국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순전 폼생폼사와 우아함을 인생의 목표처럼 살았던 시기에 식기도 쓰지 않고 그런 식으로 음식을 먹는 건 상류귀족층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행위. 하지만 당시 도박장에 있던 귀족들은 그의 이런 식사법을 하나 둘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빵 사이에 내용물을 끼워 손으로 들고 먹는 음식 문화는 영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주위에서 그 요리 이름이 뭐냐고 물어왔다. 그냥 샌드위치 백작이 만들어 먹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 백작의 이름 그대로 ‘샌드위치’가 되었다.
하지만 샌드위치와 비슷한 음식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옛날 유럽의 시골에서는 밭일을 할 때나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 2장의 검은 빵 사이에 고기와 치즈 등의 재료를 넣어 싸가지고 다녔다. 즉 이동하며 먹기 좋게 만든 우리나라 주먹밥처럼 샌드위치는 오래전부터 서민층이 애용했던 음식인 셈. 로마 시대에도 이미 검은 빵에 육류를 끼운 음식이 애용됐고, 러시아에서는 전채의 한 종류로 오픈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미국에는 1827년에 엘리자베스 레슬리가 쓴 요리책을 통해 전해졌다. 어떤 재료로도 쉽게 만들 수 있고 시간을 절약하며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이유로 샌드위치는 이내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의 식습관을 영원히 바꾸어놓았다.
한국에서야 샌드위치 하면 흰 사각 식빵으로 만든 것을 자동적으로 떠올릴 테지만 사실 샌드위치 용 빵은 검은 빵, 프랑스 바게트, 크롸쌍, 프랑스 시골 빵 캄파뉴, 브리오쉬, 햄버거 번, 핫도그 번, 잉글리시 머핀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할 수 있다.
샌드위치를 만드는 빵은 하루 묵은 것이 적합하다. 샌드위치에 넣을 수 있는 내용물도 무한하다. 종래의 샌드위치라면 햄, 치즈, 야채 등을 가운데 끼워 넣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은 궁합이 맞는 여러 소재들을 창조력 있게 믹스 앤 매치 한다. 안에는 덩어리 없이 잘 저은 버터, 마요네즈, 겨자, 앤초비, 레몬즙에 파슬리 다진 것을 섞은 것을 많이 사용한다.
미국 내 어떤 레스토랑을 가더라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 가운데 하나는 클럽샌드위치. 기차가 교통수단의 여왕이던 시절, 기차의 클럽 칸에서는 빵 3겹 사이에 햄, 닭고기, 칠면조 고기 등의 육류와 양상추, 토마토를 넣고 마요네즈를 바른 샌드위치를 서브했는데 그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에드워드 7세와 그의 아내 월리스 심슨 부인이 가장 좋아하던 음식이 바로 이 클럽샌드위치였다. 로열 패밀리의 총애를 등에 업고 클럽샌드위치는 곧 국제적인 메뉴로 발전된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어린이들이 우유 한 잔과 함께 먹거나 점심 도시락으로 잘 싸 가는 샌드위치는 땅콩버터 젤리 샌드위치. 단순하기 짝이 없는 맛이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인지 커서도 찾는 미국인들이 많다.
그밖에 유명한 샌드위치는 지역 이름이 붙은 것들. 필라델피아의 스테이 샌드위치, 뉴욕의 패스트사미 온 라이브레드, 뉴잉글랜드 해안의 롭스터 롤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만 한해 소비되는 샌드위치는 22억 개 이상. 반 이상이 점심용이며 오스카 메이어 볼로냐 샌드위치는 매초마다 소비되고 있을 정도다.
샌드위치라는 표현은 양자 사이에 끼워 있는 곤란하고 답답한 경우를 묘사하는 데도 자주 사용된다. 불고기나 갈비를 가운데 넣은 코리안 스타일 샌드위치가 나올 때도 되지 않았을까.
샌드위치의 유래
1760년대 영국서 도박 즐기는 샌드위치 백작이
식사를 거르며 노름을 즐기다가 앉은 자리에서
끼니를 때우려 빵에 고기구이등 넣어 먹은게 시초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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