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 섭취시 미각 신경 둔화
지난 10월 16일은 국제소비자기구에서 정한 ‘세계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이었다. 화학조미료의 남발로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고자 1985년 제정된 날이다. 흔히 한국에서는 ‘미원(味元)’이라는 상품명으로 잘 알려져 있고, 일본에서는 아지노모토[味元], 중국에서는 웨이징[味精]이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진 화학조미료는 20세기초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이후 인체에 해롭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아미노산과 핵산계로 크게 나뉘어져
인공적으로 조개류, 표고버섯등의 맛 내
부작용 구토·멀미·두통·어린이 뇌손상
러나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가정과 식당에서는 화학조미료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량을 줄인 식당은 손님들로부터 음식 맛이 없다는 불평을 듣는 경우가 많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감칠맛’이 덜 하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조미료는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쓰이는 재료 또는 양념을 말하고, 화학조미료란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만든 모든 조미료를 일컫는다. 넓은 의미로 사카린 같은 인공감미료도 화학조미료이며, 일반적인 화학조미료란 단맛·짠맛·신맛·쓴맛의 4개의 기본 맛에 속하지 않는 지미성분, 즉 감칠맛 성분을 말한다.
화학조미료는 일본에서 1908년에 이케다라는 학자가 세계 최초로 다시마의 달고 구수한 맛이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의 나트륨염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밀의 글루텐으로부터 인공적으로 제조된 것이 그 시초이다. 이어 1913년, 역시 일본의 고다마라는 학자가 국물의 맛을 내기 위하여 일본에서 흔히 사용하는 ‘가쓰오부시(가다랭이포)’의 맛 성분으로 노신산 나트륨을 발견하고, 1960년에 구니나카에 의하여 핵산 관련물질이 연구되었다.
화학조미료는 크게 아미노산계와 핵산계로 나뉘는데, 아미노산계는 글루탐산의 나트륨염, 아스파르트산, 숙신산 나트륨 등이 있고, 핵산계는 이노신산 나트륨과 구아닐산 나트륨이 있다. 조개류의 감칠맛은 숙신산 나트륨, 표고버섯의 구수한 맛은 구아닐산 나트륨 때문이다. 아미노산과 핵산은 상승작용을 하므로 함께 사용하면 각각의 맛의 강도를 합친 것보다 더 강한 맛을 낸다. 그러므로 근래는 글루탐산의 나트륨염과 핵산의 이노신산 나트륨을 섞어 복합 조미료를 제조하기도 한다.
화학 조미료의 대표자격인 글루탐산 나트륨은 L-글루탐산의 결정을 물로 씻고 알칼리로 중화시켜 활성탄으로 탈색한 후에 감압하에서 농축하여 만들어진다.
무색의 침상결정인 글루탐산 모노나트륨 자체는 아무런 맛이 없으나 음식이 가진 원래의 맛을 좋게 하는 성질이 있다. 물에 잘 용해되며 에틸알코올에는 잘 녹지 않는다.
■ 부작용
화학 조미료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많이 먹었을 경우 구토 증상을 일으키지만 소량을 먹었을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주장과,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며 목이 뻐근하고, 가슴이 조이고, 멀미가 나는 증세와 어린이의 뇌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고온에서 발암물질로 변하기도 하고 천식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화학 조미료를 많이 먹은 후 구토 증상 외에 다른 증상이 유발되었다는 구체적인 사례는 없는 실정이므로 한국을 비롯 일본과 미국에서도 사용 규제가 없다.
하지만 화학조미료의 사실상 가장 큰 부작용은 미각신경의 기능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고도 맛있게 먹던 음식도 화학 조미료를 넣어 먹다가 다시 그것을 먹어보면 맛이 없다고 불평하게 되는데, 이것은 화학조미료가 미각신경을 둔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화학조미료에 의해서 판단력을 잃어버린 혀는 짜다, 싱겁다, 달다, 덜 달다, 맵다 등 맛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게 된다.
■ 적정 섭취량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화학조미료의 하루 허용량을 어른은 최대 6그램, 어린이는 3그램 정도로 규제하고 있으며, 12주내의 유아에게는 사용을 금하고 있다.
한국인은 화학조미료 소비량에 있어서 이 수치를 넘은 지 오래이다. 한국에서의 화학조미료 1인당 소비량은 1964년 0.316그램에서 1974년 1.9그램, 1984년 3.4그램으로 20년 동안 무려 25배나 증가하였다.90년대 이후 줄어들고 있지만, 일부 가정과 식당에서는 아직도 습관으로 지나치게 많은 양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화학조미료에 관한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건 단시일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몸에 지속적으로 축적되었을 때 나타날 증상들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년에 하루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에만 사용을 금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화학조미료 섭취를 줄여서 감칠맛을 더해주는 것 외에 인체에 이로운 점이 단 한가지도 밝혀지지 않은 화학조미료를 최소량만 섭취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겠다.
<최선명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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